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차림의 뱀`이 당신의 뇌 노린다?
`정장차림의 뱀`이 당신의 뇌 노린다?
  • 북데일리
  • 승인 2006.04.11 09: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장차림의 뱀”

지난 2004년 연쇄살인범 유영철로 인해 우리나라에 처음 보고된 ‘사이코패스(psychopath)’를 일컫는 말이다. 성격 탓으로 인해 타인이나 사회를 괴롭히는 정신병질을 뜻하는 사이코패스는 1920년 독일학자 슈나이더에 의해 처음 소개되었다.

이 사이코패스는 평범한 사람부터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사회라는 숲에 숨어살면서 무차별 살인과 학살을 저지르는 독사 같은 존재다. 우리사회에서도 연쇄성범죄 등 점차 끔직한 범죄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사이코패스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헤어 박사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는 교정을 시도할수록 오히려 재범률이 높아진다”며 “이기는 자만이 영웅으로 존중받는 사회에서 사이코패스의 존재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올랜도>는 주인공 올랜도가 수백 년 동안 남성과 여성으로 살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설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전기(傳記)는 자아를 예닐곱 개만 설명해도 완벽한 작품으로 간주된다. 사람에게는 무려 1천 개나 되는 자아가 있을 수도 있는데도......”라고 말했다.

1천개의 자아를 가진 존재가 인간이라면 누구든 사이코패스가 될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체 인간의 뇌는 무엇으로 채워져 있으며, 무슨 일들을 꾸미고 있으며, 또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 것일까.

자연주의적 감성으로 철학적 사색이 담긴 글을 써온 다이앤 애커먼의 <뇌의 문화지도>(작가정신.2006)를 펼치면 뇌 속에 그려진 무수한 생각의 회로들이 문학과 미학의 틀 위에서 살아 움직인다.

쥐색 세포들의 의회, 모든 것을 지휘하는 뉴런들의 밀담, 변덕스런 쾌락의 극장, 자아들로 가득한 주름진 옷장으로 비유되는 뇌! 저자는 마법에 걸린 베틀처럼 세상을 부수고 다시 만들어 온 인간의 뇌를 진화 시점에서부터 통시적으로 살피고 분석한다.

뱀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서 이제 정장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한다. 사이코패스의 발은 더 이상 사족(蛇足)이 아니다. 예술을 창조하고 로맨스를 불러일으키는 뇌의 지도는 진화해야겠지만, 사이코패스의 발은 퇴화해서 다시 본래 자연의 숲으로 돌아가야 하리라.

혹 정장차림의 살모사와 꽃뱀이 당신의 주변에서 혀를 날름거리는지 살펴보자. 스르륵~~

[북데일리 서문봉 기자] munbong4@hanmail.net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