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일시적 열병 아니다...대출조이기 나선 은행들 ‘리스크 관리 돌입’
코로나, 일시적 열병 아니다...대출조이기 나선 은행들 ‘리스크 관리 돌입’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07.15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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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은행 대출 순증가 2004년 이후 최대↑
국내 기업들의 신용위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
코로나, 종식 예측 안 돼...은행권, 리스크 관리 사활
시중은행들이 대출업종을 재평가하고 신용등급에 따라 한도를 조정하는 등 ‘대출 조절’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들이 대출업종을 재평가하고 신용등급에 따라 한도를 조정하는 등 ‘대출 조절’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은행들이 부실이 우려되는 대출상품의 대출한도를 하향 조정하는 등 대출 조이기에 돌입했다. 상반기 대출 기록만 해도 이미 역대치를 갈아치운 가운데 신용위험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에 도달하는 등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야 할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이 언제가 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은 더 큰 부담이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대다수 시중은행들이 대출업종을 재평가하고 신용등급에 따라 한도를 조정하는 등 ‘대출 조절’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지난 8일부터 올해 정기 산업등급평가(IR)를 시작했다. IR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산업들의 업황·정책 변화 등을 고려해 '등급'을 매기는 것으로, 이 등급에 따라 특정 업종은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예를 들어 상반기에 특정 업종이 눈에 띄게 어려워졌다면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 국민은행 IR은 매년 하는 평가지만 시기가 고정돼 있지 않은데, 올해는 상반기 코로나19 영향을 고려해 마침 이달에 평가를 시행하게 됐다.

아울러 국민은행은 '업종' 관리라고 볼 수 있는 IR과 함께 '채무자' 관리에 해당하는 조기경보시스템 관리도 운영할 예정이다. 조기경보시스템에서 채무자가 '잠재 관리', '주의 관리' 등으로 선정되면 대출 연장 시기에 원금 일부 상환을 요구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 측은 "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 이후 대면 서비스 시장이 위축되는 등 산업 전반의 추세 변화가 일어났는데, 이 영향을 평가에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도 고위험 차주와 일부 위험업종을 선정해 관리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개인 차주 중에 위험 차주로 분류되면 담보 보강을 유도하고, 업종 중에 위험업종은 신규대출 심사를 엄격하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던 관리를 좀 더 엄격하게 하고 있다”라며 “코로나19가 언제 종식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은행이 리스크 관리를 잘 해야 또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 여력도 확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은행은 신용대출로 몰리는 수요를 분산하기 위한 선제 조치에 들어갔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4일 비대면 신용대출인 '우리원(WON)하는 직장인대출'의 대출 요건을 변경, 이달 1일부터 최대 대출 한도는 2억원으로 그대로 두되 대출한도 산정 시 연소득으로 인정하는 비율을 하향 조정했다. 또 요식업종 대출 시 건당 1억원 이내로 제한하라는 공문을 모든 지점에 보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대출 쏠림현상이 심해지면 은행의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이 생긴다. 코로나 장기화로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분산 관리가 필요해진 것”이라면서 “다만 이에 따라 대출 총량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국내 은행대출이 불어나기 시작했던 지난 4월부터 은행들의 자본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낸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의 대출이 늘어나면서 은행들의 자본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진단이다. 이미 순이자마진(NIM)이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하는 점이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경고였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코로나 종식이 언제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는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미 신용대출 및 기업대출이 대규모로 실행된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 됐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로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기 시작한 상반기, 은행들의 대출 기록은 연일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28조9000억원으로 5월 말보다 8조1000억원 증가했다. 올해 들어 3월(9조6000억원), 2월(9조3000억원)에 이은 세 번째로 많은 월별 증가 폭이다. 매년 6월만 놓고 보면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 규모다.

은행권의 6월 말 기준 기업 대출 잔액(946조7000억원)도 5월 말보다 1조5000억원 많았다.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의 6월 대출 증가액은 각각 4조9000억원, 3조7000억원이었는데 이 또한 2004년 집계 이후 최대 기록이었다.

이런 가운데 3분기 국내 기업들의 신용위험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를 찍을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0년 2분기 대출행태서베이 결과’를 보면 국내 은행들은 3분기 기업들의 신용위험이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기업의 신용위험지수는 27로 전분기(23)보다 상승했는데 이는 금융위기였던 지난 2008년 4분기(28) 이후 최고 수준이다.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지수는 43으로 전분기(43)와 동일했다. 이 역시 2008년(56) 이후 최고치다. 이 기간 가계 신용위험지수는 43으로 전분기(40)보다 상승했다. 이는 카드 대란을 겪은 2003년 3분기(44) 이후 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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