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글쓰기 훈련]은 글쓰기 실력을 높이기 위해 매일 하는 글쓰기 연습장입니다. 오늘은 공부, 학문 더 나아가 인문학이 국가와 자본에 의해 어떻게 통제되고 왜곡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글 한 편을 소개합니다. <침묵의 공장>(천년의상상. 2013)의 주요 내용입니다. 한문학자 강명관 님의 사유가 독특합니다.
<616> 인문학은 수공업이다
자본과 국가가 인문학을 가두었다. 학문은 국가에 시들었고, 공부는 자본에 지쳤다. 대학은 연구자들이 ‘연구비’라는 방진복을 입고 조용히 자본과 국가가 원하는 성과를 찍어내는 침묵의 공장이 되고 말았다. 이 괴물들이 침묵의 공장을 가동하는 오랜 시간 동안, 서서히 그러나 치밀하게 길들여졌다.
국어는 제멋대로 편집되었고 국사는 왜곡 당했으며 인문학은 굴종해야 했다. 다시 말해, 국어는 고대→중세→근대라는 도식에 의해 서구식 발전의 의미를 충족시킬 수 있는 내용만 주요하게 다뤄졌다. 한문학 영역을 삭제 당했다. 국사는 ‘민족’ 주어 아래 영웅서사시로서 ‘위대한’ 역사로 인정되는 내용만이 살아남았다. 인문학은 자본과 국가의 지원 아래 철저히 검열되고, 그 이익에 들어맞는 내용만이 힘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인문학적 사유는 기계처럼 찍어낼 수 없고, 구조에 의해 짜 맞춰질 수도 없다. 그것은 우리가 불온한 손길로 저항성과 비판성을 담아낼 때만 가능하다. 따라서 진정한 인문학은 수공업이다.
-임정섭 <글쓰기훈련소> 소장, 네이버 카페 <글쓰기훈련소> 매니저. <글쓰기, 어떻게 쓸 것인가>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