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로 쓴 사유의 문장들
두 발로 쓴 사유의 문장들
  • 장맹순 시민기자
  • 승인 2014.06.1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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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호 12인의 걷기 예찬

"길을 걷지 않으면서 떠오르는 말을 믿지 말아라."
 
[북데일리] <소로우에서 랭보까지, 길위의 문장들>​(예문.2013)은 영미유럽권 대문호 12인이 들려주는 '걷기철학'이야기다. 책은 작가 대부분 걷기예찬론자들로서 걷기를 통한 자기성찰과 사유를 담은 글들을 소개한다. 책에는 '직업적 산책가로 부른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걸어서 들판을 지나 야생속으로>, 문학은 머리와 발의 합작품이라 말하는 크리스토퍼 몰리 <예술로서의 걷기>등 대문호들의 걷기에 대한 소소한 즐거움이 풍성하다.

​ 정말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끝없는 호기심이 있다. 그는 수많은 진귀한 것들을 경험하는 데 열정적이다. 그가 쓴 글에는 음식과 술, 담배, 화창한 오후 제재소에서 풍겨 오는 냄새, 밤늦게 도착한 여관 등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그것이야말로 누군가가‘ 품속에 꼭 간직하는 책’이라고 한, 바로 그런 글이 아니겠는가(p.14)

 미국 소설가, 언론인으로 활동했던 크리스토퍼 몰리의 글이다. 이 글은 "문학은 머리와 발의 합작품"이라는 요지의 글로 영미 문화권에서는 꾸준히 읽히는 유명한 에세이다.​ 저자는 바로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아 적는 일기나 편지가 최고의 글로 평가받는 이유는 삶의 소소한 이야기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신은 단순히 걷는 행위를 넘어서 수많은 방식을 선택해 걸을 수 있다. 영리한 곡예사가 줄 위를 사뿐히 거르며 구경꾼의 입을 쩍 벌리게 만들뿐 아니라 그 위에서 식사까지 하는 것처럼, 당신은 빨리 걸을 수도 있고, 뒤를 돌아보며 걸을 수도 있으며(중략) 느릿느릿 산책할 수도 있고, 성큼성큼 걸음을 재촉할 수도 있다. 원하는 방향으로 몸을 틀수도 있다. 스스로 배웠거나, 보모에게 배워서 이런 놀라운 일을 해내는 것이 아니다. 당신 안의 영혼이 당신을 가르쳐 밖으로 이끈 것이다.(p.44)

 저자는 걷기에도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제 없는 ​대화처럼 부담스럽고 취직하기 위해서나 어떤 의무 때문에 억지로 말하는 것처럼 영혼이 왜곡될 수 있음을 걱정한다. 반면 목적을 가진 걷기는 인간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끄집어내고 인간의 신체를 이해하게 된다고 말한다.

​ 때로 산책을 하면서 어디로 가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왜일까요? 자연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자석과도 같은 미묘한 힘이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우리가 저도 모르게 굴복당해 끌려들어 가는 자연의 그 힘이 우리를 바르게 인도해 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걸어가는 그 길은 우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부주의와 어리석음으로 인해 잘못된 길로 들어서기 십상이긴 합니다만, 분명 옳은 길이 존재합니다. (p.145)
 
 길이란 모든 이들이 공유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아름다운 대지 위를 걷는 일은 신이 내린 자연의 힘을 따르는 일이며 집을 나서 산책할 때면 발걸음을 본능에 맡기라고 조언한다. 거기엔 나름 타당한 근거가 있고 선택한 길에 미래가 놓여 있기 때문이 아닐까.
 
 도보 여행자는 넓은 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기차를 타면 대륙을 건너려 하고, 차에 타면 한 마을을 건너려 하지만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같은 보행자는 월든 호숫가에서도 그 이상의 것을 찾아낸다. 기차를 탄 이는 책의 소제목들을 흘긋 볼 시간밖에 없을 것이고, 차를 탄 이는 책의 한 행도 놓치지 않겠지만, 소로우는 행간을 읽을 것이다. (p.259 )

​ 책은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10인의 에세이를 처음 소개해 생소하기도 하고 신선하다. 랠프 에머슨의 "걷지 않았다면 그들은 쓰지 못했을 것이다."는 말 한 마디로 걷기철학의 모든 것을 대변해 준다.'걷기'는 문인이 아닌 현대인들에게도 권장할만한 운동이다. 걸으면서 여유를 갖다보면 내안의 나를 만날 수 있는 호젓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장맹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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