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칼 포퍼 맹신할 것인가 비판할 것인가!
[토론] 칼 포퍼 맹신할 것인가 비판할 것인가!
  • 북데일리
  • 승인 2007.04.3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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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마토⑨]<삶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북데일리]`마르크스와 프로이트 살인자(The murder of Marx and Freud)`. 철학자 칼 포퍼(1902~1994)의 별명이다. 마르크시즘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펼쳤던 그의 학문적 생애는 논쟁의 연속이었다.

그는 “과학 이론은 검증될 수 없어도 반증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과학, 철학계를 지배하고 있던 논리실증주의에 ‘파문’을 일으켰다. 사회과학자이자 철학자인 ‘토마스 쿤(1922-1996)’과의 논쟁을 일으켰는가 하면 <열린사회와 그 적들>(민음사. 1997)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담론을 야기 시키기도 했다.

북데일리는 석학 칼 포퍼를 논하기 위해 제9회 난상 토론회 ‘북토마토’를 개최했다. 테마 책은 <삶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부글북스. 2006)였다. 토론회의 진행을 맡은 이동환 시민기자는 “에세이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칼 포퍼의 과학이론, 세계관, 역사관, 정치관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높이 살만 하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아내가 결혼했다>(문이당. 2006) <내 머릿속에 개들>(문학동네. 2006) <자유롭게>(21세기북스. 2006) <뜨거운 관심>(다산북스. 2006) <핑퐁>(창비. 2006) <뿌리깊은나무>(밀리언하우스. 2006)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푸른숲. 2006) <다산선생지식경영법>(김영사. 2007)에 이은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토론회에는 북데일리 시민기자 이동환, 김용수, 김대욱, 신기수, 이광준, 신용철 칼럼니스트 이용준, 북데일리 고아라 기자가 참석해 다양한 담론을 펼쳐보였다.

‘북토마토’는 국내 유일한 책 뉴스 사이트인 북데일리가 주최하여 책 시민기자들이 만들어가는 책 토론회의 이름이다. 북토마토는 ‘토론을 마음껏 즐기는 토론회’의 약자 - 편집자주

“칼 포퍼, 어디까지 공감할 수 있나”

이동환 : 책 제목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원제로는 ‘All life is Problem Solving’인데요. 개인적으로 ‘모든 생명체는 문제 해결 중에 있다’로 해석 하는 것이 포퍼의 생각에 더욱 가까운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포퍼의 진화론적 지식은 ‘유전자 결정론자’처럼 측면이 있는 것 같은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이용준 : 맞습니다. 포퍼는 진화론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진화론을 언급하면서 ‘생의 기원’에 대해 의견을 펼치는 부분인데요. 그는 “태어나지 말아야 할 전제들이 있다. 병이 들거나, 이상이 있는 사람은 태어나서는 안 된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공감하기 어려웠던 부분입니다. 필요한 존재, 필요하지 않은 존재는 누가 결정하는 것인지, 그것의 명확한 기준은 무엇인지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죠.

이동환 : 포퍼는 유전자 결정론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과학계의 추세를 보면 유전자결정론과 환경결정론이 어느 정도 합의를 본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여전히 논쟁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김대욱 : 저에게는 반발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노망난 노인이 헛소리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칼 포퍼의 사고에는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용준 : 저 역시 그런 부분이 있었습니다. 특히 서구사회의 민주주의를 최고라고 극찬하는 부분에서는 반감이 들었습니다. 기아에 허덕이는 제3세계 국가들이 미국과 같은 정치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하는 부분 역시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오존층 파괴에 대해 이야기 할 때 포퍼는 명망 있는 과학자들에 대한 불신을 거침없이 드러내죠. 포퍼의 과학은 때론, 현실성 없는 철학 같다는 느낌을 줍니다.

이광준 :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특히 “내가 틀리고 당신이 옳을 수도 있다. 진리에 가까이 가는 것이 누가 옳고 그른지 따지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이 논의가 끝날 때쯤 우리 모두 이 문제를 전보다 더 명확하게 볼 수 있기를 바라자. 이러한 목표를 염두에 둘 때에만 우리는 토론에서 자신의 입장을 최대한 옹호할 수 있다”라는 포퍼의 비판적 합리주의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다만, 그가 말하는 비판적 합리주의가 얼마나 현실에서 통용 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남습니다.

