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죠스>, '내 발 뜯어먹는게 뭐지' 될 뻔
책제목 <죠스>, '내 발 뜯어먹는게 뭐지' 될 뻔
  • 정지은 기자
  • 승인 2015.06.1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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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짓기의 어려움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모름지기 제목이란 원고의 내용을 오롯이 담고 있어야 하고 독자의 눈길을 끄는 동시에 호기심을 자극해야한다. 움베르토 에코가 얘기 한 것처럼 ‘누구나 알고 있는 뻔한 문장을 분해해 그 순서를 바꿔 다시 조합해야 생각지도 않던 새로운 이미지가 생긴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지만 안되는 걸 어떡하란 말인가."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저자 김홍민이 '제목 짓기의 어려움'에 대한 고뇌를 이렇게 일갈했다.

책 제목에 대한 고민은 소설가 김훈도 피해갈 수 없었다. 소설가 김훈의 <칼의 노래> 원래 제목은 '광화문 그 사내' 였다. 편집장이 어렵사리 설득하여 바꾼 제목이다. 김훈의 차기작이 <현의 노래>였으니 작가 스스로도 바뀐 제목에 만족했다는 후문이다.

로버트 스티븐슨의 모험소설 <보물섬>도 작가가 정한 제목은 ‘선상의 요리사’였다. 담당 편집자의 강력한 권유로 출간 직전에 바뀌어 호평을 받은 케이스다.

제목이라는 게 처음 지을 때는 마음에 안들었지만 세월이 흐른 뒤에 보니 ‘거 참 잘 지었네’하는 일도 종종있다. 앙드레 버나드 <제목은 뭐로 하지>에서 '죠스' 제목에 대한 일화를 소개한다.

'피터 벤칠리는 이렇게 기억한다. ’죠스' 라는 제목은 나와 편집자가 마직막 순간에 책이 인쇄에 들어가기 20분쯤 전에 필사적으로 도출한 타협안이었다. '백상아리', '상어', '바다괴물의 출현', '죽음의 아가리' 같은 제목부터 프랑수아즈 사강을 모방한 ‘바닷속 침묵’ 까지 100개쯤 되는 제목을 만지작거렸다. 아버지도 ‘내 발을 뜯어먹는게 뭐지’ 같은 제목을 몇 개 제안했지만, 결국 편집자와 나는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었다.

온갖 방식으로 조합된 제목 후보들 속에서 우리가 좋아했던 '단어'는 아가리, 즉 '죠스'였다. 결국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빌어먹을, 그만하고 죠스로 해버리지요." 그러자 편집자도 말했다. "그렇게 갑시다, 젠장" 아버지는 그 제목을 싫어하셨고 내 에이전트도 싫어했으며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나 역시 썩 좋지는 않았다.' - 앙드레 버나드<제목은 뭐로 하지> 중에서

'Timing, Target., Title'. 이른바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제목의 ‘3T의 법칙’ 이다.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이 세 가지뿐일 리는 없겠지만, 책을 만드는 이들이 타이밍, 타깃, 타이틀을 신경 쓰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저자가 원고로 말하는 사람이라면 편집자는 책으로 말하는 사람이다. 제 아무리 내용을 충실이 반영한 제목이라 하더라도 부르기 어렵고 어감이 나쁘다면 독자들의 호응도 기대하기 어렵다. 제목에 대한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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