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동산 투자 엉망…5대 금융지주 속앓이
해외부동산 투자 엉망…5대 금융지주 속앓이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4.02.21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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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 증권, 보험 등 평가손실 총 1조 돌파..
평가금액 '0원' 사례도
사진=삼성증권
사진=삼성증권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국내 5대 금융그룹이 해외 부동산에 20조원 규모를 투자해 이미 최소 1조원이 넘는 평가손실을 기록 중이다. 공실 증가와 고강도 통화긴축 등에 따라 해외 상업용 부동산 가치 하락이 만성화되면서 추가 손실도 우려된다.

5대 금융그룹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곳의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는 하나금융(6조2458억원), KB금융(5조6533억원), 신한금융(3조9990억원), 농협금융(2조3496억원), 우리금융(2조1391억원) 등 원금 기준으로 20조3868억원(총 782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대출채권을 제외하고 수익증권과 펀드 등 512건의 투자에 총 10조4446억원의 원금을 투입, 전체 평가 수익률은 -10.53%를 기록 중이다. 내부수익률(IRR) 산출이 가능한 투자 514건 중 약 10%(51건)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주요 사례별로는 취약지역으로 꼽히는 북미 상업용 부동산 투자실패 사례가 상당수다. KB증권이 지난 2014년 10월 미국 뉴저지의 한 상업용 빌딩에 179억6800만원을 수익증권 형태로 투자한 건은 현재 평가금액이 약 11억원에 불과해 손실률이 -94%에 달했다. 신한투자증권은 2020년 12월 미국 전역의 30개 호텔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수익증권에 약 218억원을 투자했는데 현재 평가액이 17억원 수준으로 줄어 수익률이 -92%를 기록했다. 

하나금융과 농협금융은 동일한 미국 상업용부동산에서 -100% 손실률을 찍었다. 2018년 6월에 투자했던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있는 20 타임스퀘어 건물이다. 하나손해보험은 지난 2018년 6월 이 건물에 114억2242만원을 수익증권으로 투자해 전액을 손실 처리한 상태다. 4억5000여만원 배당금을 쳐도 IRR은 -98.49%다. 농협생명보험도 같은 시기 571억원을 투자했으나, 현재 평가금액은 0원이다. 누적 배당금은 23억원을 고려한 IRR은 -98.35%로 하나손보 상황과 대동소이하다. 두 회사 모두 이지스자산운용의 '이지스글로벌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198호' 사모펀드에 투자해 치명상을 입었다.

특히 2주 전 미국 지역은행 뉴욕커뮤니티은행(NYCB)의 부실대출과 주가폭락 사태로 해외 상업용부동산 관련 위기가 재조명된 상황이다.

다만 국내 금융지주들의 해외 CRE 관련 손실은 선제적 손상차손 인식 등에 따라 해외 은행들에 비해서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이경자·김재우·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3대 금융그룹(KB, 신한, 하나) 산하 증권사들이 보유한 해외 CRE에 대해서 유가증권 손상차손을 이미 지난 2~3년간에 걸쳐 보수적으로 인식한 점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CRE 리스크는 급진적이기보다 만성적으로 부동산과 금융시장에 부담을 줄 전망이다"며 "CRE 관련 은행들의 실적 부담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윤석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은 중소형 지역은행을 중심으로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반면, 국내의 경우 공격적 해외투자를 감행했던 증권사·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작년 6월 말 기준 국내 금융사의 해외부동산 투자액은 56조 원 규모이며, 올해 14조 만기가 도래한다. 금융감독원 국내 금융사의 해외부동산 투자내역을 사업장 단위로 점검할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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