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내부통제, 책임 명확하게 하지만 면책 인센티브도 함께 부여"
"금융회사 내부통제, 책임 명확하게 하지만 면책 인센티브도 함께 부여"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2.12.20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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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자본연 '바람직한 내부통제 제도 개선방향'
내년 1분기 입법예고 앞두고 학계·업계 의견수렴
중대 금융사고 한정, 발생하면 대표이사 책임져야
단, 모건스탠리 판례 등 비춰 면책도 분명해질 듯
미국·영국 등 선진국 사례 시사점 도출도 이뤄져
(사진=화이트페이퍼)
변제호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열린 '바람직한 내부통제제도 개선방향'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화이트페이퍼)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여러 금융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비유를 들자면 시험 공부는 열심히 했지만 성적은 좋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누가 시험을 봐야 되는 지에 대해서도 금융회사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미흡으로 인한 금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회사 대표이사와 임원의 책임 영역을 사전에 명확히 규정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에 나선다. 형식적인 절차를 가중하기보다는 면책 등의 인센티브 구조를 설계해 스스로 불법을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당국의 구상이다.  

■ 금융위, "권한은 위임 가능, 책임은 안 돼"

20일 자본시장연구원과 금융위원회는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바람직한 내부통제제도 개선방향' 세미나를 열고 금융업계 내부통제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세미나엔 정부, 학계, 연구원, 금융업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변제호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제도개선의) 기본적인 취지는 상식선에서 권한을 아래 사람한테 위임할 수 있지만 책임은 위임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고위 경영자와 임원이 '몰랐다'고 면책이 되는 게 아니고 '어떤 방지 노력을 했다'를 소명하도록 내부통제와 관련된 잠재된 상식을 제도화하는 것이 목적이다"고 말했다. 

개선방향은 누가(직무권한), 무엇을(책임영역), 어떻게(통제활동) 함으로써 책임을 지는지를 명확히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변 과장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24조 등 현재 제도는 직무권한과 책임영역에 대한 규정은 명확하지 않고 특정 통제활동에 대해서만 규정하는 형태여서 분명히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부방향으로는 ▲임원별 금융사고 발생 방지 책임 구분 ▲금융사고 발생 방지를 위한 '관리의무' 부여 ▲사고 발생 시 담당 임원 제재+필요시 면책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 내부통제 감시의무 명확화 등 4가지를 언급했다. 상법상 이사회의 감독책임 조항을 지배구조법에도 도입하는 등 경영진의 내부통제에 대한 감시 의무를 명문화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관리의무'는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마련 의무뿐 아니라 실제 금융사고 발생방지를 위한 점검·준수 등의 의무를 부여해 마련과 운영의 의무를 같이 부여하겠다는 의미다. 최근 대법원은 DLF 판결에서 현행 법령 상 금융사의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에 대해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봤다.

내부통제의 총괄책임자인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등 대표이사에게 내부통제 책임을 묻는다는 '무엇을(책임영역)'에 대해선 '중대 금융사고' 범위를 정의할 예정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중대 금융사고는 위법행위자 개인의 일탈이 아닌 금융회사 시스템 차원의 문제로 인식될 정도의 금융사고로 한정한다.   

금융위는 임원별 책무를 분담함으로써 각 금융회사 스스로 내부통제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을 기대하고 있다. 변 과장은 "해당 임원들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충분한 조치를 한 경우에는 면책할 수 있도록 최대한 구체화하는 작업이 남아있다"며 "회사 내에서 성과와 권한과 책임이 같이 움직여야 제대로 된 내부통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왼쪽), 이홍경 SC제일은행 이사가 각각 발표하는 모습. (사진=화이트페이퍼)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왼쪽), 이홍경 SC제일은행 이사가 각각 발표하는 모습. (사진=화이트페이퍼)

■ 미국·영국, 법령에 책임·면책요건 명시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산업실장은 '내부통제 관련 해외당국 운영사례'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 실장은 미국과 영국과 같이 감독자 책임을 명확하는 대신  내부통제체계의 구축·운용·관리 등 관련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경우 제재를 경감해주는 방식의 인센티브 도입 필요성을 피력했다.  

미국의 경우 법령에서 금융회사 내부통제 감독의 소홀범위와 지배자 범위 등 감독자 책임을 법에서 명문화한 것과 함께, 면책요건을 법령에서 정해놓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영국도 금융사 주요 임원에 법적 책임질 의무를 부여한다는 것과 면책요건을 법령에 명시하고 있어 미국과 상당히 유사한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미국의 내부통제 제도는 임직원의 도덕적해이를 규제와 감독만으로는 규율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내부화하면서 발전하게 됐다"며 "행정규제 한계의 극복을 위해 임직원 위법 시 엄격한 제재를 하고 감독자 책임을 강화하고 유인법으로 잘 했을 때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1960년대부터 증권거래법에서 위법행위자 뿐만 아니라 위법행위자에 대해 감독을 소홀히 한 감독자, 이른바 이사들, 상위 감독자인 대표이사)에 대해서도 민형사상 책임을 부여한다고 명확하게 규율하고 있다"며 "또한 합리적으로 내부통제 절차 및 시스템을 갖춘 경우엔 감독자 책임에 대해서 면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12년 모건스탠리 판결은 잘 갖춰진 내부통제가 인센티브로 작용했던 중요한 판결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모건스탠리의 개별 임원이 영향력 있는 중국 관료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제재를 받았고 모건스탠리 CEO에게도 감시의무 소홀로 제재를 해야된다는 요구를 받았다. 

