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순 동화작가와 함께한 ‘북밴’ 북콘서트
원유순 동화작가와 함께한 ‘북밴’ 북콘서트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4.09.23 2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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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사람 동물, 자연의 작가

 

[북데일리] “책을 좋아하죠? 그러면 이미 작가가 될 소질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이야기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으면 내 이야기를 하고 싶고 쓰고 싶어져요. 그럴 때 쓰면 돼요. 그게 작가의 기본적인 소질, 자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제가 아는 어떤 작가는 마흔 살이 넘어서 여성지에 장편소설을 썼어요. 첫 작품인데 당선이 되었어요. 그 여성은 계속해서 책을 읽었대요. 좋아하는 일을 많이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쏟아놓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러면 작가가 되는 거예요.”

 원유순 아동문학 작가가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초등학교 2학년 학생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지난 21일 성남시 중앙도서관에서는 ‘원유순 작가초청 북콘서트’가 열렸다. 이 행사는 ‘성남시 제1회 북페스티벌’ 행사의 일환이었다. 북콘서트에서는 책 이야기와 더불어, 책을 노래하는 밴드 ‘북밴’이 책 노래를 들려주었다.

 

 


동화작가 원유순은 1990년부터 지금까지 25년 동안 70여권 이상의 책을 썼다. <까막눈 삼디기>, <고양이야 미안해>, <잡을테면 잡아봐>, <우리엄마는 여자 블랑카> 등이다. 원유순 작가의 책을 읽어보면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뿐만 아니라, 상처받고 소외된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많이 느껴진다. 그녀 책의 주인공은 배추벌레 처럼 작고 보잘 것 없는 생명부터, 놀림 받고 소외된 어린이나 다문화 가정 이야기까지 상처받고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작가가 특별히 이런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뭘까?

 

“저는 산골에서 자랐고 초등학생 때 전학을 다섯 번 갔어요. 그렇게 전학을 많이 다니다 보니까 겉으로는 매우 활발하게 보였지만 속으로는 많이 외로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가난했기 때문에 부잣집 아이들과 잘 섞이지 못하고 상처가 됐던 것 같고요. 나중에 초등학교 선생님이 됐을 때는 폭력적이고 상처가 있고 소외받는 아이들을 잘 이해하고 보듬어 주지 못한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강원도 산골에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 까지 살았어요. 그렇게 자연과 매우 가깝게 살았기 때문에 풀과 나무, 작은 꽃들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죠. 그래서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쓰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행사 당일 주제 책은 초등학교 4학년 교과서에도 수록된 ‘고양이야 미안해’ 였다. 책에는 길가에 버려진 새끼고양이를 보고 구해주고는 싶지만 선뜻 나서는 못하는 주인공 ‘은선’이와 주변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마음은 있지만 행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 ‘죽은 휴머니스트’들이다. 작가는 이런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행동하지 못하는 양심’에 대해 일침을 가한 셈이다. 주인공 은선이와 같은 일을 만날 경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사회자는 작가에게 물었다.

작가는 ‘사랑의 리퀘스트’라는 TV 프로그램을 예로 들면서, “비록 적은 액수이지만 기부를 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며 “나는 어디에 속하는 사람인가를 생각해 보자”고 권했다. 더불어 이 이야기에는 “작으나마 내 형편에 맞게 행동하는, 즉 살아있는 휴머니스트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작가의 책 낭독에 이어, 북밴이 ‘고양이야 미안해’로 노래를 만들어 들려줬다. 노래를 들은 작가는 “노래로 들으니까 더 마음이 아픈 거 같다. 숙연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느낌을 전했다.

작가는 ‘명사와 함께 강연 30’ 코너에서 “풀과 나무와 꽃과 친구되어 놀아요”라는 주제로 이야기도 들려줬다. 행사 말미 ‘현재 구상중인 이야기는 뭔지, 언제까지 글을 쓰실 건지, 일기를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씀해 달라’ 등 성남시 초등학생들의 열띤 질문이 이어졌다.

“글은 연령 제한이 없기 때문에 저는 글을 쓸 수 있을 때 까지 쓰고 싶어요. 그리고 일기는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면 돼요.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고, 남에 보여주기 위한 글도 아닌, 내 마음을 풀어놓기 위한 글이예요.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게 일기죠. 세상에서 내 마음을 제일 잘 알아주는 게 일기 같아요. 그렇게 좋은 친구가 없죠.”

현재 그녀는 북한을 탈북해서 3국을 떠도는 가족 이야기와 한국 전쟁 이야기를 집필중이다. 또한 10월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최하는 ‘우리나라 문학 세계화 산업’을 위해 스웨덴을 방문해 3개월간 머물면서, 강연도 하고 책 소재도 찾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성남시에서는 최근 원유순 작가의 책으로 독후감 공모전을 열었다. 이날 작가는 ‘성남시장상’에 당선된 학생 두 명에게 친필사인이 담긴 책을 선물했다.

행사가 끝나고 한 학부모 여성 관객은 큰 감동을 전했다. “너무 좋았어요. 북콘서트에는 처음으로 4학년 아이와 같이 왔는데, 아이가 많은 것을 보고 느꼈을 것 같아요.”

어린이들에게 많은 생각거리와 지혜, 그리고 즐거움을 전해주는 북콘서트가 이렇게 마무리 됐다.

북콘서트 문의 02 323 1905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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