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 소녀의 정신질환 극복기
십대 소녀의 정신질환 극복기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8.26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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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앤 그린버그의 자전적 소설

 [북데일리] 근사한 로맨스 소설을 기대하는 제목과 표지와 달리 <난 너에게 장미정원을 약속하지 않았어>(챕터하우스. 2014)는 정신분열을 앓고 있는 십대 소녀 데버러의 이야기다. 작가 조앤 그린버그의 자전적 소설이다.

 누구나 어린 시절 한 번쯤 만났을 상상 속 친구가 열여섯 데버러에겐 여전히 존재한다. 친구뿐 하나의 세계로 확장되었다. 그리하여 데버러는 자신만의 세계 ‘이르’에서 살게 된다. 데버러는 수시로 ‘이르’의 언어로 말한다. 선생님, 친구, 가족들은 그런 데버러를 이해하지 못한다. 어느 부모가 자식이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고 믿을 수 없었다. 딸의 반복되는 자해가 아니었다면 정신병원으로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소설은 정신분열 치료기자 극복기라 할 수 있다. 데버러는 다양한 증상의 정신분열증 환자들과 함께 병동에서 생활한다. 병원 생활은 쉽지 않았다. 저마다 자신만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환자들은 때로 폭력을 행사한다. 데버러는 아직 ‘이르’에서 나올 생각이 없다. 때문에 그녀에게 의사와 간호사, 심지어 가족은 불신의 대상이다. 물론 가족들이 그녀를 사랑하며 담당 의사 프라이드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안다.

 책은 우리가 쉽게 마음이 아픈 병이라고 말하는 정신질환에 대해 다양한 시선으로 설명한다. 그러니까 병을 앓고 있는 데버러, 환자를 직접적으로 관찰하고 치료하는 의료진, 가족을 병원에 입원시킨 가족들의 고통을 상세히 들려준다. 그리고 그들을 향한 사회의 시선까지. 의료기술이 발달한 현재와 달리 1960년대를 생각하면 환자, 의료진, 보호자가 얼마나 힘들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카알라…… 넌 나갔다 왔잖아. 진짜 바깥세상에 말이야. 바깥세상은 우리가 여기 들어왔을 때와 같은 모습이야?”

 “모든 것이 정말, 정말 힘들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가끔 네 생각보다 나을 때도 있었어. 어떤 직장은 ‘정신 건강진단서’를 내라고 하고 그것을 중요하게 여기지. 하지만 바깥세상에는 정말 멋진 사람들이 있어서 그들과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해.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는 사이가 점점 벌어지는데도 모든 사람이 공손하게 대하면서 아침저녁으로 인사할 때의 기분이야.” (325쪽)

 데버러를 통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정신질환 환자들의 일상, 그들에게만 들리고 보이는 현상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상태에 따라 다른 병동으로 옮겨지고 퇴원으로 세상을 향해 나갔지만 다시 병동으로 돌아온다. 어쩌면 작가는 소설을 통해 경험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함부로 말해선 안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정신질환이 불치병이 아니라 치유가 가능하다는 걸 말이다.

 “네가 아주 많이 아플 때는 친구나 약간의 햇빛을 기억하는 것이 세상에 대한 시각을 바꾼다는 의미야. 그런데 아픈 사람에게 그런 시각의 변화는 허용되지가 않거든. 사람은 어떤 이유가 있어서 세상에 대한 요구를 포기한단다. 네가 그렇게 큰 것을 포기한 데는 이유가 있어. 이제 다시 세상에 돌아오니, 세상에는 어둠과 함께 다른 것들도 있었음을 기억해내게 된 거야. 전에는 주로 어둠만 있었던 것은 그것이 사랑이나 진실과 균형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지.” (364쪽)

 데버러의 경우, 현실과 ‘이르’의 세계에서 싸우던 그녀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3년이다. 물론 데버러가 온전하게 ‘이르’의 문을 닫았는지 확인할 수 없다. 가족과 떨어져 불안과 혼돈의 시간을 잘 견딘 데버러의 놀라운 의지와 의사 프라이드의 치료에 박수를 보낸다. 그래도 일반 독자에게는 매우 난해하다. 해설이나 옮긴이의 말을 통해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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