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없는 기업' 이사회 '유명무실' 논란…해법은?
'주인없는 기업' 이사회 '유명무실' 논란…해법은?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3.02.01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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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관련 투명성 화두
금융당국,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 추진
제도만 아닌 "행태가 바뀌어야 하는 이슈"
단, 정치적 목적 등 '관치'는 경계의 목소리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금융위원회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금융위원회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정부가 금융지주 등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칼끝을 들이밀 예정이다. 배경에는 주주의 권한을 위임받은 이사회가 경영진을 효율적으로 견제·감시하지 못한다는 점 등이 거론된다. 다만, 시장 자율성 훼손 등 비효율과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관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 금융사 내부통제·지배구조 개선 드라이브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업계 의견수렴 등을 거쳐 올해 1분기 내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를 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임원 책임 명확화 등 내부통제 제도를 개선하고, 임원 선임 절차의 투명성 제고, 해외 사례 참고, 국제적인 ESG 가치 등을 종합 고려한 개선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구성 절차와 방식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은행 시스템은 군대보다도 중요한, 국방보다도 중요한 시스템"이라고 밝혔고, 한덕수 국무총리도 "금융사 거버넌스 문제가 투명하게끔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경영투명성을 제고하겠다"며 "임원 책임 명확화를 통해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를 개선하고, 임원 선임 절차의 투명성 제고 등을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업무보고를 했다. 아울러 최근 우리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와 KT 등의 경영진 선임 과정을 두고 금융당국의 국민연금의 공개 발언 등이 잇따르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의 지배구조 현황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 인식이 조명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자유시장주의를 표방하는 현 정부에서 금융당국이 추구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향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회사의 경우 2016년 도입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의해 이미 현행 상법이 주식회사에 대해 요구하는 수준보다 더 강화된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예를 들어 KB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등에 의거해 이사회 내 필수적으로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보수(보상/평가보상)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를 두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공시된 작년 상반기 보고서 기준 5대 금융지주의 감사위원회 개최건수는 7~8회(KB 8회, 신한 8회, 하나 7회, 우리 7회, NH농협 8회)로 집계됐다. 이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국내 상장회사 감사위원회 연 평균 개최건수 4회 대비 훨씬 많은 수준이다. 더욱이 임추위와 감사위, 보수위 등 중요한 소위원회는 회장 참여 없이 사외이사 전원 또는 일부로 구성돼 운영되고 있으며, 조력기구로써 감사위와 준법지원인을 위한 복수의 지원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에선 당국의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사모펀드 사태와 횡령 등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반성·책임론을 비롯해 경영진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로 이사회의 사외이사진을 구성한다는 '참호구축' 논란, 이러한 이사회 장악에 따른 '셀프 연임' 및 장기 집권 논란, 이사회 안건 통과 비중이 9할을 넘어선다는 '사외이사 거수기' 논란 등이 한창이다. 일견 사외이사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각종 견제 장치를 마련하고 있으나, 주주의 권한을 위임받아 경영진을 감시·견제해야 할 이사회의 기능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시각이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을 통해 "행태가 바뀌어야 하는 이슈가 많은데 제도만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 "회사의 주인은 주주…관치는 올바르지 않아"

다만, 정부의 경영 개입에 대한 '관치' 우려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스튜어드십 행사가 대표적이다. 국민연금공단은 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고,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금융권에선 전직 관료 모피아 등 낙하산 인사에 대한 거부감도 존재하고 있다. 일각에선 최근 국민연금이 KT 구현모 대표의 연임 문제를 공개 저격한 사례에서도 연금 사회주의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30일 김영식 의원이 개최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현황 및 개선방향 세미나'에서도 경영·법학 등 각계 전문가들이 토론을 통해 개진한 다양한 견해도 주목된다. 

당시 세미나에선 대리인 비용을 해결하기 위한 세부방안으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등 스튜어드십 재정비 ▲CEO(최고경영자) 연임 시 KPI(핵심성과지표)에 주가를 포함 ▲CEO 참호구축 시 패널티 부과(ESG 점수, 연기금 투자 풀 제외 등) ▲외국과 같이 감독 이사회와 집행 이사회를 분리 ▲이사 소집 통지서의 이사 후보 이력 및 이사 선임 시 찬성/반대의 결과 등 주주에 대한 정보공개 투명화 ▲대표 소송 제도 개선 ▲감사제도 실효성 보완 ▲전자투표제 활성화 ▲주주 행동주의 등 기관투자자·사모펀드의 역할 강화 등이 제시됐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가지고 있는 중요한 주주로서 어디까지나 롱텀 밸류를 위한(장기수익률을 높이기 위함) 역할 강화에 동의한다"면서도 "정치적인 목적 내지는 정책적인 목적을 가지고 국민연금이 움직이면 안 된다"고 단언했고,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법학박사)은 "이사가 연임을 오래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문제 있는 이사가 연임을 오래하는 것이 문제"라며 "회사의 주인은 주주이고 주주가 누구를 대리인으로 선택할지는 주주에게 맡겨야 하고, 법은 주주의 바른 판단을 돕기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는 시의적절하다고 짚었다. 황 연구위원이 인용한 2021년 OECD(국제협력개발기구) 팩트북에 따르면 전 세계 45개국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최대주주가 지분 50%를 보유한 기업의 수가 한국은 37위로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최대주주 3인 기준으로도 대주주 3인이 50%를 보유한 기업이 35위 정도의 중하위권으로, 한국은 소유분산기업들이 많은 편에 속한다는 얘기다.   

전홍민 성신여대 경영학 교수는 "해외 국부펀드에 준하는 보상체계를 통해 스튜어드십 코드 센터의 전문성과 활동성이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최소한의 규제를 기반으로 한 시장기반으로, 능력 있는 CEO가 규제로 인해서 선의의 피해를 보지 않게 치밀하게 규제 베이스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진성훈 코스닥협회 연구정책그룹장은 "최근에 사모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이 소액주주들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의 재정비나 기관이 회사를 바라보는 입장이 소액주주의 역할을 대변할 수 있다면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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