[책속에 이런 일이] 유배당한 태종의 코끼리
[책속에 이런 일이] 유배당한 태종의 코끼리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0.12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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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정미경기자] <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조선의 왕 이야기>(소라주. 2015)는 ‘어려운 한국사’ 대신 ‘재미있는 한국사’로 독자들을 웃음 짓게 한다.

조선의 3대왕 태종 11년에 일본 국왕이 코끼리를 선물한 일이 있다. 헌데 이 코끼리에게는 큰 문제가 있었는데 바로 어마어마한 먹성이었다. 하루에 콩을 4, 5말(70~90리터)을 먹어치웠다. 사람이 아닌 동물 먹이로 그렇게 많은 양의 곡식을 허비한다는 것이 검소함을 강조하던 조선왕조로서는 큰 부담이었다. 다음해에는 드디어 큰 사고가 터진다.

“공조전서의 자리에 있던 ‘이우’란 사람이 코끼리에게 못생겼다고 놀리고 침을 뱉은 일이 있지요. 코끼리가 이걸 알아들었는지 침을 맞아 기분이 나빴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심기가 불편했던 것 같기는 합니다. 나름 자의식이 있는 얼마 안 되는 동물의 하나로 평가받으니까요. 현존하는 최강의 육상동물 코끼리는 순식간에 달려와 이우를 밟아 죽이지요.” (p.63)

짐승이 사대부를 죽인 대사건으로 유생들은 코끼리를 사형에 처하라고 들고일어나지만, 태종은 “코끼리는 절을 잘하는 예의바른 동물”이라며 형벌 내리기를 거부하고 전라도의 한 섬에 유배를 보낸다. 이후 먹성 때문에 코끼리는 충청도로 옮겨졌고 사육사가 화를 내자 ‘감성적인 코끼리는 진노하여’ 그 사육사도 밟아 죽인다. 이 일로 코끼리가 또 다시 유배를 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코끼리와 관련된 마지막 기록은 ‘물과 풀이 좋은 곳을 가려서 이를 내어놓고, 병들어 죽지 말게 하라’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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