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앨범 속 추억을 보는 듯
소중한 앨범 속 추억을 보는 듯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5.27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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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의 <땡크노미>

 [북데일리] 김영태의 <땡크노미>(해드림출판사. 2013)은 지금과는 다른 서울의 옛 모습과 삶을 만날 수 있는 성장소설이다. 1969년 중학교 3학년인 주인공 땡크와 친구들은 두려운 게 없다. 설명할 수 없는 깡과 패기가 넘친다. 작가는 주먹을 쓰는 상호와 공부 잘하는 땡크를 중심으로 뭉친 소년들의 우정을 들려준다.

 소설엔 이성에 대한 호기심, 세상에 대한 궁금증,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몰래 담배를 피우고, 여선생님을 좋아하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문예 교실에서 교지를 만들고, 공사장에서 고학생이라 속이고 일하며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 알아가고, 통금을 피해 몰래 종합병원에 들어가 잠을 자는 기발한 행동, 모두 그 시절에 가능했던 일이다.

교복을 입고, 등교할 때 교문 앞에서 복장 단속을 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같지만 선생님과 제자 사이에 오가던 정은 같지 않다. 빌딩 숲이 아닌 판자촌의 서울, 뭐든 원하는 건 다 가질 수 있어 결핍을 모르는 요즘 십대들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다.

 어디 그뿐인가? 아파트를 짓기 위해 판잣집을 헐어내기 위해 동원된 철거반원과 삶의 터전인 고향을 떠날 수 없는 노인들의 처절한 싸움, 전쟁터와 다름없는 공동변소에 길게 줄을 서서 소리를 지르며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 수도꼭지에서 가늘게 떨어지는 수돗물을 보며 답답해하는 마음, 같은 듯 다른 서울의 풍경은 아련한 추억과 씁쓸함을 불러온다. 한 나라의 수도이자 이제는 세계의 도시가 된 서울이라는 공간의 극과 극의 삶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생생하게 담은 소설의 한 장면, 한 장면은 마치 소중한 앨범 속 사진을 보는 듯하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그 시절의 서울에 독자를 데려다 놓는다. 다시 열린 청계천을 대하는 마음이 묘하게 달라진다. 작가의 경험에서 녹아내린 열여섯 살의 기억들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그 시대의 서울을 몰랐을 것이다. 아니, 그 시대의 삶을 몰랐다는 게 맞겠다. 누구나 겪는 사춘기지만 이 시대의 청춘들과 비교할 수 없는 찬란하고 맹렬한 성장통이다.

 ‘수많은 일들 속에 우리는 성장통을 앓고 있었다. 그건 전염성이 강했다. 중독성이 짙은 중병이었다. 가정에서 보호될 나이에 오히려 집을 걱정하고, 더 자라야 할 시기에 다 자란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했던 뻔뻔스러움. 그렇다. 우리에게 뻔뻔함이 없었더라면 이 일 년이 얼마나 지루했었겠는가.’ 303쪽

 소설 속 땡크와 친구들이 함께 웃고 울며 보낸 그 눈부신 시절을 통해 친구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새삼 확인한다. 점점 퇴색하는 생의 가치와 우정의 의미를 말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아이들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가 된 이들에게 아련한 추억을 불러온다. 더불어 방황과 불안의 시간의 보내는 청소년들에게 인생의 의미와 희망을 말해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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