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연체쇼크] 현대카드, 마케팅 리더들의 판촉비 '빅컷'
[카드사 연체쇼크] 현대카드, 마케팅 리더들의 판촉비 '빅컷'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3.12.01 2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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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비 32% 절감에도, 전체 카드비용 16%↑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부회장(위).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 사진=현대카드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부회장(위).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 사진=현대카드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현대카드는 연체율 관리와 대손비용 감소 등에 힘입어 올해 3분기까지 업계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다만 반등한 실적 이면에는 상당폭의 카드대출 자산 축소와 판촉비 절감, 그럼에도 늘어난 카드비용 등이 놓여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 움츠러든 카드업계에 긴장감을  

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 3월 애플페이 국내 도입 이후 실제 회원수 및 점유율 증대, 실적 반등을 입증해 움츠러든 업계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카드의 3분기 누적 영업수익은 2조4374억원으로 성장폭이 다소 둔화됐으나 영업이익은 2919억원, 당기순이익은 2257억원으로 각각 15.3%, 8.6% 반등했다.  올 들어 8개 전업카드사 순이익이 11.7% 줄어든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것이다. 

업계에선 현대카드의 실적 반등 원인으로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보수적인 영업 기조로 전환한 점 등을 꼽고 있다. 현대카드는 타사와는 달리 영업자산의 약 100%를 신용카드 자산으로 구성, 본업에만 전념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현대카드의 신용카드 자산은 약 20조원이고 이중 신용판매가 11조5000억원, 카드대출 자산은 약 5조3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비 신용판매(일시불+할부) 자산은 21.8% 감소, 카드대출 쪽도 현금서비스가 13.5% 감소, 카드론도 7% 감소했다.  

이에 반해 카드수익은 작년 3분기 9742억원에서 올해 3분기 1조1807억원으로 21.2%나 늘었다. 이자수익 역시 9242억원으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0.3% 증가를 기록했다. 

카드수익의 주요 구성항목을 보면 가맹점수수료 수익이 1조1867억원으로 6.1% 증가한 것을 비롯해 연회비수입이 2094억원(+16.3%), 생활서비스수수료 458억원(+32%), 해외수입수수료 827억원(+117%) 등 일제히 호조세를 보였다. 

예를 들어 3분기 누적 연회비수입의 경우 같은 기간 삼성카드(737억원)의 약 3배에 달하는 것으로 프리미엄 카드 시장에서 현대카드만의 우수한 영업기반 등이 가늠되는 대목이다. 

반면에 카드대출에서는 타사와 비교해도 확연히 움츠러든 실적이다. 경기여건 악화 등을 고려해 카드대출 자산을 늘리기엔 녹록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3분기 말 기준 현대카드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은 0.69%로 전년 말(0.90%) 대비 0.21%p 개선됐고 부실채권인 무수익여신비율도 0.69%로 0.01%p 낮아졌다. 

2023년 3분기 현대카드 분기보고서 일부. 자료=금감원 다트 취합

회원수 증대와 점유율에서도 빠른 속도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대카드 회원수는 3분기 말 기준 약 1192만명으로 1년 전보다 13.4% 증가했고 지난 6월 말 총이용실적 시장점유율은 KB국민카드를 제치고 3위(한국신용평가)로 올라선 데 이어, 지난 10월 한 달간 개인 신용판매 취급액에선 근소한 차이로 삼성카드를 제치고 신한카드 다음인 2위까지 올라섰다. 

■ 연체충격 막았지만 비용 압력 엿보여   

이익규모로 보면 현대카드는 신한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에 이어 업계 4위이지만, 성장성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초 정태영 부회장과 김덕환 대표 2명의 각자대표 사내이사 체제로 복귀한 이후 실적이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현대카드는 지난해 9월 김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임과 실적 부진이 맞물려 정 부회장의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현대카드는 김덕환 대표가 2021년 4월 취임하면서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해 김 대표가 재무, 영업, 리스크 관리 등을 담당하고 정 부회장은 중장기 경영전략과 미래 신사업 발굴,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 등을 총괄하는 업무분장이 이뤄진 바 있다. 

그러던 중에 경영공백이 수개월째 지속되면서 당시 업계에선 현대카드가 후임이 될 만한 적임자를 찾지 못 해 곤혹을 겪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어 약 4개월간 경영일선을 떠났던 김 대표가 복귀해 지난 3월 29일 다시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됐다. 김 대표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1976년생으로 업계 최연소 CEO(최고경영자)인 김덕환 대표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JP모건체이스 카드마케팅 부서, 스코틀랜드왕립은행의 카드부문 마케팅 담당과 GE머니 카드마케팅 담당, 삼성카드 마케팅전략팀 부장 등을 거친 뒤 현대캐피탈에 입사해 2017년 현대카드로 이동했다. 국내 신용카드업을 대표하는 마케팅 전문가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결이 유사하다.  

다만, 현대카드는 지난 3분기까지 판매촉진비를 상당폭 손질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카드비용이 늘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카드가 판촉비 절감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정 부회장이 2015년부터 추진해온 1조원 규모의 데이터 사이언스 사업 성과가 꼽히고 있지만, 현대카드가 올 들어 3분기까지 판촉비를 전년비 31.8% 상당폭 절감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같은 기간 전체 카드비용이 6763억원으로 15.7%나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다른 카드비용 구성 항목을 보면 상품서비스수수료가 5545억원으로 11.2% 증가, 신판취급비용이 1455억원으로 13.3% 증가, 해외지급수수료는 685억원으로 32.2% 증가 등 일제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카드가 작년엔 쓴 판촉비는 4173억원으로 전년(3316억원)보다 25.8% 증가했던 가운데 이 해 카드비용이 연간 8050억원으로 3.9% 증가에 그친 점을 고려했을 때는 한층 더 대비되는 수치다.  

관련해선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선 현대카드가 일정부분 수수료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애플페이를 도입함에 따라 결제건당 애플과 비자(VISA)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더하면 일반카드 대비 0.46% 적자를 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등 현대카드의 영업비용 추이에 대한 관심도가 여느 때보다 높다.
 
애플페이 수수료 부과 문제의 경우 금융당국이 카드사가 수수료를 가맹점이나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도입을 허용했고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는 "카드업은 소비자 편익과 신뢰를 우선시한다. 어떤 부분에서도 반하지 않도록 항상 노력하겠다"고 답한 바 있는 사안이다. 
 
종합적으로 현대카드는 고금리 상황이지만 연체쇼크는 없없었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달여건 악화로 이자비용 증대는 불가피한 가운데 카드비용에서 긴축을 해야 하는 숙제를 풀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의 3분기 누적 대손상각비는 2802억원으로 9.6% 감소했고 이자비용은 4095억원으로 51.2% 급증했다.

자료=금감원 다트 취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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