이 실장은 "과거에도 모건스탠리가 내부통제 체계 및 정책을 잘 마련해 운영해왔고 이를 갱신하려는 노력과 시간을 상당히 수행했고, 무엇보다도 정기적으로 임직원들에게 부패방지 및 컴플라이언스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수행했다는 이유로 대표이사와 회사 모두에게 제재를 묻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홍경 SC제일은행 이사는 영국의 '개인책임제도'와 고위경영진들이 내부통제 관련 책임을 배분하는 '책임지도'를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특히 고위경영진이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조치를 취할 의무를 통해 내부통제 관련의무가 부과되고, 이는 금융위의 제도개선 방향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SC제일은행의 경우 모기업이 영국계 금융회사인 스탠타드차타드(SC)그룹 영향 하에 그에 따른 영국법을 준수하고 내부통제 제도와 관련해서 실무적으로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던 배경도 밝혔다. 그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법 중 하나가 그룹과 토론하는 자리가 있는데 회의를 한 끝에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그룹의 상품헤드가 고객에게 적정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느냐 여부 등을 검토했고 책임은 고위경영진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개념이 문화로 정착 돼 있다"고 말했다. 

패널토론에 참석한 (왼쪽부터)이효섭 자본연 금융산업실장, 김진억 금투협 본부장, 김유니스 전 이화여대 법전원 교수, 심명 연세대 법전원 교수, 안수현 한국외대 법전원 교수, 변제호 금융위 정책과장, 안수현 한국외대 법전원 교수, 박창옥 은행연 상무, 이홍경 SC은행 이사. (사진=화이트페이퍼)
패널토론에 참석한 (왼쪽부터)이효섭 자본연 금융산업실장, 김진억 금투협 본부장, 김유니스 전 이화여대 법전원 교수, 심명 연세대 법전원 교수, 안수현 한국외대 법전원 교수, 변제호 금융위 정책과장, 안수현 한국외대 법전원 교수, 박창옥 은행연 상무, 이홍경 SC은행 이사. (사진=화이트페이퍼)

■ 업계 "명확한 가이드라인, 인센티브 필요"

패널 토론에서는 학계와 업계의 의견들이 제시됐다. 김유니스 전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늦게나마 확실하게 도입된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 안수현 한국외대 법전원 교수도 "이번 개선방안은 임원들이 회사 경영과 관련한 의사결정과정에서의 책임 및 의무부담 범위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 금융권 책임의 인식 및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김 교수는 "(미국의) 연방 양형기준에서 8장 조직에 대한 양형기준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효과적인 판단을 할 때 적용하는 7가지 요소가 있는데 내부통제 제도가 제도만 만들어져 있는지 실질적으로 내부에서 개선, 업데이트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판단한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참고를 하면 좋겠다"며 "감독당국에게 내부통제 제도에 대한 평가를 독립적, 객관적, 공정하게 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전처럼 사고가 발생한 회사는 무조건 내부통제가 미흡하다 얘기를 한다고 하면 제도개선으로 인한 혜택을 볼 수가 없다"고 제언했다. 

은행, 증권 등 금융업계에선 향후 입법과정에서 명확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과감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제도개선은 '중대 금융사고 발생시 대표이사의 책임을 묻는다'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하나, 무조건 제제하는 게 아니라 내부통제 규정을 구비하고 정상적으로 작동 및 충실히 이행했다면 과감하게 면책한다고 돼 있는 점이 의미가 있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김진억 금융투자협회 본부장은 "업계에선 중대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대표이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중대 금융사고를 피해규모를 고려해 인과관계가 있는 피해산정이 가능할 지에 우려스러운 면이 있다. 또 중대금융사고 범위 역시 불명확하다. 각 금융업법에 불건전행위를 모두 포함할지 자금세탁방지법, 금융실명법, 개별법령 등까지 포함시킬지도 불분명하다. (중대 금융사고를) 불완전판매, 횡령 사고와 개인적일탈이 아닌 시스템 차원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건스탠리 판결에서 강력한 내부통제 체계 구축, 수행했다면 사고가 발생해도 면책되는 것처럼 면책 사례가 많아야 할 것"이라며 "경영진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게 된다면 모험자산 투자 위축 소극적 경영 금융혁신과 금융산업 발전 저해 요인이 될 수 있어 폭넓게 면책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해외 선진국 사례는) 기업과 사업의 성격, 복잡도 등에 따라 감독자 책임 고려한다고 돼 있기에 대형 시중은행부터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사까지 천차만별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의견을 냈다.    

박창옥 은행연합회 상무도 대표이사 책임을 중대 금융사고에 한정하는 것에 대해 "의사결정 지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해 책임범위를 한정하는 것은 합리적"이라면서도 "다만 중대 금융사고가 결과책임의 근거로 활용되지 않도록 경영판단이 요구되는 중대한 경우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범위와 판단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중대 금융사고에도 불구하고 내부통제를 충실히 이행하면 유인(인센티브)이 있다는 것은 기대가 되는 부분이며 향후 입법과정에서 형식에 그치지 않고 유인하는 수단과 업권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내부통제 책임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임원별 개선방향에 동의하나 전담책임제 임원제재 시 법적논란의 소지가 있다. 대표이사에 의해 작성 부과된 책임을 법령상 의무로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근거로 제재할 경우 추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날 세미나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한 제도개선 방안을 조속히 확정하고, 내년 1/4분기에는 지배구조법 개정안 입법예고 등 입법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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