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살아계신 당신은 `진정 행복한 사람`
부모 살아계신 당신은 `진정 행복한 사람`
  • 북데일리
  • 승인 2005.08.2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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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KBS 연기대상에서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로 대상을 수상한 고두심의 수상소감은 퍽 인상적이었다.

"어머니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어머니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을 사랑합니다."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를 집필했던 노희경 작가는 지난해 작가에게 주는 상이란 상은 거의 휩쓸었다. 그녀의 수상소감은 "아버지께 감사드려요"였다. 드라마에 등장했던 바람피우는 아버지가 바로 노희경 작가 자신의 아버지였고 노 작가는 그런 아버지를 저주했다.

죽음과는 좀처럼 거리가 멀어 보였던 어머니가 암으로 세상을 등지고 난 뒤 조금씩 아버지가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 취급조차 해주지 않는 딸을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니는 아버지가 서서히 아버지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그 때 처음으로 노 작가는 "아버지, 죄송해요"라고 했단다.

세상의 그 어떤 효자도 혹은 파렴치범도 `부모님`이란 단어만 떠올리면 목소리가 젖어든다.

고도원이 엮은 `부모님 살아 계실 때 꼭 해드려야 할 45가지`(2005. 나무생각)는 부모와 자식을 이어줄 수 있는 징검다리같은 책이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로 유명한 고도원은 "부모님이 살아 계신 당신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아직도 효도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지 않은가"라며 스스로 못다한 효도에 대해 자책한다.

고도원 특유의 친숙하고 편안한 문체가 마치 부모님이 옆에 계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글만큼 따뜻한 일러스트는 김선희의 작품.


조폭아빠의 눈물

평소 아들이 가까이 갈 수조차 없는 조폭 아빠 앞에 아들이 죽을 용기를 내 말을 건넨다. 담임 선생님이 숙제로 각자 아버지 앞에서 `내가 아빠를 사랑하는 20가지 이유`를 읽으라는 것이었다.

영문도 모르는 조폭 아빠는 숙제 운운하는 아들이 귀찮기만 한데 아들은 꿋꿋이 버티고 앉아 뭔가를 주저리 주저리 읽어댄다. "내가 아빠를 사랑하는 20가지 이유는......."

편지를 다 읽은 아들은 눈을 꼭 감고 혹시나 주먹이 날아올까 움츠리고 있는데 순간 아들에게 다가온 건 아빠의 주먹이 아니라 아빠의 눈물과 함께 콩콩 뛰는 아빠의 심장이었다.

내 몸보다는 자식 걱정

피천득 선생이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그 병원에서 의사로 재직 중인 아들이 병문안을 오자 피 선생은 이렇게 말한다. "저기 냉장고에 찬 밥있어. 배 고플텐데 데워서 먹어라"

좋아하는 것 챙겨드리기

나의 어머니는 홍시를 좋아하셨다. 언젠가 홍시가 먹고 싶다고 하셔서 나는 아무 생각없이 "나중에 사 드릴께요" 해놓고는 그만 잊어버렸다. 그 후 매일 퇴근할 때면 어머니는 뭔가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를 살피시곤 하다가 이내 실망하는 기색을 보이셨다. 나는 어머니가 왜 그러시는 지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셨고 그렇게 세상을 떠나셨다. 어머니를 부여잡고 울던 나는 갑자기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홍시, 홍시, 어머니가 홍시 한 번 드시고 싶다고 하셨는데..."

심장도 떼어줄 수 있는 사랑

한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청혼을 했다. 그 여자는 지금 당장 당신 어머니의 심장을 떼어오면 결혼해 주겠다고 했다. 남자는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서 어머니의 심장을 떼어 와 여자에게로 달려갔다. 그런데 너무 급히 달려간 나머지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그 때 어머니의 심장도 내동댕이쳐졌다. 그런데 그 심장이 아들에게 말했다.

"얘, 어디 다친 데는 없니?"

부모님의 부모님

결혼한 정현 씨는 오늘도 밑반찬 만들어서 갖다 주시는 어머니를 맞이한다. 저녁 같이 드시고 가라고 해도 어머니는 손사래를 치시며 막무가내다. 겨우 어머니를 달래 저녁을 먹고 차 한잔씩 마시는데 어머니가 찻잔을 만지작거리면서 혼자말처럼 말씀하신다.

"오늘은 왠지 나도 엄마가 보고 싶구나." (본문 중)

부모님이 뭔가를 먹고 싶다고 하면 그것은 `지상명령`이다. 천리길을 마다치 않고 달려가서 구해드려야 한다. 평소 맛있다고 드시는 물에 만 찬밥과 생선 가시에 붙은 듯 만 듯한 살 한 점과 다 깎고 남은 사과의 씨뿌리는 결코 맛있지 않다.

부모님에게도 부모님이 계셨다. 몸 밖으로 나와 탯줄은 끊었을지언정 그 몸과 마음은 결코 끊을 수 없는 것이 부모님의 부모님 그리고 또 그 부모님의 부모님에 대한 정이다.

부모님에게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드리지 말자. 아무 생각없이 내뱉은 말이 부모님에게는 대못이 되어 깊이 깊이 박혀 있다. 참회하는 뜨거운 눈물로 그 대못의 뿌리를 뽑아드려야 한다.

매일같이 이메일과 휴대혼과 메신저로 누군가와 소통해야 하는 당신, 그 소통 대상에 혹시 부모님도 포함되어 있는지 묻고 싶다. 쑥스러우면 장난전화라도 해라. 부모님은 언제 자식한테 전화올까 하루에도 몇 번 씩 전화기 앞을 서성거린다.

책장 한 장, 한 장을 넘기기는 쉽지만 책을 덮는 것은 좀처럼 어렵게 느껴지는 책이다.

(사진 = 피천득, 고두심 그림 = 김선희 일러스트) [북데일리 정문아 기자]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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