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부른 `사의 찬미`에 치매서 깬 어머니
아들이 부른 `사의 찬미`에 치매서 깬 어머니
  • 북데일리
  • 승인 2006.04.1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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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갚아주지 않는다"며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아들의 패륜범죄가 충격을 일으켰다. 친구의 신용카드로 쓴 유흥비 400만원의 빚 독촉을 받자 어머니를 살해한 패륜. 어떤 이유에서건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행위다.

그러나 사회엔 이 같은 패륜아, 불효자식만 있는 게 아니다.

여관을 전전하면서도 치매노모 모시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어매>(열매출판사. 2006)의 작가 김순명씨 같은 효자도 있다. 출간 3년 만에 나온 개정판 <어매>는 작가 김순명이 6년이라는 긴 시간을 공들여 쓴 실화 소설이다.

밤무대 밴드마스터로 일하면서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소설의 주인공 재민은 아내와 네 살 난 아들을 둔 가장이다. 화목했던 그의 가정에 불화가 시작된 것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광기가 시작된 후부터였다. 아내와의 대화가 단절 되고, 결국 병세가 악화 된 어머니를 업고 집을 나오게 된 아들은 자신이 일하는 업소 부근 여관에 어머니를 모시고 살게 된다. 매 스테이지가 끝나는 사이를 이용해 아들은 어머니를 돌본다.

재개발로 여관이 헐리게 되자 이들은 밴드멤버 일원의 도움으로 방 두칸을 얻게 되지만 종일 혼자 지내야 하는 어머니 생각에 아들은 마음이 편치 않다. 결국 밴드마스터 자리를 넘기고 이른바 ‘오부리빵’ 생활을 하게 된다. 오부리빵이란 큰 무대에서 일할 능력이 없는 밤무대 연주가들이 최후의 순간에 선택하는 서글픈 일터를 부르는 말이다.

소설은 오부리빵 생활을 하면서도 어머니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로 행복해 하는 아들의 효심을 통해 ‘효’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긴다.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대목은 한둘이 아니다.

병원에 누워있는 어머니에게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 ‘사의 찬미’를 불러주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한마디도 못할 만큼 상태가 악화 된 어머니는 아들의 눈물겨운 노래에 탄복했는지 정신이 깨어난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눈에서 소낙비처럼 굵은 눈물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어머니는 병원에서 칠순잔치를 보내며 고단했던 생을 떠나 영원히 눈을 감는다.

“암, 백혈병, 에이즈 등 어느 하나 무섭고 두렵지 않은 것이 없지만 누군가 나에게 어떤 질병이 가장 두려운가 라고 묻는 다면 나는 서슴없이 치매라고 할 것이다”(본문 중)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 작가 김순명은 현재 대구 경북지역에서 뮤지션으로 활동하며 소설 창작을 병행하고 있다.

[북데일리 정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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