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미니밴에 숨겨진 `독점의 기술`
혼다 미니밴에 숨겨진 `독점의 기술`
  • 북데일리
  • 승인 2006.05.2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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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가을 한 남자가 아내와 함께 미니밴을 사러 자동차 대리점을 방문했다. 처음 들른 곳은 혼다 대리점이었다. 그들은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혼다의 오디세이를 보고 싶었다. 영업사원에게 “미니밴을 사려고 하는데요. 이 차는 트렁크 공간이 너무 좁아 보이네요. 가끔 큰 물건을 운반해야 할 일도 있는데 실을 공간이 없어요”라고 했다.

오디세이의 트렁크는 밑 부분이 움푹 들어가 있었지만 폭이 좁았다. 직원은 “미니밴의 가장 큰 장점을 보여드리죠”라며 트렁크 쪽 뒷문을 들어 올리고 레버를 당긴 다음 가장 뒷좌석인 세 번째 좌석 뒷부분에 붙어 있는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뒷좌석이 넘어지면서 접혀 움푹 파여 있는 트렁크 공간 안으로 쑥 들어갔다. 뒷좌석이 있던 자리에는 평평한 바닥만 남아있었다. 마치 카펫이 깔린 듯한 넓은 수납공간이었다.

부부는 큰 호감을 갖게 됐다. “지금 사면 언제쯤 오디세이를 인도받을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으면 8주후에 받으실 수 있습니다” 8주나 기다려야 한다니 당혹스러웠다. 기다릴 자신이 없어 다른 대리점을 돌아다녀봤지만 오디세이처럼 뒷좌석이 트렁크 안으로 들어가 평평한 바닥을 만드는 미니밴은 없었다. 결국, 혼다 대리점으로 돌아가 오디세이 구매 계약서를 작성했다.

미니밴이 도착하고 일주일 후 남자는 왜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뒷좌석이 접혀 들어가는 미니밴을 만들 수 없는지 이유를 알게 됐다. 마케팅 세미나에서 강의를 하던 중 오디세이 구입기를 소개하자 자동차회사의 제품공학부 부장으로 일하고 있던 빌 스토웰이 “그건 별로 신기한 일이 아닙니다. 미니밴의 트렁크 바닥을 만드는데 쓰이는 다이스가 문제인거죠. 다이스는 금속을 가공할 때 사용하는 틀 같은 겁니다. 이 다이스는 비싸기도 하지만 최소한 18개월 전에는 주문을 해야 간신히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답한 것이다.

남자는 반문했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원한다면 그 돈은 투자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거 아닌가요?” 빌 스토웰은 답했다. “물론 그렇죠. 하지만 다이스를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다이스 하나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비용은 훨씬 더 크니까요. 다이스 하나를 바꾸려면 제품 생산을 일주일 이상 완전히 중단해야 합니다. 결국 자동차 회사들은 제품 생산을 멈출 수가 없어서 새로운 모델을 출시할 때까지 다이스를 못 바꾸는 겁니다”

남자는 그제야 혼자가 가진 강점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혼다는 뒷좌석이 접혀 트렁크 안으로 들어가는 오디세이를 1999년 말에 처음 다른 주요 자동차회사들은 2000년 초에 새 모델을 내놓았다. 자동차회사들이 보통 4년마다 새 모델을 내놓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자동차회사들은 최소 2004년 까지는 뒷좌석이 완전히 접히는 미니밴을 내놓을 수 없게 된다.

실제로 닛산은 2004년이 되어서야 새로 선보인 퀘스트의 뒷좌석이 완전히 접혀 바닥과 평평해지도록 설계할 수 있었다. 포드가 2004년 선보인 미니밴은 여기에 더 나아가 2열과 3열의 좌석이 접혀 트렁크 안으로 쏙 들어가 필요에 따라 좌석을 화물칸으로 바꿀 수 있는 미니밴을 유일하게 생산하는 자동차회사였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혼다가 뒷좌석이 접혀 평평해지는 미니밴을 판매하는 유일한 회사로 1999년 말부터 2004년까지 독점을 누렸다는 사실이다. 이 기간 동안 혼다는 10%도 안 되는 점유율로 미국 미니밴 시장에서 창출되는 전체 이익의 3분의1 이상을 차지했다.

오디세이 구입기는 <독점의 기술>(흐름출판. 2006)의 저자 말레드 M. 레레가 실제 겪었던 일화다. 말레드 M. 레레는 매출은 높은데 이익이 적은 기업들의 문제점은 ‘독점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저자가 말하는 독점이란 ‘충분한 기간 동안 소유할 만한 공간’이다.

독점이 의미가 있으려면 반드시 사업 영역이나 공간이 ‘소유할 만한’ 것이어야 한다. 그 사업영역이나 공간을 배타적으로 비해할 수 있고 수익성도 있다는 뜻이다. 어떤 공간이 소유할 만하려면 자신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기꺼이 돈을 쓸 준비는 되어 있지만 아직 그 필요를 충족시켜 줄 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나지 못한 소비자들이 충분히 많아야 함은 물론이다. 기존 소비자들의 수요가 꾸준히 계속 되면서 전체 소비자들의 숫자가 계속 늘어난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저자는 “새로운 독점을 먼저 쥐는 사람이 앞으로의 시장을 지배한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10년간은 상황적 독점을 알고 차지하는 기업이 남보다 많은 이익을 내며 살아남을 것이고 낡은 경쟁 논리에 매달려 제 살 깎기 경쟁을 하는 기업은 매출은 높아도 남는 게 없는 속빈 강정으로 남거나 아예 사라질 것이라는 말은 기업들이 놓쳐서는 안 될 영양가 있는 경고다.

저자가 제시하는 ‘독점을 빼앗기지 않는 다섯 가지 교훈’

▲경쟁의 가능성을 코웃음 치며 무시하지 말라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출현 할 수 있는 잠재 경쟁자를 특히 경계하라. 수많은 기업들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쑥 튀어나와 대체 가능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장을 조금씩 빼앗아 가는 경쟁업체를 가볍게 생각했다 무방비로 당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독점의 진정한 특징과 원천을 정확히 이해하라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지 분석할 때 경영컨설턴트들이 항상 얘기하는 흔하고 뻔한 결론은 내리지 마라. 독점적인 입지를 구축 할 수 있었던 진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경쟁자가 당신의 독점을 떠받치고 있는 버팀목을 무너뜨려 독점시장을 가져갈 기회를 붙잡을 것이다.

▲산업과 경쟁자, 고객의 역학구도에 맞춰서 항상 변화할 태세를 갖춰라

독점의 만화경은 언제라도 돌아갈 수 있다. 환경의 변화를 놓치지 말라. 그리고 이 변화가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연쇄 반응을 일으켜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게 될지 생각해보라.

▲독점의 공에서 눈을 떼지 말라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하려는 노력이 잘못 된 것은 전혀 아니다. 그러나 시장을 넓히려는 노력 때문에 소중한 독점을 보호하는데 소홀해 진다면 잘못이다. 특히 더 넓어진 고객층이 당신의 브랜드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고려해보지도 않은 채 무작정 판매량부터 늘리려 하지 말라.

▲자기만족에 빠지지 말라

너무 많은 성공을 너무 쉽게 너무 오랫동안 누리는 것만큼 실패를 초래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기업 문화에 오만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는지 항상 주시하라.

(사진 = 2005년형 혼다 미니밴 오디세이, 출처 www.timmarburgerhonda.com) [북데일리 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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