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육봉달과 `젊은` 간달프, 세계명화 여행
`똑똑한` 육봉달과 `젊은` 간달프, 세계명화 여행
  • 북데일리
  • 승인 2006.05.2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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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분야의 인기저자 노성두, 이주현이 <노성두 이주헌의 명화읽기>(한길아트. 2006)라는 이름으로 아름다운 글쓰기 하모니를 이루었다. 물론 테마는 그림이다.

어려운 명화 설명을 쉽게 풀어 읊조린 겸손한 글 자락은 잘 읽힐 뿐더러 지적매력이 넘친다.

노성두는 “나의 인생이 뮤즈의 뒤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니는 육봉달이라면 이주헌 선생의 학문은 파우스트의 열정을 품은 간달프라고 할 수 있다”며 “같이 글을 쓰기로 의기투합한 뒤 이주헌 선생은 정확히 약속을 지켜 출판사에 원고를 넘겼지만 내 원고는 약속을 어기고 또 어겨 담당 편집장의 목이 기린처럼 길어지고 말았다”는 유머러스한 인사말을 전했다.

이주헌은 “늘 존경해 마지않던 노성두 선생과 함께 책을 펴내게 된 기쁨을 적지 않을 수 없다. 노 선생의 미술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뜨거운 열정은 나에게 늘 좋은 귀감이었다”며 “이번 공동 출간의 기회가 부족한 글쓴이에게 훌륭한 배움의 자리였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는 소회를 전했다.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올리는 다이어리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두 저자의 글을 통해 78점의 명화가 집중 소개된다.

13, 14세기의 이탈리아 특히 토스카나 지방의 미술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마에스타’를 그린 치마부에부터 미술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르네상스의 3대 거장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를 거쳐 바로크, 귀족주의 미학이 풍미했던 로코코와 부르주아의 시대적 감성이 꽃피운 신고전주의, 추상미술의 발원으로 혁명적인 변화가 시작된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그림이 탄생하게 된 시대적인 배경과 미술사에 대한 흥미로운 설명이 이어진다.

노성두는 조토가 그린 ‘유다의 입맞춤’을 소개하며 “유다는 머리도 명석하고 매사가 딱 부러져서 회계 담당까지 맡았던 인물이다. 그랬으니 자신이 저지를 죄악의 무게와 배반의 대가가 은전 몇 냥의 가치와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똑똑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순전히 돈 욕심에 천하에 몹쓸 일을 저질렀다고 보는 것은 너무 단순한 해석이 아닐까” 라고 반문한다.

또 “유다는 주님을 팔아넘긴 뒤, 크게 뉘우친다. 그리고 대사제들을 찾아가 돈을 돌려주고 ‘내가 죄 없는 사람을 배반하여 그의 피를 흘리게 했으니 나는 죄인입니다’라고 고백한다.(마태오의 복음서 27장 4절) 그의 뉘우침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최후의 만찬 자리에서 너희 가운데 나를 배반할 사람이 있다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저마다 ‘저는 아니겠지요?’라고 불안하게 되물었던 제자들처럼 얼굴이 뜨거워 진다. 우리는 오랫동안 유다를 상종 못할 인간 말종으로 취급했다. 예수님도 그렇게 생각하셨을까?”라는 흥미로운 해석을 덧붙인다.

이주헌은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별이 빛나는 밤’을 “별을 살아있는 영혼으로 그릴 줄 알았던 그가 그토록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우리를 매우 슬프게 한다. 사람들이 그를 멀리하는 동안 오직 별들만이 그를 반기고 사랑했던 것 같다. 그 기억을 잊지 못하는 고흐의 별들은 그 옛날의 추억을 지금도 따뜻한 정으로 발산하고 있다. 사랑으로 발산하고 있다”는 서정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이어 “고흐는 아마도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화가일 것이다. 그를 향한 대중의 열광은 한편으로는 그의 예술이 지닌 그 엄청난 흡인력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삶이 연출하는 격정적인 드라마 때문이다. 이 둘은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다. 밤하늘의 별을 단순한 물리적인 발광체로 볼 수 없듯, 고흐를 단순히 한 사람의 예술가로 한정해 볼 수 없다. 그는 우리의 추억이고 그리움이며, 꿈이자 사랑”이라는 그리움의 문장을 덧붙였다.

외국어대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독일 쾰른대 철학부에서 미술사, 고고학, 이탈리아 어문학을 전공한 후 박사학위를 받은 노성두는 고대미술과 르네상스 미술에 관심을 두고 왕성한 번역활동과 집필을 병행해왔다. 언론사 문화부 미술 담당 기자를 지낸 이주헌은 학고재 관장을 역임한 후 현재는 독서와 사색,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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