고아라 :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고, 개선을 하고 나아갈 수 있는 것이 비판적 합리주의라고 포퍼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 점에 공감합니다. 제목 역시 그러한 포퍼의 생각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과학, 맹신할 것인가 비판할 것인가”

김대욱 : 그렇죠. 사회든, 개인이든 문제를 던지고 비판을 하지 않으면 정체되어 있겠죠. 하지만 포퍼가 펼치는 과학만능주의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환경문제까지 과학이 무조건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말하는 부분이 더욱 그렇습니다. 환경오염의 속도를 과학이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저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환경은 경제적, 정치적 문제가 모두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포퍼가 말하는 것처럼 과학의 문제만으로 해결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과학만능주의를 추종할 것이 아니라 환경문제를 과학자들이 인식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봅니다.

이광준 : 저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과학을 맹신하는 쪽입니다. 과학이 정책적으로 이용되고 도구로 인식될 때 큰 역할을 하게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간단한 예로, 인류의 기아를 해결하게 해준 것은 과학입니다. 다량 식량생산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한 것이죠. 하지만 역설적으로 말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기아가 있는 것이 과학자들의 책임은 아닙니다. 현실이 따라주지 못하는 것을 과학의 비판으로 몰아가서는 안 되겠죠.

이동환 : 과학이란 철저히 가치중립적인 것이라.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다고 봅니다. 과학자체만 보고 옳다 그르다 말하기 어려운 개념인 것 같습니다.

신용철 : 과학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사람들의 정서가 더 황폐해진 것 같습니다. 언젠가 세계 각국의 행복지수를 조사해보니 방글라데시가 1위로 나왔다는 결과를 본 적이 있습니다. 꼭 과학이 발전해야 인간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김용수 : 과학의 발전에 인문과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문과학, 자연과학이 잘 융합되어야 과학의 균형적인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과학철학의 미래, 어떻게 볼 것인가”

이동환 : 여기서 바로 철학과 윤리의 중요성이 논의되어야 하겠습니다. 과학철학이라는 것은 가치중립적인 개념인데, 그것을 이용하는 주체는 과학자들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그들의 철학과 윤리의식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이죠. 과학철학의 미래, 우리사회와 과학철학이 어떻게 접목되어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습니다.

이용준 : 앞으로의 사회는 더욱 자유로워지고 풍요로워 질것입니다. 거기에 필요한 것이 과학기술입니다. 유전자를 예로 들면, 유전자를 조작한 식품이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고, 아픈 사람 역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강구될 수 있습니다. 생명연장까지 가능한 부분이 있습니다. 인간의 삶에 있어 커다란 혜택을 가져다주는 것이 과학이고 그것이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용수 : 저는 과학의 발전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빨리 발전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과학문명의 발달이 너무 급속하게 이루어지다보니 인간이 조정할 수 없는 범위까지 도달한 것들이 많습니다. 사람의 힘이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발전이 되어야지 그것을 넘어서면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고아라 : 너무 기술에 치우친 과학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도모할 수 있는 과학, 즉 화해의 과학을 만들어가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이광준 : 그렇게 절충안을 찾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포퍼의 말처럼 미래는 예측 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문제겠지요. 제가 과학기술에 기대하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자본과 관계없는 과학’이 되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돈 안 되는 과학도 해야 한다는 거죠. 목적을 두지 않고 과학을 하다 보면 우연치 않은 위대한 발견 같은 것도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김대욱 : ‘환경정책’이라는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환경문제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가를 논의했는데 결국 정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죠. 개인적으로는 급속한 과학발전에 제동을 거는 과학자들, 그것에 반대 입장을 갖는 시민들의 의견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면 시민 전체가 과학에 관심을 갖고, 과학만능주의에 반대하는 의견을 자유롭게 펼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 질 겁니다.

이동환 : 중요한 지적입니다. 과학에 대한 공부가 필요 한 것 역시 그 때문이죠. 알아야 반대의견을 펼칠 수 있으니까요. 이번 토론은 과학을 접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계기였던 것 같아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생전 칼 포퍼는 나이 마흔까지 강연을 했다고 합니다. 일생을 학문에 몸 바친 그의 삶은 감동을 주는 부분이 많습니다. 세상을 떠난 위대한 석학 칼 포퍼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차기 토론회를 기대해봅니다.

(사진 = 고아라 기자)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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