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도 이 정도면 `예술작품 버금`
만화도 이 정도면 `예술작품 버금`
  • 북데일리
  • 승인 2005.07.1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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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상징하는 나라가 미국이라면 만화(애니메이션 포함, 이하 만화)는 일본의 얼굴이다. 그러나 미국 영화만 있는게 아니듯이 만화가 일본 작품만 있는 게 아니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넘치는 일본만화속에서 다른 나라 작품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EBS `애니토피아`가 방영하는 `애니의 전설`은 세계 각국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 18일(월) 밤 10시 50분엔 1970년대 천재 애니메이터 라이언 라킨과 그를 소재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형식 애니메이션 `라이언`이 방영된다.

한때 천재적 애니메이터였으나 지금은 거리의 부랑자인 라이언 라킨의 이야기다. 크리스 랜드레스 감독이 연출한 작품은 실제 라이언 라킨을 인터뷰한 장면을 3D로 재구성했다.

등장 인물은 형체가 기괴하다. 뼈가 내비치는 얼굴과 화를 내자 머리 뚜껑이 날아가는 파격적인 영상이 등장한다. 그를 통해 라킨의 분열되고 상처입은 내면세계가 묘사된다. 거울을 보며 작가로서 내면 세계를 자조하는 모습에선 감독 자신의 모습도 엿보인다.

1943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태어난 라킨은 1964년 `시링스`를 통해 천재성을 알렸다. 1968년작 `워킹`으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뒤 1972년 `스트리트 뮤직`을 통해 초현실적인 세계를 묘사했다.

라킨 뿐 아니라 만화를 작품의 경지로 끌어 올린 서구의 작가들에 대해 책 `성완경의 세계만화탐사`(2002. 생각의 나무)는 일본 외에도 얼마나 다양한 만화가 있는지 잘 보여준다.

저자 성완경은 "세계만화는 아직도 우리 문화의 지도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가물가물한 저 수평선 너머에 어떤 섬, 어떤 땅덩어리, 어떤 보물이 있는지 그 소문조차도 들을 기회가 거의 없다. 오직 가까운 섬나라의 만화만 작은 구멍가게에 창궐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새로운 언어 만화` `그림으로 보는 세계만화사` `세계의 만화가` 등 3부로 구성된 이 책엔 전세계 대표 만화가 23명이 소개됐다.

알고 보면 이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만화들이 많이 등장해 반가움을 던진다. 에르제의 `땡땡의 모험`, 고시니와 우데르조의 `아스테릭스`, 조 슛터와 제리 시겔의 `슈퍼맨`, 아트 슈피겔만의 `쥐`, 엘지 크라이슬러 시거의 `뽀빠이`, 번 호가스의 `타잔` 등이 그렇다.

23명 만화가는 유럽과 중남미 지역 출신으로 세계만화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사람들이다. 책은 이들의 작품세계를 통해 초창기 신문만화에서부터 황금기 고전만화와 슈퍼영웅만화에 이르기까지 만화가 대중문화산업으로 정착해가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탐정만화와 모험만화, 공상과학만화와 정치만화 등 다양한 장르로 발전돼 가는 과정 그리고 언더그라운드 만화 이후 예술성 높은 만화가들의 등장과 그래픽 노블(그림 소설, 만화 소설)이 만화의 새로운 주류로서 발전해온 과정들을 엿볼 수 있다.

작가를 다룬 순서는 과거에서부터 현재로 이뤄져, 책장을 넘기다보면 100년 동안의 만화역사가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만화가로서 처음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아트 슈피겔만의 `쥐`는 만화가 얼마나 현실을 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명작이다.

이외에 성에 대한 도발적인 시선을 보여주는 장 마르크 레제르, 남미 현실에 대한 저항을 수준높게 묘사한 브레시아, 영화 에일리언에 모티브를 준 SF계열 만화 거장 뫼비우스, 리얼리즘 만화 거장 윌 아이스너 등 독특한 자기세계를 구축한 작가들을 성완경은 책에서 다뤘다.

그림이 풍부하고 설명도 자세하다. 작가를 다룬 내용 뒤에 약력 소개가 별도로 덧붙여져 있는 점도 산뜻하게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세계만화탐사`라는 책 제목에 비해 23명의 만화가는 너무 적다는 점이다. 그리고 서유럽, 미국, 동유럽, 남미 등 지역과 장르를 골고루 배치했다고 하지만, 아시아와 아프리카 만화에 대한 설명이 빠진 점도 왠지 허전하다.

저자인 성완경은 서울대학교 미대를 거쳐 파리 국립장식미술학교를 졸업했으며 79년 `현실과 발언` 창립동인으로 작가활동과 평론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인하대학교 교수이며 2002년 광주 비엔날레 예술감독, 한국영상문화학회 공동대표, 부천만화정보센터 이사장으로 활동중이다.

저서로 `민중미술 모더니즘 시각문화` `기계시대의 미학` `시각과 언어 1, 2`(공편저) 등이 있다. (사진 = 라이언, EBS 제공. 엔키 빌랄의 `니코폴 3부작`, 성완경의 `세계만화탐사`중에서. 아트 슈피겔만의 `MAUS` 표지) [북데일리 김대홍 기자] paranthin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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