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년 중편으로 썼다가 이듬해 장편으로 개작된 `머나먼 쏭바강`은 80년 후속작인 `인간의 새벽`과 합본돼 92년 민음사가 출간했으며 제1부 `쏭바강의 노래`, 제2부 `사이공 아름다워라`로 이름을 바꿔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94년 한국방송대상 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머나먼 쏭바강`은 베트남전 참전 국군 장병의 고귀한 희생에 바치는 `SBS의 추모비`라는 평가를 받았다.
문학평론가 김병익은 이 작품의 주제를 "전쟁 그 자체보다 전쟁의 침전물처럼 가라앉은 비참한 정경 속에서 사랑으로 격리감을 극복하고 인간과 인간으로서 이해하며 운명을 같이 하려는 정신의 모험"이라고 소개한다.
베트남 전쟁에서 `살육을 정당화해 주는 집단의 광기`를 다룬 이 소설을 읽으며 주인공이 빠져드는 환각의 세계에 젖어들때 세계의 근원적인 어둠과 절망을 만나게 되고,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절망이 삶의 근거라는 것이다.
신화학자 이자 소설가 이윤기에 따르면 `쏭바`는 베트남어로 `어머니 강`을 뜻하는 일반명사다. 베트남인들에게 신성한 모든 강은 ‘쏭바’이며, `바`(어머니)로써 신성한 모든 ‘쏭’(강)에 애정 어린 모성을, 다정한 육친성을 부여한다.
박영한의 소설에서 `쏭바`는 집단광기의 희생과 절망을 이끌어내는 모티브로 사용됐지만 최근 출간된 어린이 동화 `엄마 품같은 강`(2005. 베틀북)은 `쏭바`의 원래 의미를 한 소년의 유년기를 통해 이야기한다.
죽음이 뭔지 모르는 어린 소년은 엄마와 영원한 이별을 한다. 어두운 밤 집에 혼자 있다는 걸 깨닫고 겁에 질리기도 하며 때때로 너무 보고싶은 엄마 때문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럴 때 마을 근처의 강은 그에게 엄마와 같은 안식처이다.
묵묵히 흘러가는 강에서 아버지와 낚시를 즐기고, 친구들과 어울려 신나게 놀기도 하면서 자라나는 소년은 흐르는 강물에 슬픔과 아픔을 띄워 보낼 줄도 알게 된다.
중국 작가 루한시우(47. 본명 왕즈청)는 어린 시절 엄마를 잃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외로운 소년의 내밀한 심리를 잘 묘사했다. 그 역시 자칫 엄마의 부재로 삭막한 시절이 될 수도 있던 어린 시절, 자연과 더불어 마을 계곡의 즐거운 추억으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책은 소년의 성장기를 통해 자연의 품에서 찾은 `엄마의 따스함`과 어린시절의 추억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 것인지도 알게 해준다.
중국 동화 일러스트레이터로 주목을 받고 있는 허원쯔(43)는 투박하지만 살가운 그림체로 소년의 심경과 자연을 잘 묘사하고 있다.[북데일리 송보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