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여행]詩는 변산바다 쭈꾸미 통신을 타고
[책과여행]詩는 변산바다 쭈꾸미 통신을 타고
  • 북데일리
  • 승인 2006.04.0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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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아래 설명에 해당하는 어류는 무엇일까요?

“두족류(頭足類)에 속한다. 몸길이 약 20cm로 작은 편에 속한다. 8개의 팔은 거의 같은 길이이며, 몸통부의 약 2배 정도에 달한다. 눈과 눈 사이에 긴 사각형의 무늬가 있고 눈의 아래 양쪽에 바퀴 모양의 동그란 무늬가 있으며 모두 금색이다. 몸 빛깔은 변화가 많으나 대체로 자회색이다.”(네이버 백과사전)

① 문어 ② 낙지 ③ 쭈꾸미 ④ 꼴뚜기 --> 정답은 본문에......

서해안의 얕은 바다에 많이 사는데 산란기를 앞둔 3~4월이 제철이고 맛도 뛰어나다. 날것으로 먹거나 데쳐먹어도 맛있고, 전골?숯불구이 등 다양한 요리법으로 겨우내 무뎌진 입맛을 되살려주는 해산물이다.

자, 그럼 변산반도로 쭈꾸미를 낚으러 떠나보자. 변산반도 남쪽 해안의 곰소항과 모항, 격포항은 예로부터 주꾸미 잡이가 성행했던 지역이다. 요즘은 끌방 어업이 금지되면서 어획량은 급격히 줄었지만, 모항?격포 등에서 꾸준히 주꾸미가 잡히고 있다.

서해안 고속도로 줄포나들목을 빠져나와 들판의 봄 내음을 맡으면서 달리면 변산해수욕장이 나온다. 새만금 공사로 어수선하긴 하지만 언덕에 올라 서해를 바라보면 가슴이 확 트인다. “당신 계실 자리를 위해 가보지 않은 곳을 남겨두어야 할까봅니다”고 ‘서해’를 노래했던 이성복 시인이 저만치 서 있습니다.

“내포에 들어와서 물은 더 이상 돌아갈 곳이 없음을 안다 넓은 양푼 위에 찍힌 징의 자국 같은 빛나는 상처들을 펼쳤다 거두었다 하면서 그래도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는 듯이…… 종일 하늘빛을 빨아들이던 물은 이제 그 하늘빛 게워내고 있다 한참 젖을 먹다 토악질도 않고 올려내는 갓난아이처럼 아, 오래 바라보면 바다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다 지문이 문드러진 늙고 무딘 손처럼 지금 우리가 떠나가도 명멸하는 빛이 바다의 얼굴에 남아 있다는 것은 얼마나 서러운 일인가”(이성복 ‘변산’)

더 이상 돌아갈 곳 없어 서럽도록 아름다운 변산을 뒤로 하고 내소사를 찾아갑니다. 천년고찰 내소사로 가는 꼬불꼬불 오솔길이 마냥 정겹습니다. 김용택 시인이 봄꽃 가득한 산 속 직소폭포 아래서 낮잠을 자고 있군요.

“서해 바다/내소사 푸른 앞바다에/꽃산 하나 나타났네/달려가도 달려가도/산을 넘고 들을 지나/또 산을 넘어/아무리 달려가도/저 꽃산 눈 감고/둥둥 떠가다/그 꽃산 가라앉더니/꽃잎 하나 떴네/꽃산 잃고/꿈 깨었네.”(김용택 ‘내소사 가는 길’)

꿈에서 깨어 오던 길을 다시 더듬어 격포로 방향을 잡아봅니다. 해조음이 물씬 풍겨오는 서해바다에 채석강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습니다. 갯가에서 소라와 해삼에 소주 한잔 걸치면 신선이 될 것만 같습니다.

“옛날에 헤어진 연인은/다시 찾아오지 않고/지는 해가 아름다운 서쪽/ 봄이 오면 채석강은 혼자서 운다.//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사람들이 와서/하루 낮 꿈같은 사랑을 나누고/단란과 화목을 가지고 돌아가는 곳./소라 한 접시 바가지요금에도/바다는 모른다고 흥겹게 출렁댄다.”(문병란 ‘채석강 연사’ 중)

그렇게 출렁이면서 해안도로를 타고 가면 곰소항이 반깁니다. 포구 어시장에서 알이 꽉 찬 쭈꾸미를 사야겠지요. 김준태 시인이 봉지에 가득 담아줍니다.

“아아 곰소에 가면/전라북도 변산 반도/곰소의 어머니가/조선의 개똥참외보다 더 달고 야무진/아들딸들을 줄줄이 낳으며 살고 있다/곰소에만 있는 뻘밭에 깊숙이 들어가/서해의 파도와/낙지 녀석의 먹통 대가리를 억척스럽게 집어올리는,”(김준태 ‘곰소에 가면’ 중)

이제는 쭈꾸미를 먹을 일만 남았네요. 얼른 길을 물어 모항으로 가십시오. 모항 토박이 박형진 시인이 <변산바다 쭈꾸미 통신>(소나무. 2005)으로 여행객을 안내할 것입니다.

찰지기로는 인절미같고, 허물없기로는 쑥개떡같고, 맛나기로는 짭쪼롬한 보래새우 젓갈같은 박형진의 글은 바로 갓 잡아올린 변산바다 쭈꾸미의 싱싱함에 있습니다.

주말, 서해고속도로를 달려서 쭈꾸미가 전하는 봄소식을 맞으러 한 편의 시와 함께 떠나는 것은 어떨까요.

(사진=격포, 모항, 직소폭포-부안군청 제공)[북데일리 김연하 기자] fargo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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