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들판` 상처위에 핀 꽃들
`오월의 들판` 상처위에 핀 꽃들
  • 북데일리
  • 승인 2006.05.1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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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한겨레신문 홍세화 시민편집인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젊은 벗에게,”로 시작되는 ‘홍세화의 수요편지’는 26년 전 프랑스에서 이방인으로 겪었던 광주를 차분한 목소리로 전해주었습니다.

80년 5월의 광주를 공영방송을 통해 본 유럽인들이 “광주사람은 소수민족인가?”라는 물음을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로 안고 살았다고 홍씨는 고백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항쟁이 민주화운동으로 지정되었지만 “학살의 당사자들이 참회하지도 않았는데 용서와 화해를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홍씨는 그러므로 “광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편지를 맺었습니다.

해마다 오월이 되면 홍역처럼 신열을 앓게 하는 광주는 한 세대가 다 가도록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처럼 남아있습니다.

여기 광주항쟁을 배경으로 한 임철우의 <봄날>(문학과지성사.1997)과 공지영의 <별들의 들판>(창비.2004),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창비.2000)을 소개합니다.

지난해 `5.18 광주 민주항쟁` 25주년을 맞아 KBS1 `TV 책을 말하다`에 소개되기도 했던 <봄날>(전5권)은 80년 5월20일 신문사 광주주재기자 김상섭의 행적과 천주교회 정 신부의 광주시민민주투쟁회의 호소문 낭독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섬세하게 그렸습니다.

공지영은 <별들의 들판>에서 `5월 광주`로 표상되는 역사적 현장에 온몸을 던진 외국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주면서 상처 입은 영혼들을 정감어린 손길로 달래줍니다.

황석영의 장편소설 <오래된 정원>(전2권)은 80년 광주를 겪는 젊은 두 남녀의 극적인 삶과 사랑을 가슴 아프게 그리면서 "당신은 우리의 오래된 정원을 찾았나요?"라는 질문을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던집니다.

“아, 어떻게 우리가 이 작은 장미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인가 갑자기 검붉은 색깔의 어린 장미가 가까이서 눈에 띄는데 아, 우리가 장미를 찾아온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왔을 때, 장미는 거기에 피어 있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

늦봄, 각혈하듯 피어나는 선홍빛 장미는 혹 우리가 그토록 찾고자 했던 오월의 햇살처럼 따스한 ‘마음의 정원’은 아닐까요.

(사진=5.18기념재단 제공)[북데일리 김연하 기자] fargo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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