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영끌’에 칼빼든 금융당국, 생계자금 끊길라 ‘딜레마’
‘빚투·영끌’에 칼빼든 금융당국, 생계자금 끊길라 ‘딜레마’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09.14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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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주택담보대출 우회 용도 '핀셋 규제'...실수요자 자금 타격 받을라
삼성증권 마포지점.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첫날, 청약을 위해 고객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증권)
삼성증권 마포지점.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첫날, 청약을 위해 고객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증권)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이 이달들어 열흘만에 1조원을 육박했다. 주택자금·생활자금 수요에 주식투자 수요까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자금 조달의 마지막 수단인 신용대출에 몰리는 것이다. 폭발적인 신용대출 급증에 금융당국이 대출을 조이는 핀셋 규제 검토에 나섰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만큼 섣불리 돈줄을 조일 수 없어 고민이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0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25조 417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과 비교하면 불과 열흘 만에 1조 1425억원 늘어난 것이다. 현재 추세대로 신용대출이 늘어나면 신용대출 증가 폭이 역대 최대였던 지난달(4조755억원) 수준의 증가가 예상된다.

폭발적인 대출급증의 주요인으로는 주식 투자자금과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풍선효과가 꼽힌다. 앞서 카카오게임즈는 이달 초 진행한 공모주 청약에서 역대급 흥행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보였다. 공모주 청약률은 1524대 1을 기록했고 증거금은 58조5542억원이 걷혔다. 청약 첫날인 이달 1일에만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1조8034억원 늘었다.

매월 역대치를 기록하는 등 이례적으로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신용대출을 조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8일 금융 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은행의 실적경쟁이 신용대출의 증가로 이어졌는지 살펴보겠다”며 “용도를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지만 생계자금, 사업자금 수요 증가와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인터넷 은행들의 적극적인 영업 확대 노력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용도 중에 생계형 자금도 있는 만큼 주택담보대출 우회 수단 등을 발라내 핀셋 규제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신용대출 상당 부분이 주택담보대출 우회 수단이나 주식 투자자금으로 활용되면서 금융당국의 고민도 커지는 분위기다. 신용대출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생활안정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신용대출을 무턱대고 조였다가 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우선 신용대출의 자금 용처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까지 증권 계좌 샘플, 규제지역 주택 매매의 자금 조달계획서 등을 분석한 결과 신용대출의 상당 부분이 주택담보대출 우회 자금이나 주식시장으로 흘러갔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일단 금융당국의 핀셋 규제는 주택담보대출 우회 용도를 규제하는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에 DSR 40%(비은행권 60%) 규제를 개인별로 적용하고 있다.

차주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뒤 추가로 신용대출 등의 대출을 받아도 차주 단위 DSR 규제가 적용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에 주식으로 돈줄이 이동하는 상황에서 돈줄을 죈다고해도 대출 수요가 줄어들지는 모르겠다”면서 “DSR 규제가 강화되면 오히려 실수요자나 급전이 필요한 서민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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