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척척…이복현 "채권단 폭넓게 지원"
태영건설 워크아웃 척척…이복현 "채권단 폭넓게 지원"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4.01.09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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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일가 새 입장, 산은-채권단 긍정적 평가
글로벌 PEF KKR 에코비트 공동매각 협조완
태영 "에코비트 팔면 충분…부족시 지분담보"
11일 채권단 1차 협의회 투표 75% 동의 남아
9일 오전 '신년 금융 현안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감원장(가운데),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왼쪽), 김성태 기업은행장(오른쪽). 사진=연합뉴스
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2024년 신년 금융 현안 간담회에서 왼쪽부터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김성태 기업은행장,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이복현 금감원장(가운데),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태영건설 워크아웃 국면이 우여곡절 끝에 9일 청신호를 켰다. 채권단의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 투표를 단 이틀 앞두고 태영 총수 일가가 뒤늦게 성의를 보이자, 채권단은 경계 태세를 풀지 않으면서도 대주주의 책임이행 의지가 긍정적이라고 표명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채무자 측이 회사를 살리려는 의지가 확인될 경우 채무자의 직접 채무뿐만 아니라 직간접 채무, 이해관계자에 대한 지원 등도 폭넓게 고려하는 것이 워크아웃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고 언급한 것은 채권자 75%가 동의해야 하는 관문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 필요시 지주사·SBS 담보 전량 "올인"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채권단은 태영그룹이 발표한 추가 자구계획과 계열주의 책임이행 의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위해 태영그룹 창업회장 윤세영 회장과 윤석민 회장이 이날 오전 발표한 새로운 입장에 대한 채권단의 첫 일성이다. 

이에 앞서 태영그룹 윤세영 창업회장과 윤석민 회장은 같은 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각각 4페이지와 1페이지 분량의 입장문을 낭독했다. 이날 태영 측의 새로운 입장은 기존 4가지 자구계획을 원안대로 이행하는 한편, SBS미디어넷 등 다른 계열사를 활용한 자금조달 방안 추가 및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영건설 유동성 부족시 티와이(TY)홀딩스 지분과 TY홀딩스 보유 지분 담보 제공이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사옥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태영그룹 윤세영 창업회장(가운데), 윤석민 회장(왼쪽). 사진=화이트페이퍼

이날 사주 일가는 그간 기존 자구안 미이행 논란에 대해 사과하며 추가 자구의지를 피력했다. 윤세영 창업회장은 "태영건설을 꼭 살려내겠다. 태영그룹의 모든 것을 걸고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고, 윤석민 회장도 "반드시 태영건설을 정상화해서 채권단과 협력업체, 수분양자 등 모든 분들께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가 경제에도 충격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TY홀딩스 최대주주인 윤석민 회장의 지분율(25.4%)과 서암윤세영재단(5.40%) 등 태영 사주 일가의 TY홀딩스 지분은 33.7%다. TY홀딩스는 약 29%의 자사주도 있다. 또 TY홀딩스의 SBS 지분율은 36.9%다. 이날 종가 기준 티와이홀딩스의 시가총액은 2638억원, SBS 시총은 5425억원이다. 지분담보와 관련해 최금락 TY홀딩스 부회장은 "전체가 필요하다면 전체를 내놓을 것"이라고 확언했다. 

■ 태영 "에코비트 가격 '3조' 훨씬 넘을 것" 

채권단은 11일 1차 채권단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서면(팩스, 이메일) 결의로 결정한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개시된다. 산은이 파악한 609개 채권자 중 산은에 신고한 채권액을 기준으로 의결권이 부여된다.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자산부채 실사를 위한 채권행사는 3개월간 유예되고, 4월 11일께 2차 협의회에서 경영정상화 계획을 확정하게 된다. 이에 따라 실사기간 동안 태영건설이 상거래채권 상환 및 운영자금 등의 유동성 부족 시 총수 일가 자구안이 접점을 찾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채권단을 향해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지원을 당부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산업은행 회장과 기업은행장, 7개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 농협, 한투, 메리츠) 회장들과 '신년 금융현안 간담회'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핵심적으로는 전체 그룹의 유동성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또한 "오늘 채권단 내지는 금융회사 CEO(최고경영자)분들께서 말씀하신 정신에 비춰보면 (태영 사주일가가) 근본적으로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수단을 전부 다 내놓더라도 기업을 살리겠다라는 오너의 어떤 헌신 내지는 확신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이 있어야 된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창업회장과 만난 일화도 전했다. "태영 윤세영 회장께서 한번 보자고 하셔서 제가 한번 만났다. 사실은 이제 솔직히 말씀 드리면 최근에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과 채무자 회사 쪽 지난주 중후반 이후부터는 상당한 불신이 생기는 가운데 더 이상 논의가 어려운 국면이 일부 하루이틀 있었고, 그 상황에서 저도 태영 측의 진실성에 대한 신뢰에 대해 여전히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적어도 경제적 이해관계 측면에서 어떤 지점에 어려움이 있었느냐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는 됐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9일 신년 금융 현안 간담회를 마치고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화이트페이퍼

아울러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채권단은 워크아웃 신청 기업에 대한 금융채권을 유예함으로써 유동성 여유를 주고, 채무자는 상거래채무와 같은 비금융채무 상환에 필요한 운영자금을 부담하는 것이 (워크아웃의) 기본구조"라며 "워크아웃 기본 취지에 따른 채권단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감독당국도 비조치의견서 발급 등을 통해 담당자 사후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태영 측은 시장에서 몸값 2~3조원 수준을 거론하는 '에코비트' 매각도 자신했다. 에코비트는 티와이홀딩스와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가 지분 50%씩 공동소유한 계열사다. 최 부회장은 "KKR 협조가 필요했는데 적극적으로 협조 의사를 약속하면서 공동매각 관련 계약도 맺었다"며 "저희가 갖고 있는 담보가액이 1조5000억원 이상이라고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아마 실제 시장에서 판매가 이뤄지면 KKR과 저희는 훨씬 더 큰 금액이 매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세영 창업회장은 태영건설의 정상화 가능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윤 창업회장은 "사실 태영건설은 창사 이래 지난 50년 동안 적자가 난 해는 단 두번이다. 공사를 수주할 때는 반드시 10%이상 수익률을 확보한다는 '10% 룰' 원칙이 있어서 IMF와 금융위기 때도 흑자를 냈던 건실한 기업이다. 지난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영업이익이 1300억원대로 추정되고, 올해도 그 이상의 실적을 올릴 사업계획이 마련돼 있다. 태영건설의 현재 수주잔고는 12조5000억원에 이른다. 앞으로 3년간 한해 3조원씩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규모이고, 이 가운데 PF보증 없는 수주 비중이 71%에 이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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