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세대교체 돌풍…'82학번 CEO' 빈 자리 메워가야 하는 과제 남아
증권 세대교체 돌풍…'82학번 CEO' 빈 자리 메워가야 하는 과제 남아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4.03.18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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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보다 쇄신 나선 증권가
(왼쪽부터)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박정림 KB증권 전 사장, 김신 SK증권 사장. 사진=각 사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증권사들이 세대교체 돌풍을 지나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을 움직여온 82학번 CEO(최고경영자)들이 대거 물러나면서 이들의 전성시대가 막을 내리고, 차세대 CEO들이 빈 자리를 잘 메워나가는 과제가 남게 됐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정림 전 KB증권 사장에 이어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김신 SK증권 사장까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82학번' 동기가 나란히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세 사람 모두 1963년생으로 동갑내기다. 

NH투자증권에선 앞으로 정 사장의 빈자리를 윤병운 사장 내정자가 메우게 된다. NH투자증권은 오는 27일 제5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윤 사장 내정자 사내이사·대표이사 선임 건을 승인한다. 윤 사장 내정자는 1967년생으로, IB 전문가이자 '정영채 사단'으로 분류된다. 

정영채 사장은 1998년 대우증권에서 시작해 2005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IB대표를 거쳐 2018년 대표직에 올랐다. IB업계에서 영향력이 높기 때문에 IB대부라는 말도 듣는다. 이번 주총까지 임기인 정 사장은 의장으로서도 마지막으로 설 예정이다.

SK증권에서는 김신 대표가 10년간(121개월)의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김 사장은 업계 장수 CEO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1986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1987년 쌍용증권(현 신한투자증권)에 입사하면서 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미래에셋증권으로 옮겨 2010년 미래에셋증권 각자대표를 거쳐 2012년 현대증권 대표, 2014년부터 SK증권 대표까지 총 3곳에서 약 15년간 대표직을 유지했다. 그는 국내 채권운용 '1세대', 채권 브로커 출신 최초 사장으로도 불려왔다.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도 지난해 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박 전 사장은 2019년부터 KB증권의 WM(자산관리)부문을 이끌다가 라임펀드 관련 금융당국 중징계 통보와 KB금융 자회사 인선 시기가 겹친 가운데 연임이 무산됐다. 

정 사장도 같은 때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후 두 대표는 작년 말과 올해 초 각각 금융당국을 상대로 법원에 중징계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당분간 사법 리스크는 벗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SK증권은 오는 25일 주총에서 박정림 전 사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을 승인할 예정이다. 김신 사장은 임기 만료 이후에도 회사에 남아 해외사업, 신사업 등을 구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 사령탑의 세대교체는 작년 말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물러난 것을 시작으로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이 메리츠금융지주로 이동했다. 그 빈자리는 각각 김미섭·허선호 각자대표와 장원재 대표가 채우고 있다. 

정통 IB맨이자 한투맨인 한국투자증권 정일문 전 사장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부회장으로 승진 이동했다. 정 사장은 2019년부터 5년간 한국투자증권을 이끌었다.

삼성맨인 삼성증권 장석훈 전 사장도 작년 말 사장단 교체에 따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현재는 삼성글로벌리서치 사회공헌 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 장 사장은 2018년부터 삼성증권 대표를 맡았다. 

정 사장은 단국대 경영학과 82학번, 장 사장은 연세대 경영학과 82학번으로 이들 역시 증권가를 주름잡은 82학번 CEO였다.

한국투자증권에서는 부동산 PF 1세대이자 IB 전문가인 김성환 사장이, 삼성증권은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장 사장을 지낸 박종문 사장이 바통을 이어받게 됐다. 

세대교체 돌풍을 피해간 82학번들도 있다. 김성현 KB증권 IB부문 대표는 연세대 경제학과 82학번이다. 김 사장은 2019년부터 박정림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를 맡아오다가 올해부터는 이홍구 WM부문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를 맡고 있다.  

대신증권은 27일 주총에서 오익근 대표 3연임을 최종 확정한다. 대신맨인 오 대표는 1987년에 대신증권에 입사하면서 증권맨 생활을 시작했다. 2020년 대표이사에 올라 2022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1964년생 홍원식 대표의 후임으로, 1963년생 성무용 전 대구은행 부행장이 내정됐다. 홍 대표의 경우 2013년부터 2019년까지 6년간 이베스트투자증권 대표를 지낸 바 있었다. 

외국계 증권사인 유안타증권은 궈밍쩡 대표이사 후임으로 뤄즈펑 수석부사장이 내정됐고, 교보증권 박봉권 대표(1963년생), 한양증권 임재택 대표(1958년생), DB금융투자 곽봉석 대표(1969년생)는 연임에 성공했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1965년생)도 2년 임기로 유임된 바 있다. 

황현순 전 키움증권 사장은 1967년생으로 이번에 세대교체가 이뤄진 CEO들에 비해 비교적 젊은 나이지만 영풍제지 사태로 퇴임했다. 이에 전략기획본부장을 역임하던 엄주성 키움증권 사장이 바통을 이어받게 됐다.  

한편 최근 황 전 사장은 다우키움그룹 계열사이자 국내 대표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의 신규 사내이사 후보에 올랐다. 

몇몇 증권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로 인한 실적 악화가 연임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임원분들이 자기 분야에 계속 올인하셨던 분들이고 증권사의 투자범위 등도 점점 넓어지기 때문에 각자 대표도 많이 하는 추세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아무래도 작년에 워낙 증권사들에 사건사고가 많이 있었으니, 이제 새롭게 오신 분들은 돈 버는 것은 물론이고 리스크 관리에 좀 더 방점을 두시고 관리부서나 관련 부서에서도 더 많이 신경을 쓰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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