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박노해의 옥중 사색 <사람만이 희망이다>(느린걸음. 2015). 18년 만에 새롭게 출간된 이 책은 "사람이 주인"임을 외쳐야 하는 시대에 여전히 울림을 준다. 책에 실린 '새벽별'이란 시를 소개한다.
새벽 찬물로 얼굴을 씻고 나니 / 창살 너머 겨울나무 가지 사이에 / 이마를 탁 치며 웃는 환한 별 하나 //
오 새벽별이네 //
어둔 밤이 지나고 / 새벽이 온다고 / 가장 먼저 떠올라 / 새벽별 //
아니네 //
뭇 별들이 지쳐 돌아간 뒤에도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는 별 / 끝까지 돌아가지 않는 별이 / 새벽별이네 // 새벽별은 / 가장 먼저 뜨는 찬란한 별이 아니네 / 가장 나중까지 어둠 속에 남아 있는 / 바보 같은 바보 같은 별 / 그래서 진정으로 앞서 가는 / 희망의 별이라네 //
지금 모든 별들이 하나 둘 / 흩어지고 사라지고 돌아가는 때 / 우리 희망의 새벽별은 / 기다림에 울다 지쳐 담든 이들이 / 쉬었다 새벽길 나설 때까지 / 시대의 밤하늘을 성성하게 지키다 / 새벽 붉은 햇덩이에 손 건네주고 / 소리 없이 소리 없이 사라지느니 //
앞이 캄캄한 언 하늘에 / 시린 첫마음 빛내며 떨고 있는 / 바보 같은 바보 같은 사람아 / 눈물나게 아름다운 그대 //
오 새벽별이네!
-273~274쪽
저작권자 © 화이트페이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