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 넘치는 `쇼핑` 어드벤처 드라마?
스릴 넘치는 `쇼핑` 어드벤처 드라마?
  • 북데일리
  • 승인 2005.08.0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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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채 지나기도 전 백화점과 패션몰 등 쇼핑가는 여름상품 세일이 한창이다. 8월 중순이면 백화점은 80%가 가을을 겨냥한 유행 상품으로 교체된다. ‘시즌상품 정리’를 노리는 알뜰 쇼핑객들은 나머지 여름동안 입을 옷들을 고르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는 시기. 하지만 원하던 물건을 싸게 구입하고자 참고 기다렸던 소비자들의 구매욕은 ‘반값’이라는 전단에 간혹 갈등하고 또 쉽게 무너져버린다.

사실 ‘세일’에 사는 정도야 애교로 봐줄 수 있지만, ‘꼭 사야했던, 반드시 필요한, 놓칠 수 없는...’등등의 이유가 늘상 따라붙어 집으로 돌아가는 양팔의 무게가 심각한 상태의 당신이라면 스스로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한 일간지에 게재된 쇼핑 자가 진단표.

① 내 쇼핑 습관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다.
② 쇼핑할 때 죄책감이 든다.
③ 쇼핑을 하는데 드는 시간과 돈이 점차 늘어나지만 별다른 느낌 이 없다.
④ 가족들이 보지 못하도록 쇼핑한 물건을 숨기곤 한다.
⑤ 쇼핑은 긴장이나 불안감을 풀어주는 나의 취미생활이다.
⑥ 물건이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사는 행위 그 자체를 더 즐긴다.
⑦ 쇼핑을 한 뒤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이 가득하다.
⑧ 돈 문제를 일으킬 정도로 쇼핑을 많이 한다.
⑨ 내가 얼마나 쇼핑을 많이 하는지 타인이 알면 기절할 것이다.
⑪ 물건을 사면 기분이 좋아진다.

- 건전형:10개 문항 모두 해당되지 않는 경우.
- 기분파:5,6,10번에 해당하는 경우. 평소 충동구매를 주의해야 한다.
- 경증:2,3,4,7,9번에 해당되는 경우. 평소 돈관리를 철저히 하 고 가족을 쇼핑에 동행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
- 중증:1,8번에 해당하는 경우.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받아본다 .

꼭 본인이 아니더라도 이런 테스트 문항들을 보자 생각나는 주변 인물들이 한 둘은 있게 마련. 현대 여성 10명중 2~3명은 쇼핑 중독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리고 있으니까. 기자 출신 작가 소피 킨셀라의 ‘쇼퍼홀릭(2005. 황금부엉이)’은 제목에서부터 튄다. 그래서 끌린다.

1탄에 이어 이미 출간된 후 영국과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로 떠올라 시리즈 소설로 자리를 잡고 있는 홀릭 시리즈 2탄 ‘쇼퍼홀릭- 레베카, 맨해튼을 접수하다’(2005.황금부엉이)가 출간됐다.

‘-holic’ 이란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태 즉 ‘중독’을 가리키는 말로 어떤 단어와 조합하든지 긍정적이지 못한 의미로 변질된다. 비슷한 의미의 mania란 어딘가에 열광, 심취 한다는 의미로 최근엔 ‘열정’을 겸비한 전문가 수준의 취미활동가들을 가리키기도 한다.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삼성동 코엑스 태평양홀에서 열였던 ‘제 4회 매니어 페스티벌 2005’에서는 특이하고 다양한 취미생활을 소개했다. 열정적 창조, 상쾌한 모험, 섬세한 몰두 등으로 구분된 다양한 동호회가 모여 특이한 취미생활과 독특한 개성을 선보였다.

혹시 이곳에서 쇼핑중독자 동호회가 참가해 다양한 퍼포먼스를 준비한다면 어떤 장면이 연출될까. 백화점 매대에 달라붙어 서로 자기 옷이라 우겨대는 두 여인, 그들은 각자 옆에 명품 브랜드의 로고가 박혀있는 십여개의 쇼핑백을 거느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

쇼퍼홀릭이란 단어의 의미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단순히 명품을 사거나, 불필요한 물건들을 마구잡이로 사 재끼는 것 이상이다. 전문가들은 쇼핑중독을 사회적 현상으로 보며 ‘심리적인 빈 틈을 제3의 방법으로 채우려는 반항적 투사’로 정의하면서 이러한 증상은 가족을 비롯한 타인을 병들게 한다는 진단을 내린다.

하지만 귀여운 쇼퍼홀릭 주인공 레베카는 ‘중독자’의 전형과는 구별되는 매력 덕분에 병적인 상태를 교묘히 비껴간다. 전세계 여인들의 눈과 생각을 즐겁게 했던 이 소설의 미덕은 주인공 레베카의 쇼핑스타일 속에 들어있는 사랑스러운 당당함이다. 그래서 그녀는 ‘중독’을 ‘매니아’로 바꾸어 버렸다.

“솔직히, 나는 사업가 기질을 타고난 것이 틀림없다. .....(중략) 우선 쓰지 않고서 어찌 돈 벌기를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나는 텔레비전 방소에서 입을 의상에 제법 많으 투자를 했으며, 아울러 값비싼 돈을 주고 머리도 몇 번 커트하고 손톱손질과 얼굴 마사지도 꽤 받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제대로 방송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니까, 아무렴!”

누구든 한번쯤 해봤을 자기위안, 특별히 맘에 드는 물건을 사기 전, 가격과 상황을 고려 할 때 굉장히 심한 갈등요소들을 어떻게 물리치는 지에 관해서는 여성이라면 100% 공감하는 부분이다.

런던을 떠나 이제 패션의 도시 뉴욕을 향한 레베카의 신나는 `쇼핑모험`은 어떻게 이루어질지 사뭇 기대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1탄과 다름없이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돈을 펑펑 써대는 철없는 사회 초년생 레베카의 모습은 여전히 연장되지만, 그저 단순한 쇼핑 중독자의 이야기를 주절주절 묘사한 것이 아니다. 이번에는 레베카라는 인물이 자신의 일과 사랑 속에서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 흥미롭게 펼쳐보인다.

그것이 대리만족 쇼핑을 바라는 일부 독자 뿐 아니라 내러티브에 비중을 두고 있는 깐깐한 독자들의 구미까지 당기고 있어 일반 소설에서 느끼지 못하는 즐거움을 만들어 낸다. 드라마의 재미에 신용카드 결제청구서를 받아들었을 때의 스릴까지. 그것 역시 쇼퍼홀릭, 우리의 레베카 블룸우드를 동경하는 독자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한다. (사진 = 1. `쇼퍼홀릭` 저자 소피 킨셀라 2. 미국에서 인기를 끄는 `쇼퍼홀릭` 철제조각상. 출처 www.cellinifinegifts.com) [북데일리 송보경기자]ccio@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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