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낳고 질투말고 입단속 `칠거지악법`?
아들낳고 질투말고 입단속 `칠거지악법`?
  • 북데일리
  • 승인 2006.05.1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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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시부모에게 순종하라. 시부모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해! 그렇지 않으면 알지, 끝장이야!

둘째, 아들을 낳아라. 자식 못 낳으면 그건 오직 네 잘못이야. 집 없는 거지 신세 못면한다.

셋째, 행여 다른 사내에게 눈길 주지 마라! 눈알이 비뚤어져 내몰릴 것이니.

넷째, 질투하지 마라.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팔면 너는 그 여자에게 두 눈을 팔아라. 그러곤 남편 위한 뚜쟁이가 되어라. 아니면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 질 것이다.

다섯째, 절대로 암이나 에이즈 같은 큰 병들지 마라! 입원도 하기 전에 내팽개쳐 질 것이다.

여섯째, 입은 먹을 때 말고는 노상 자물쇠로 채워라. 열쇠는 남편에게 맡겨라. 아니면 시가 식구 들이 널 내쫓고 대문에 자물쇠를 씌울 것이다. 물론 남의 입질에 오르내리면 너는 지옥으로 통하는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일곱째, 네 것이 아니거든 어떤 물건이든 슬쩍 하지 마라. 탐도 내지 마라. 그 물건이 너를 길바닥으로 내몰 테니.

석학 김열규 인제대 교수가 <한국인의 자서전>(웅진지식하우스. 2006)을 통해 ‘악법 중의 악법’ 이라며 칠거지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출산은 커녕 결혼조차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요즘 여성들이 듣는다면 ‘격노’할 만한 지침이다. 김 교수는 칠거지악의 일곱 조건은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퇴거한 내용이라며 특히 둘째, 넷째, 여섯째는 악법중의 악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걸 사내들이 입법했다면 대장부의 체면이 또, 꼴이 말이 아니다. 사내들이 여성을 피의자나 범법자로 몰아 칠거지악 낱낱이 법집행을 하려 든다면 그게 바로 칠거지악으로 단죄 되어 마땅하다“

김 교수는 숫자에 대한 남성들의 억지도 비판했다.

사내 아이 수는 반드시 여자아이보다 많아야 했고 홀수여야 했다. 딸은 사내아이보다 수가 적어야 했고 짝수라도 무관했다. 남녀 자식 수의 많고 적음도 문제였지만 홀수와 짝수의 가림이 더 큰 문제였다. 홀수는 어느 인종에서나 예외 없이 거룩하고 길한 숫자인데 비해 짝수는 망나니 숫자 대접을 받았기 때문이다.

같은 자식인데 사내애들에게는 길한 숫자를 주고 여자아이에게는 불길한 숫자를 덮어씌우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비상식적인 행동이다. 여자아이는 아예 태어나지 말기를 바랐던 이들도 있었다. 여자아이는 어느 집이나 천더기였다.

통렬한 비판적인 시각으로 한국과 한국인을 분석한 <한국인의 자서전>은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에 이은 역작으로, 김 교수 50년 연구인생을 결산하는 의미 깊은 성과물이다.

한국인의 질박한 삶과 정신세계를 찾기 위해 50년 외길 인생을 걸어 온 김교수는 뮈토스(Mythos, 신화)의 세계에 대한 바른 이해를 위해 문학과 철학, 미학을 두루 섭렵했고 전국 에 분산 되어 있는 문헌들을 조사했다.

[북데일리 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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