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시집에 담긴 `삼청교육대 참상`
박노해 시집에 담긴 `삼청교육대 참상`
  • 북데일리
  • 승인 2005.07.21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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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BC 드라마 `제5공화국`에 삼청교육대가 방영돼 공분을 샀다. 폭력배를 소탕하고 사회기강을 바로잡는다는 취지로 실시된 `삼청교육대`는 인권유린 논란을 낳았다.

방송에선 교육청을 통해 1천 5백여명의 고등학생을 훈련시켰다고 전했다. 각 시 도 교육청에 1-2명을 할당해 반발이 없을 만한 학생들만 골라서 보낸 사실은 삼청교육대의 실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에선 경찰서당 200-300명씩 검거하라는 명령이 하달됐다고 전해진다. 전국적으로 6만명이 삼청교육을 받았고, 공식 집계(국방부)만 사망자 397명, 상해자 2,678명이 발생했다.

당시 삼청교육대에 대한 참상은 노동자 시인 박노해가 쓴 시집 `노동의 새벽`(1984, 풀빛)에서 엿볼 수 있다.

시집에서 묘사된 삼청교육대 훈련은 처참하다. "깍지 끼고 땅을 기다 부러진 손가락" "영하 20도의 땅바닥에서 동상 갈려 진물 흐르는 발바닥" "화장실에 쪼그려 앉아 벌건 피똥을 싸며"와 같은 문장속에서 고난했던 현장이 생생히 되살아난다.

"눈보라치는 연병장을 포복"하며 "꿈틀대면 각목으로 피투성이"가 된 그곳은 시인의 눈에 "강제수용소인가 생지옥인가"와 같은 탄식을 불러일으켰다.

잡혀온 사람들 면면도 자세히 소개된다. 김형은 "체불임금 요구하며 농성중에 사장놈 멱살 흔들다 고발되어 잡혀오고" 열다섯 살 난 송군은 "노가다 일나간 어머니 마중길에 불량배로 몰려" 끌려왔다. 그외도 "시장 좌판터에서 말다툼하다 잡혀온 놈", "술 한잔 하고 고함치다 잡혀온 놈" 등 다양하다.

`검은 과거를 벗긴다`는 취지는 다음과 같은 대목에서 거짓으로 드러난다.

이군은 "퉁퉁 부은 다리를 절뚝이며 아버지뻘의 노약한 문노인을 돌봐 주다 야전삽에 찍혀 나가떨어지고" 너무한다며 대들던 재강공장 김형도 "개머리판에 작살나 앰블런스에 실려 나간다. " `인정`과 `연민`을 내세우는 이들이야말로 삼청교육대에선 `순화대상`이었던 것이다.

분노를 숨기지 않는 시인은 "힘없는 자들의 철천지 원한 되살아나 부들부들 치떨리는 80년 그 겨울 삼청교육대"라고 시를 끝맺는다.

출간과 동시에 군사정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노동의 새벽`은 80년대 최고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84년 평론가 김윤식과 임헌영은 박노해를 1984년 시인 다섯 사람중 한 명으로 꼽았고, 1988년 계간 문예중앙은 지난 10년간 최고 작품으로 `노동의 새벽`을 꼽았다. 선정작업에는 40명의 중견 평론가들이 참여했다.

한국문학사상 `단일 시집 중 가장 많은 시가 노래로 만들어진 시집`이란 기록도 갖고 있는 `노동의 새벽`은 최소 50만부에서 최대 100만부까지 팔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사진 = MBC, 예스24 제공) [북데일리 김대홍 기자] paranthin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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