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수련...똥물먹기... 너희가 판소리를 아느냐
폭포수련...똥물먹기... 너희가 판소리를 아느냐
  • 북데일리
  • 승인 2005.09.0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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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11월 7일 유네스코는 한국의 중요무형문화제 제5호인 판소리를 인류 구전 및 무형 유산 걸작으로 선정하고 선포식을 가졌다. 93년 영화 `서편제`가 관객 100만 명을 동원한 지 10년만이었다.

판소리의 역사는 문헌상으로 18세기부터로 추정된다. `가사 춘향가 200구`가 유진한(1711-1791)의 문집 `만화집`에 실린 데 근거를 둔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신라시대 화랑의 음악을 기원으로 보는 이도 있다.

근래 들어 `판소리`를 포함한 우리음악은 수많은 장르와 교류하며 음악적 영향력을 넓히는 중이다.

이번 달 4일 시작된 `2005 국악축전`에서는 12명의 가수들이 전통음악을 사용한 곡을 무대에 올렸다. 장사익은 개막식에서 `아리랑 퓨전`을, 재즈가수 나윤선은 재즈로 편곡된 `정선아리랑`을 열창했다. MC몽은 국악과 힙합을 접목시킨 노래를 선보였다. 명창 안숙선은 지난달 5일 `2005 대한민국 음악축제`에서 대중가요 `해변으로 가요`를 부르는 파격을 선보였다.

올해 출판가에 새로 나온 판소리 관련 책은 20여권이 넘는다. `파랑새어린이`는 `이청준 판소리 동화집` 다섯 권을, `민속원`은 `판소리사설집` 열 다섯 권을 선보였다. 경기도국악당은 `경기전통예술연구 시리즈-경기판소리`를 내놓았다.

지난 8월 5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 어린이 창극 `흥부놀부`는 공연 첫날부터 연일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창극은 판소리와 대사, 무용이 어우러져 한국형 `오페라`로 불리는 장르다. `판소리`는 이제 더이상 나이든 사람들만 즐기는 음악이 아니다.

이것이 판소리 나아가 국악의 중흥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방송 광고 카피로 유행어가 됐던 명창 박동진의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라는 말이 실감날 날은 멀기만 하다. 아마도 우리에게 판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면, 대중화의 길은 좀 더 가까이 다가올 것 같다.

30여년동안 판소리를 연구한 최동현 교수(군산대)에 따르면 판소리는 "고리타분하고 이상한 노인들의 음악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살아 숨쉬는 재미있고도 유익한, 그리고 젊은 예술"이다.

확신의 배경은 그의 책 `판소리 이야기`(2001, 작가)에 담겨 있다. 책은 판소리에 관한 수많은 궁금증에 대한 답변과 명창들에 얽힌 이야기로 꾸며졌다.

책에 따르면 명창들의 폭포수련은 낭설에 불과하다. 저자 본인이 궁금해 몇몇 소리꾼에게 물어보았지만 모두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는 것. 그 또한 그 시끄러운 곳에서 물벼락을 맞으며 소리 연습을 한다는게 어렵다고 진단했다. 단 일부 소리꾼들이 똥물을 먹었고 효과를 본 것은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판소리 창자들이 수련 도중 목에서 엄청난 피를 쏟았다는 이야기는 과장된 소문이다. 소리를 하다 보면 목이 부어 피가 나오지만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는 정도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풍문과 `전설`들은 역설적으로 판소리에 이르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를 웅변해주고 있다.

저자가 만나고 들은 명창들의 모습은 이채롭다.

명창 강도근은 스승인 김정문에게 소리를 배우기 위해 머슴살이와 같은 생활을 했다. 강도근 역시 먹을 것이 없어 마(麻)가 많이 나는 하동 쌍계사에서 소리공부를 했다. 스승은 거의 세수도 하지 않고 누워서 지냈는데, 강도근은 김정문을 재우기 위해 매번 냄새나는 발을 간질러야 했다.

근대 오명창 중 한 사람인 정정렬은 성대가 약해, 소리를 하면 다음날은 목소리가 앓을 정도였다. 50이 넘어서야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이유였다. 중동중학교를 나온 김연수는 최고 학력 소리꾼이며, 이동백은 고종으로부터 판소리 역사상 가장 높은 벼슬인 정삼품 통정대부를 받았다.

수백년 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승된 판소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애환이 깃들어 있다. 그만큼 살아있는,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뜻이다.

이달 27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실시되는 전주세계소리축제는 `판소리`를 중심으로 한 `소리의 향연`이다. 옛 것 그대로 보존된 정통 판소리와 현대화된 소리를 만날 수 있다. 이와 함께 재즈, 클래식, 대중가요와 어우러지는 판소리가 곁들여진다.

한마디로 판소리로 얼마나 많은 판을 벌일 수 있는 가를 보여주는 한마당이다.

극단 타루는 `코믹 호러 판소리`를 선보이고, `한국의 설화 12바탕전`은 애니메이션으로 꾸면진다. 특히 김창룡 이동백 정정렬 김창환 송만갑 등 판소리 황금기의 소리를 복각본으로 전하는 `5명창을 찾아서`는 쉽게 만나기 힘든 자리다.

또한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 흠뻑 빠져 아직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신작 판소리 이순신가`가 준비돼어 있다. 인간 이순신의 드라마틱한 인생 여정이 김영옥 명창의 목소리로 되살아난다. 이 가을 책과 무대를 통해 판소리에 대한 관심을 한번쯤 가져보면 어떨까.

(사진 = 지난해 열린 전주세계소리축제)[북데일리 김대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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