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투명인간이 되었을까
그는 왜 투명인간이 되었을까
  • 신 현철
  • 승인 2014.08.27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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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신작 소설 <투명인간>

[북데일리] 방송 프로그램 '개그 콘서트'에 '억수르'라는 코너가 있다. 아랍의 왕자 '만수르'를 패러디한 코미디이다. '만수르'는 우리나라의 '만수'라는 이름이 연상되어 친근감이 있다. 하지만 아랍에서 '만수르'라는 이름이 부의 상징이라면 우리나라의 '만수'는 평범한 중년의 이름으로 들린다.

성석제의 신작 소설 <투명인간> (창비. 2014)의 주인공은 '김만수'이다. 그는 머리가 절구통 같이 크고 팔다리는 쇠꼬챙이 같이 볼품없는 외모에, 또래 아이들에 비해 발달이 늦은 아이였다. 만수 아버지의 표현을 빌자면 만수네 3형제의 성격은 천양지차였다.

백수는 제 할아버지 빼닮아 천재 소리를 들을 정도로 똑똑하고 석수는 나 닮아 제 먹을 것 찾는 데는 영리하고 악착같았다. 중간에 낀 만수는 이도 저도 아니었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어쩌겠는가. 저 생긴 대로 생겨난 팔자대로 살아야 하는 것을. - 34쪽 

형제들 보다 모자란 만수는 대신 책임감과 성실함을 타고 났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온 가족을 부양해 나가는 것은 결국 만수의 몫이었다. 자신을 희생해 가면서 가족을 부양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외면, 더구나 부도난 회사의 공장을 끝까지 지키던 그는 억대의 손해배상으로 점점 비극적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이 소설은 세가지의 독특한 구성을 보여준다. 첫째, 주인공 만수의 주변 인물들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각 시점에 따라 에피소드들이 다양하게 묘사되어 소설의 재미를 이끌어간다. 둘째, 이 소설은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관통한다.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을 채변검사, 혼분식운동, 연탄가스 중독 등의 사소한 사건들로 전개하며 그 생생함을 더해준다. 셋째, 소설은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좌익 사상가인 할아버지, 거친 상농사꾼인 아버지, 기회주의자인 남동생, 학생운동에 몸담았다가 점점 물신주의에 물드는 여동생 등의 묘사가 치밀하다. 

소설 <투명인간>의 김만수는 개성도 존재감도 없는 이름이다. 몰락하는 그의 삶에서 그는 사회에서 밀려나고 소외를 당한다. 그래서 그는 투명인간이다. 소설은 개발 중심의 자본주의가 심화될수록 소외되는 사람들이 '투명인간'처럼 사회에서 도태되는 문제를 고발하고 있다. 이런 사회의 시스템에서 우리 또한 '투명인간'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삶을 포기하는 자살을 선택해야할까? 작가는 그렇지 않다고 만수의 입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죽는 건 절대 쉽지 않아요. 사는 게 오히려 쉬워요. 나는 포기한 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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