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수수료 면제·신용융자 금리↓...금융당국은 ‘빚투’ 부추기는 ‘아이러니’
증권사, 수수료 면제·신용융자 금리↓...금융당국은 ‘빚투’ 부추기는 ‘아이러니’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09.16 17: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장활성화 취지 보폭 맞춘다..증권사, 유관기관 수수료 면제
증권사 ‘고금리 장사’ 금융당국 비난에 융자 금리인하 ‘고심’
업계 "금융당국, 오히려 빚투 부추긴다" 비난↑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잇달아 유관기관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등 상위 유관기관들이 올해 연말까지 증권사로부터 받는 유관기관비용을 받지 않기로하자 이에 동참한 것이다.

한편, 증권사들은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인하 작업에도 착수했다. 증권사가 투자자를 상대로 ‘고금리 장사’를 한다는 금융당국의 비난에 즉각 행동에 나선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빚투 후유증을 우려하던 당국이 오히려 빚투를 부추긴다는 지적과 함께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에서 증권사들의 목만 죈다는 불만도 심심찮게 나온다.

시장활성화 취지 보폭 맞춘다..증권사, 유관기관 수수료 면제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삼성·NH투자·KB·메리츠·하나금융투자·신한·키움증권 등 거래소 대부분의 회원사가 유관기관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유관기관 수수료는 증권사 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주식은 0.0036396%, ETF·ETN·ELW는 0.0042087% 수준이다. 비대면 계좌 개설과 주식거래가 활성화되면서 투자자들은 그간 위탁매매 수수료는 거의 무료로 혜택을 받았으나 유관기관 수수료는 냈어야 했다.

최근 증권사들이 유관기관 수수료를 면제하게 된 것은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이 오는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이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경제여건을 감안, ‘거래비용경감’을 통해 시장참가자(투자자)와 자본시장의 지속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거래소는 이번 수수료 면제 방침에 따라 약 1650억원(거래소 1300억원, 예탁결제원 350억원)의 투자자 비용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독려하는 취지에 발맞춰 유관기관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데 동참했다”라고 말했다.

증권사 ‘고금리 장사’ 금융당국 비난에 융자 금리인하 ‘고심’

이와 함께 증권사들은 최근 신용거래 융자 금리 인하를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신용융자는 증권사가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에게 주식을 담보로 단기간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고금리 장사’라는 금융당국의 으름장에 즉각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에 증권사들의 목만 죈다는 비판과 함께 금융당국이 오히려 빚투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에셋대우는 오는 28일부터 영업점 외 계좌(다이렉트 계좌)에 대한 신용거래 금리를 기존 9.0%에서 8.5%로 인하할 예정이다. 이 금리는 신용융자 금리와 예탁증권담보대출 금리에 모두 적용된다. 이어 대신증권도 이달 안에 다이렉트 계좌 금리를 기존 10.5%보다 낮추는 방향으로 내부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밖에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역시 신용공여 관련 업무원가 분석을 진행하고 있으며 메리츠증권, 유안타증권, 교보증권 역시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인하를 적극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들이 신용거래 융자 금리 인하 작업에 착수한 것은 금융당국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증권사가 ‘고금리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나온 것 때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지난달 27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대신증권, 키움증권 5개 주요 증권사 사장이 참석한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불투명성과 비합리성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며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75bp(0.75%포인트) 인하하는 동안 신용융자 금리를 전혀 변동시키지 않은 증권사들이 있다”라고 직언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정부의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에 증권사들의 목만 조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3월엔 “과도한 대출을 이용한 주식 투자를 자제해 달라”고 경고를 날렸던 금융당국이 최근에는 “개인투자자가 국내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어려운 시기 주식시장에 큰 힘이 됐다”고 투자자들을 격려하고 나섰다. 신용융자에 몰리며 빚투 규모가 역대급으로 치솟으며 각종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신용융자 금리를 인하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오히려 빚투를 부추기는 꼴이 라는 지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신용공여 잔고는 17조3379억원으로 다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달 18일 16조원을 돌파한 이후 15조원대로 내려앉았던 신용공여잔고는 2주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고금리 장사라는 비난의 화살을 증권사에 돌리고 금리인하라는 압박으로 증권사를 몰아부쳐 오히려 빚투를 부추키고 있다”라며 “기업의 존재 이유와 수익구조는 깡그리 외면하고 무조건 정책으로만 가려한다”라고 꼬집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