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시를 가르치는 일. 가파르게 각박해지는 세상 일을 감안하면 매우 어려운 수업이다. 시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야 하고, 함께 느껴야 하며, 한편으로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아이들을 문학이 주는 즐거움과 창의의 세계로 이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연 그 현장은 어떨까.
<시인의 교실>(교육공동체벗.2014)은 ‘교사 시인’ 조향미의 첫 에세이집이다. 무엇보다 앞의 이유로 인해 책은 시를 알고 싶은 일반인에게도 매우 유용하다. 아름다운 문학과 경이로운 세계에 대한 친절한 가이드 역할을 한다. 시인의 말이다.
‘한 편의 문학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인간과 세계와 만나는 일이며, 사람살이의 욕망과 허위와 진실을 파악하는 일이다. 문학작품을 놓고 벌어지는 대화와 토론, 배움과 성장의 과정은 때때로 매우 드라마틱하다. 문학 수업은 예술적 행위이자, 철학과 윤리, 종교적 수행이며, 정치, 사회적 참여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문학 수업은 존재의 진실을 밝히며, 자유와 평화의 세계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책에는 문학을 만나 한 세월을 살아온 시인이 문학 교사로서 감수성 충만한 십 대들과 문학 작품을 함께 읽으며 보낸 기쁨과 행복의 시간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흔히들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것이 교사의 삶이라고 말하지만, 아이들을 만나는 일만큼 매 순간이 새로운 삶도 흔치 않으리라. 자연도 인간도 시시각각 변한다. 사람은 이중적이 아니라 다중적이며, 생의 얼굴은 천변만화한다. 미리 재단하고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생을 따라 갈 것. 진실하게 생을 탐구하고 사랑할 것. 스스로나 아이들에게 일깨울 것은 이밖에 또 무엇이 있으랴. 207쪽
책은 마치 어른인 독자에게 교탁에서 시인이 조근 조근 시를 설명해주는 듯하다. 한편으로 옆 반에서 하고 있는 재미있는 문학수업을 엿보는 감흥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