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콘서트로 만난 수원포럼, 즐거운 인문학 잔치로 승화
북콘서트로 만난 수원포럼, 즐거운 인문학 잔치로 승화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3.07.19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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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시인과 북밴이 함께 한 버라이어티 무대

"나는 내가 시를 쓰지 않았답니다. / 달빛이, 바람소리가 구름 없는 하늘을 지나갔지요. / 오월이면 물무늬 피라미 새끼들이 노는 모래밭을 지나는 낮달을 보았지요. / 눈이 부신 새잎들이 피어나 박수를 치며 / 새들을 부르면 / 연보라색 오동 꽃잎이 종을 치며 땅에 떨어졌지요. / 푸른 오디가, 푸른 버찌가 내게 말합니다. 날 봐요. 나를 불러봐요. (이하 중략)“ (김용택 시인의 시 '나의 시'중에서)

[북데일리] ‘섬진강 시인’ 김용택과 책을 노래하는 밴드 ‘북밴’이 18일 수원시청에서 북콘서트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수원시의 인문학 강좌 ‘수원포럼’의 일환이었다. 400석 규모의 대강당은 내, 외빈과 관객들로 꽉 채워졌다. 사회는 SBS 기상캐스터 이나영이 맡았다.

염태영 수원시장과 김용택 시인이 문학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특별히 염태영 수원시장이 김용택 시인과 나란히 앉아 대화를 주고받으며 무대를 빛냈다. 염 시장은 “김 시인의 열광적인 팬”이라며 “김 시인과 뜻 깊은 북콘서트를 하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문학 토크쇼를 방불케 할 만큼, 시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눠 관객의 귀를 즐겁게 했다.

올 4월 시집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창비. 2013)을 출간한 김 시인은 먼저 신작 시집의 도발적인 제목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키스야말로 우리 인간에게 가장 달콤하고 감미롭고 아름다운 행복이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행복함이 키스라고 생각한다. 그런 인간의 본래의 삶을 거대한 도시, 거대한 자본, 거대한 권력에 의해 빼앗기고 있다. 현대적인 삶에 대한 질문이 그 제목으로 나왔다. 아무데나 하는 키스가 아니라, 인생과 삶과 인간에 대한 진정한 키스를 말한다.“

수원 염태영 시장.

이어진 낭독시간엔 염태영 시장이 직접 시인의 ‘삶’이라는 시를 낭독했다. 이와 함께 영통도서관 직원 배미정씨와 시청 직원 송수경씨가 ‘사랑’과 ‘그 여자네 집’을 소개했다.

김 시인은 자전적인 삶을 노래한 ‘나의 시’를 낭독했다. 시낭송이 끝나자 사회자는 달빛, 바람소리, 구름, 낮달 등 섬세한 시어들에 감탄하며 “자연 속에서 시를 쓰는 시인의 모습이 그려진다”며 시인의 자서전 같다고 말했다. 이에 시인은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주위의 자연과 농사짓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시로 썼다. 농사짓는 일상적인 사람들의 삶이 시였다”고 전했다.

김 시인의 아름다운 시어는 문학을 노래하는 밴드 ‘북밴’에 의해 고운 선율로 바뀌었다. 북밴은 리더 김경은씨가 창작곡으로 만든 ‘나의 시’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시 만큼이나 뻬어난 노래에 관객들은 문학과 음악의 향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후 준비된 무대는 ‘30분 강의’. 초대된 작가가 내밀한 창작 과정과 작품 소개를 하는 시간이다.

“농사짓는 사람들은 정확한 말, 근거가 있는 말, 틀림없는 말만 한다. 나는 어머니를 통해 삶의 철학과 세상을 자세히 보는 눈을 배웠다. 어머니는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은 농사에 관련된 일을 잘했다. 어머니의 삶 자체가 곧 공부였다. 어머니께서 ‘참나무 이파리가 뒤집어 지면 사흘 후에 비가 온단다.’라고 말하면 사흘 후에 틀림없이 비가 왔다. 농사짓는 사람들은 참나무와 바람이 하는 일을 알고 있었던 것이고,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기들의 삶에 활용했다. 시인들은 시를 쓰는 고통이 있다고 하지만, 시란 바로 삶속에 있다.”

이와 함께 김 시인은 교사로 30년간 근무한 덕치초등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칠 때 일을 들려줬다. 그는 아이들에게 제일 많이 보는 나무를 하나 정하게 하고 “나무 봤어? 나무가 어떻게 하고 있대?”라고 계속 물어봤다고 한다. 이후 아이들은 나무에 대해 자세히 보게 됐고, 점차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더라는 것. 이 말은 아이들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김 시인의 메시지를 받아야 할 대상은 바로 우리다. 그는 다음과 같이 글쓰기와 시 그리고 삶을 말했다.

“뭐든 다시 보면 달라진다. 세상이, 어제와 오늘이 달라진다.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봐야 이해가 되고 내 것, 내 지식이 된다. 하나를 자세히 보면 옆도 보게 되고 생각도 정리하게 된다.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게 철학이다. 즉 모든 것을 논리적으로 철학적으로 정리하는 삶의 태도를 갖게 된다. 즉 글쓰기는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알게 하는 효과가 있다.“

시와 문학을 좋아한다는 중년의 한 여성 관객은 이날 공연에 대해 “너무 좋았다. 특히 음악이 함께한 오늘 모임은 예전의 다른 시낭송이나 문학모임과는 또 다른,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김 시인도 처음 뵀는데 너무 소탈하시고 때가 묻지 않은 이미지가 느껴져 존경스럽다”고 느낌을 전했다.

특별히 북콘서트로 진행된 제 37회 수원포럼은 즐거운 인문학을 만나는 장이 되었다. 북밴 북콘서트는  여타 공연과는 달리 차별화 된 무대를 선보이며 만족도 높은 북콘서트로 자리매김 했다. 문학과 음악, 책 토크와 강연이 한데 어우러진 북밴 북콘서트를 관람한 수원시 관계자들 역시 “역대 ‘수원포럼’ 행사 중 최고였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공연은 끝났으나, 북밴에 의해 음악으로 바뀐 김 시인의 시 ‘살구꽃 피는 마을’의 여운은 관객들 가슴에 오래도록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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