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마련] 샐러리맨의 전세탈출기 ③ 입주
[내집마련] 샐러리맨의 전세탈출기 ③ 입주
  • 아이엠리치
  • 승인 2006.10.2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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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납부기일인 11월 21일까지는 약 한달 정도의 기간이 남았다. 먼저 11월 10일 전세 살던 집을 뺀 후 낙찰가옥에 입주할 때까지 임시로 거처할 곳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 기간이 한 달, 아니면 그 이상이 될 지 기약이 없었지만 서초동에 사무실이 있었던 'P'씨는 양재동에 있는 사촌 동생의 집에서 당분간 머물기로 하고 'P'씨의 아내와 두 살된 아기는 고척동에 있는 'P'씨의 친형 집에 기거하기로 하고 양해를 얻어놓았다.


11월 10일 전세를 뺀 후 예정대로 'P'씨 부부의 기약없는 별거생활이 시작되었다. 이삿짐은 보관센터에 맡기고 꼭 필요한 옷가지와 생필품들만 챙겼다. 내 집이 생기는 것인데 이 정도 어려움쯤이야 견디지 못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산을 하나 넘으니 다음으로 낙찰대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대기하고 있었다. 우선 'L'씨의 도움을 받아 예상비용을 추정했다. 낙찰대금 8760만원, 취득세, 등록세 등 제세금과 채권매입비, 법무비용 등이 약 570만원, 명도협의비용 약 180만원, 수리비용 약 300만원, 이사비용(보관료 포함) 약 70만원 등 총 9880만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전세보증금 4500만원, 입찰할 때 마이너스 통장에서 인출하여 보증금으로 납부한 400만원을 포함하여 준비된 자금은 4900만원으로 약 5000만원 정도가 부족했다. 그간의 거래은행을 통해 경락잔금대출을 의뢰한 결과 5000만원 정도의 담보대출이 가능해 자금조달은 충분했지만, 5000만원 대출에 대한 이자도 부담이었거니와 총 소요비용의 50%를 넘는 금액을 대출을 통해 메운다면 내 집이라 해도 내 집 같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내키지가 않았다.


별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이 며칠이 지난 후 양가부모로부터 1500만원이라는 거금이 지원되었다. 양가 부모도 자식 내외가 전세보증금 밖에 없음을 알고 있는 터라 집을 샀다는 얘길 듣고는 내심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1500만원이 지원되자 의사결정이 사뭇 빨라졌다. 11월 21일 대금납부일에 서초동에 있는 'S'은행을 통해 경락잔금으로 3500만원을 대출받음과 동시에 낙찰자인 'P'씨 아내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완료하였다. 난생 처음으로 주택 한 채가 등기부등본에 'P'씨 부부 정확하게는 'P'씨 아내  가 소유자로 등재된 매우 뜻 깊은 날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아직 명도가 끝나지 않아 낙찰가옥의 열쇠를 넘겨받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렇다. 소유권 이전까지 다 마쳤지만 그것으로 다 끝난 것이 아니었다. 가옥명도(집 비우기)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하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었다. 'P'씨는 'L'씨 권유로 점유자(소유자)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하여 낙찰대금을 납부하기 전에 낙찰 받은 아파트를 찾아 갔으나, 소유자 부부는 거주하지 않고 초등학생 아이 둘과 이들을 돌보고 있는 아이들 이모가 거주하고 있었다. 명도가 쉽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일단 철수한 후 다음날 낙찰대금을 납부하기까지의 경과사항과 가급적 원만한 해결을 원한다는 내용을 담은 3장 분량의 장문의 편지를 작성하여 내용증명이 아닌 일반우편으로 보냈다. 내용증명으로 보내면 명도협의가 더 경색될 것을 고려한 처사였다. 물론 전화번호 남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편지를 받고도 연락이 없으면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그래도 연락이 없으면 인도명령신청을 통한 강제집행절차에 돌입하고자 하는 계산이 깔려 있었으나, 다행히 점유자(전소유자)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처음 만남부터 협의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았다. 전소유자는 공사하고 있는 곳이 마무리가 되지 않아 아직 이사할 곳이 마련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당장 이사할 수 없으므로 여유를 좀 달라고 하였고, 이주비용으로 200만원을 요구하였다. 'P'씨는 투자가 아니라 전세금 인상 때문에 부득이 경매로 내 집을 마련하게 된 것으로 자금사정이 넉넉치 않으니 150만원 정도 밖에 줄 수 없음을 이해해달라고 하였다. 아울러 지금 처자와 떨어져 생활하고 있고, 이삿짐도 보관하고 있다는 등 가급적 감정에 호소하는 방향으로 전소유자를 대했다.


인도명령에 의한 강제집행이라는 절차가 있었지만, 실수요용으로 직접 거주하려면 강제집행보다는 협의에 의한 명도가 이미지상 좋겠다는 판단하에 최대한 전소유자를 자극하지 않으려 애썼다. 이후에도 두 차례 더 만나면서 이주시점과 이주비용을 조율하였다. 물론 만날 때마다 'L'씨가 함께 동행하였고, 명도협의는 모두 'L'씨의 주도하에 이루어졌다. 전소유자는 건설업을 하던 사람으로 처음 보기에 인상이 만만치 않아 보였으나, 그렇게 앞뒤가 막힌 사람은 아니었다.


결국 세 번째 만남 끝에 12월 20일에 이주를 하고, 이주비용으로 150만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주 예정일인 12월 20일, 당초 합의한대로 전소유자는 이주비 150만원을 받고 이사를 하면서 그간 체납된 관리비까지 정산해주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었다. 'P'씨는 이주한 날부터 3일정도 기간을 두고 싱크대, 도배, 장판, 칠 등 기본적인 수리만을 한 후 드디어 성탄절 이브 하루 전날인 12월 23일에 대망의 입주를 하게 되었다. 사당동의 전셋집을 빼고 'P'씨 부부가 별거에 들어간 지 43일만이자, 10월 5일에 아파트를 낙찰받은 날로부터 2개월 18일째만이다.


기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강제집행을 통하지 않고 원만하게 명도협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이 무엇보다 다행일 수 없었다. 이후 'P'씨는 이곳에서 4년 넘게 거주하다 가격상승기를 틈타 2005년 7월에 낙찰받은 아파트를 매각하고 같은 아파트 단지내 31평형으로 넓혀갔다. 샐러리맨 'P'씨의 내집마련의 꿈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이영진 디지털 태인 경매사업담당 이사]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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