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 미스터리 어떻게 볼 것인가
양자역학 미스터리 어떻게 볼 것인가
  • 북데일리
  • 승인 2007.05.1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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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이번 칼럼에서는 세계적인 수리물리학자인 로저 펜로즈의 1995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했던 강연을 옮긴 <우주, 양자, 마음>(사이언스북스. 2002)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펜로즈의 강연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크게 우주(큰 것), 양자(작은 것), 마음(정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자의 이해를 위해 보스턴 대학에서 물리학과 명예 교수로 재직 중인 애브너 시모니, 펜로즈의 동료이자 저명한 과학 저술가인 스티븐 호킹 박사의 건설적인 비판을 실었다. 마지막장에는 세 사람의 비판에 대한 펜로즈의 답변을 들을 수 있게 되어있다.

책은 1989년에 출간된 <황제의 새마음>과 1994년 두 번째 저서 <마음의 그림자>에서 제시된 현대 물리학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토대로 한다.

“양자역학은 아름답고 명쾌한 주제이다. 그러나 양자역학은 알 수 없는 면도 많이 있다... 나는 양자역학에 두 종류의 미스터리가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 이것을 Z 미스터리와 X 미스터리라고 하자. Z 미스터리는 퍼즐 미스터리이다. 이것은 확실히 물리세계에 있는 것으로, 다시 말해 양자역학이 이런 이상한 방식으로 움직인다고 말해 주는 실험들이 있다... 그러나 내가 X 미스터리라고 부르는 것은 상황이 다르다. 이것은 역설 미스터리이다. 내 생각에 이것은 이론이 불완전하거나 틀린 그런 것을 가리킨다. 여기에 대해서는 좀 더 주목해야 한다."

양자역학에 대한 이러한 펜로즈의 견해는 현재 많은 이론 물리학자들에 의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펜로즈는 일반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의 통합에 있어 주류의 견해와 달리 양자역학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인용한 구절에서 X 미스터리는 파동함수의 붕괴를 설명할 때 항상 등장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알려진 유명한 역설과 관련이 있다.

펜로즈는 우리의 물리세계가 이상적인 플라톤적 세계를 투영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한 근거로 물리학에서 사용되는 수학공식의 비합리적일 정도의 정확도를 제시한다. 일반 상대성이론, 양자역학를 뒷받침하는 수학은 인간 지성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존재하고 있던 세계의 진정한 모습을 수학이라는 형식으로 인간이 발견한 것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플라톤적 세계를 반영하는 우리 세계가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는 누더기 같은 상태를 보여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의문에 대해 펜로즈는 양자역학에서 파동함수의 붕괴가 양자 수준에서 거시적 수준으로 더 이상 확산되지 않는다는 X 미스터리를 제시하고, 이것의 해결을 위해 파동함수의 붕괴가 언제, 얼마나 지속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론의 정립이 필요하며, 이것을 객관적 오그라듦(이하 OR) 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있다.

양자역학의 X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OR에 대한 애브너 시모니의 반응을 살펴보자.

“펜로즈는 잠재성의 현실화 문제를 X 미스터리로 분류했는데, 이 문제는 습관의 노예가 되지 않고 이론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면 해결 할 수 있다고 했다. 나도 여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이 미스터리를 해소하려는 시도, 예를 들어 다세계 해석, 결흩어짐, 숨은 변수 등에 대한 펜로즈의 불신에 공감한다.”

펜로즈의 새로운 이론에 기본적인 방향은 동의하지만, 잠재성이 객관적으로 현실화되도록 양자역학을 수정하는 방법이 아직은 완전히 탐색되지 않았으므로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며 실험적 검증을 거치라고 주장한다.

펜로즈는 물리적 세계, 정신적 세계, 플라톤 세계(절대적인 수학적 진리) 라는 계층이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이것을 세 가지 세계와 세 가지 미스터리라고 규정짓는다. 펜로즈는 의식의 본질적인 측면인 이해력, 통찰력, 인지, 지능과 같은 단어의 정의는 신경 쓰지 않으면서 수학자로써 그들 사이에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에 집중한다.

의식에 대한 펜로즈의 관점은 “적절한 물리적 활동은 인지를 일으키지만, 이 물리적 활동을 계산으로 적절하게 모사할 수는 없다.” 라는 글에 잘 표현되어 있다. 의식의 본질이 비계산적 이라는 믿음이 강하게 깔려있다. 그러한 근거로 체스게임에서 가장 강력한 계산능력을 갖춘 컴퓨터도 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수준인 이해력을 인간 의식은 갖고 있으며, 또한 수학자답게 “2보다 큰 짝수 중에서 소수 n개의 합으로 표현되지 않는 수를 찾아라.” 와 같은 증명은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방식의 컴퓨터로는 도저히 해답을 찾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플라톤적 접촉의 본성은 무엇일까? 거기에는 비계산적인 요소를 가진다고 보이는 몇 가지 단어가 있다. 예를 들어 판단력, 상식, 통찰력, 미적 감각, 연민, 도덕, ... 이런 것들은 단지 계산적인 특징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 같다... 플라톤은 진리뿐만 아니라 선과 미도 절대적(플라톤적) 관념으로 보았다. 플라톤적인 절대성에 대한 접촉이 실제로 존재하고, 우리의 인지 능력이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면, 그리고 이 능력을 계산적인 것으로 설명할 수 없다면, 이것은 내가 보기에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이러한 펜로즈의 주장은 중요한 논점을 포함하고 있다. 인간의식을 만들어내는 뇌는 컴퓨터와 작동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게 움직이는데, 그것은 단지 뇌의 시냅스에서 보이는 신경 전달 물질과 컴퓨터를 움직이는 내부의 실리콘 회로라는 구성성분의 차이를 넘어서 확률적으로 측정이 가능한 양자 수준과 정해진 통계에 의한 고전적 수준 이라는 둘 사이의 넘을 수 없는 차이가 존재함을 강조한다.

한 단계 더 나아가서 뇌 전체를 감싸는 양자 진동은 시냅스의 세기에 영향을 주는 미세소관 안에서 일어나며, 여기에 OR이 개입해서 통찰력, 이해력, 창의성 같은 인간의식의 본질적인 특성들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펜로즈 이론의 핵심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스티븐 호킹은 “펜로즈의 주장은 OR이 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고, 아마 미세소관 속의 결맞는 흐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렇게 될 것이라고 한다... 나는 두뇌가 OR과 환경적인 결흩어짐을 구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차폐된 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계가 그렇게 잘 차폐되어 있다면 그 계들은 심적 과정에 참여할 만큼 빠르게 상호 작용할 수 없을 것이다.” 라며 펜로즈의 이론에 반대 입장을 밝힌다.

둘 사이의 의견 차이에 대해 필자는 호킹의 견해에 동의한다. 왜냐하면, 펜로즈의 OR은 아직 실험으로 검증되지 않았으며, 이론적으로도 OR이 미세소관 안에서 진행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호킹의 말대로 미세소관은 뇌의 여러 부분들과 완전히 독립되어 있지 않으므로 파동함수의 붕괴가 일어날 수 없다. 또한 미세소관은 분명 작은 공간이긴 하지만, 양자 수준에서 보면 터무니없을 만큼 크다.

펜로즈의 OR은 실험으로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양자역학과 인간 의식에 대한 수수께끼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좀 더 뛰어난 성능의 관측 장비와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면 이 분야에서 놀랄만한 진보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때가 되면 펜로즈의 독창적인 이론들은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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