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소리를 통해 지혜를 전해주신 시인의 어머니
자연의 소리를 통해 지혜를 전해주신 시인의 어머니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3.02.2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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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김용택 시인이 지난달 27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문화홀에서 문학노래밴드 북밴과 '북콘서트’를 가졌다. 이날 김 시인은 오랫동안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자연과 교감을 이루며 살았던 풍경을 들려줬다. 그 내용이 놀랍다.

봄이 되면 ‘생강나무’ 꽃이 제일 일찍 피고, 제일 늦게 피는 나무 꽃이 있다. 바로 ‘짜귀나무’ 꽃이다. 참나무와 짜귀나무 꽃이 피면 우리나라가 산천이 연두색이 된다. 연초록이 되면 이파리가 두꺼워지고, 이때 바람이 불어 이파리들이 부딪치면 소리가 난다. 그리고 바람이 불면 참나무 이파리가 하얗게 뒤집어 진다. 이때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용택아, 저렇게 참나무 이파리가 하얗게 뒤집어지면 삼일 후에 비가 온다.”

참으로 놀라운 이야기다. 농사짓는 사람들은 수 천년 동안 자연을 바라보고 살았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정확하다. 지어낸 말이 아니라 삶 속에서 갈고 닦은 말이기 때문에 틀림없다.

소쩍새는 밤에 ‘소쩍 소쩍’ 운다. 어느 해에 어머니께서 “소쩍새가 ‘소텅, 소텅...’운다”고 말했다. 그 해에 그 동네는 흉년이 들었다. “소쩍새가 ‘소꽉, 소꽉...’하며 운다”고 말한 해에는 영락없이 풍년이 들었다. 또 오동꽃이 필 때 우는 꾀꼬리를 보자.

어머니께서 “꾀꼬리 우는 소리 듣고 참깨가 나고, 보리타작하는 도리깨 소리 듣고 토란이 난단다” 말했다. 실제로, 농부들은 정확하게 꾀꼬리가 울 때 참깨를 심고, 보리타작할 때 토란을 심는다. 놀랍게도 농사짓는 사람들은 자연의 소리, 현상들을 자신들의 삶으로 가져와서 과학적, 문학적으로 잘 활용했다. 어머니는 소리를 듣고 자식에게 교육을 시켰던 것이다.

가을에 애호박 똑똑 반달처럼 썰어 바위, 담장에 넌다. 지푸라기를 두 줄 레일 처럼 놓고 호박을 얹었다. 왜 그럴까? 바로 공기가 들어가 부패하지 말고 잘 마르라는 것. 그걸 보고 시인은 말한다. “우리 어머니는 가을바람이 하는 일을 알고 있었고, 가을 햇살이 하는 일을 알고 있었다.”

강연 말미에 시인은 “바쁘게만 생활하는 우리들이 자연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계절을 맞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삶의 지혜를 전해 주신 어머니의 눈으로 사물과 자연을 볼 수 있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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