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임채연 기자] 정년퇴직을 앞두고 조용한 시골마을에 평소 소망하던 전원주택을 공들여 지었다. 그런데 그 집이 건축 미학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신간 <포천 소담재>(2024, 제대로랩)는 이영탁 전직 교사 부부가 이룬 소박한 성취 과정을 다룬 책이다.
인생 1막이 끝날 때쯤이면 적지 않은 도시인들은 노후를 보낼 행복한 공간을 꿈꾸게 된다. 주변을 둘러보면 그 소망을 실행해 아예 손수 집을 짓는 경우를 흔치않게 본다.
집 주인은 재직했던 학교 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으로 인연을 맺은 건축가와 집을 짓기로 했다. 그리하여 남편과 아내, 건축가 셋이 수많은 의견 차이를 조율한 끝에 완성했다.
경기도 포천에 지은 이 집은 독특하다. 무엇보다 주택에선 드문 일자형이다. 그로인해 생긴 30미터의 긴 복도는 미술관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책에 따르면 집을 길게 지은 이유는 마당과 자연 풍광을 최대한 누리고 즐기기 위해서다.
책은 집 공간을 구석구석 들여다보는 데서 나아가 한 채의 집을 짓기까지 벌어지는 수많은 에피소드를 담았다.
'사실 건축 소장에게 제일 힘든 손님은 따로 있었다. 집주인들이 이사 오기 전에 먼저 둥지를 틀고 새끼들을 다섯 마리나 키워낸 박새다. 그는 알에서 나온 박새 새끼들이 다 자라 날아갈 때까지 서너 번 이사를 시켰다. 너무 멀리 옮기면 어미새가 새끼들을 버리고 갈까 싶어 조금씩 조심스레 옮겼기 때문이다. 새가 찾아오는 집은 잘 된다는 이야기가 있어 더 정성을 들였다.'-142p
도시에선 사라진 이런 이야기가 깃든 이 집의 이름은 ‘소담재(鯂憺齋)’. ‘소담’은 편안함, 고요함이 되살아난다는 뜻이다. 이름 짓게 된 연유는 이렇다.
"오랜 시간 아이들을 가르치며 열심히 살아온 우리 부부가 그동안 소진되었던 내면을 회복해 남은 인생을 안정되게 살고 싶은 바람을 담았습니다.” -62p,
말하자면 누구나 꿈꾸는 힐링공간인데, 이 저택은 여기서 나아가 집(House)이 인간에게 주는 영향과 삶의 방식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소담재는 알음알음 입소문으로 알려져 EBS에 '건축탐구 집-내 인생의 마지막 쉼터'(2022년)란 이름으로 소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