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가 이슬람 개종" 신문팔이 `소년`의 외침
"부시가 이슬람 개종" 신문팔이 `소년`의 외침
  • 북데일리
  • 승인 2006.04.0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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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인생을 못 따라가는 거 같아. 인생은 우연으로 점철돼 있는 것 같아. 모든 문제는 필연이 아닐까"

MBC TV 월화드라마 ‘넌 어느 별에서 왔니?’(연출 표민수) 6회에서 방송된 정훈(박시후)의 대사다.

사랑하는 여자를 잃은 슬픔에서 겨우 벗어난 승희(김래원) 앞에 다시 펼쳐진 잔혹한 현실을 걱정하는 친구 정훈은 “인생은 영화보다 영화 같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건넨다.

사랑과 이별, 죽음에 대한 원숙한 시선을 보이는 드라마 ‘넌 어느 별에서 왔니?’는 가슴 절절한 장면과 대사로 보는 이의 심장을 욱씬욱씬 아프게 만든다.

<세상은 나를 울게 하고 나는 세상을 웃게 한다>(조화로운삶. 2006)의 주인공 파리의 마지막 신문팔이 ‘알리 아크바르’의 인생도, ‘넌 어느 별에서 왔니?’의 주인공 승희나 복실이(려원)의 인생만큼이나 영화 같다.

한 팔에 르몽드 지를 가득 안고 거리와 카페를 돌아다니며 “호외요, 호외! 다이애나 비가 살아 있습니다” “특종이오, 특종! 부시 대통령이 이슬람교로 개종했습니다!” 라고 외치는 그는 손님들을 웃기기 위해 신문의 1면 기사를 ‘자기 식대로’ 바꾸는 것으로 유명하다.

30년 넘게 생 제르망 데 프레 구역에서 신문을 팔아 온 그는 침울하고 심각한 신문의 1면도 유머 넘치는 내용으로 바꿔 사람들에게 웃음과 기쁨을 전해준다.

파키스탄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부터 돈을 벌기 위해 일해야 했던 그는 냉혹한 현실을 겪으면서도 비관보다는 희망을, 절망보다는 기쁨을 안고 살아왔다.

“세상이 당신에게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당신은 울어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당신에게는 남은 눈물이 없다” 는 본문의 글은 가슴 깊은 곳 까지 절절히 와 닿는다.

열여덟 살 때 집을 떠나 아프가니스탄, 이란, 터키, 그리스를 세 번이나 오간 끝에 파리에 도착한 그는 노숙자로 지내다 거리에서 르몽드 지를 팔기 시작했다.

“호외요, 호외! 에펠 탑에 공룡이 나타났어요!”

“특종이오, 특종! `모나리자의 미소`가 반 고흐의 작품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바꾸는 1면의 제목에 서서히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구역의 지식인들뿐만 아니라 프랑스 전체에 이름을 알리게 됐다. 생 제르망 데 프레 거리에서 그는 ‘호외 씨’로 통한다.

<세상은 나를 울게 하고 나는 세상을 웃게 한다>는 슬픔과 고통 속에서도 용기와 인간애를 잃지 않은 한 인간의 감동적 스토리다. 알리 아크바르의 이야기는 프랑스와 독일, 미국에서 다큐멘터리로 제작 중이다.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엡도’ 는 “내가 너를 좋아하기 때문에 조금 시기하기도 한다. 이 지역의 지식인들뿐만 아니라 프랑스 전체와 함께 너를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텔레비전 역시 길거리에 있는 너의 모습에 주목한다. 특히 아무것도 벗어날 수 없는 너의 두 눈과 밝은 표정에” 라며 알리 아크바르를 극찬했다.

(사진 = 방송장면) [북데일리 정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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