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최정우 시대의 빛과 그림자.. '원오브뎀(One of them)'으로 전락한 '철강'의 불만②
포스코 최정우 시대의 빛과 그림자.. '원오브뎀(One of them)'으로 전락한 '철강'의 불만②
  • 화이트페이퍼 산업팀
  • 승인 2019.04.1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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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포스코 권오준 전 회장이 돌연 사임 의사를 밝힌 게 1년 전인 2018년 4월18일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퇴진 압력 설은 꾸준히 나왔지만, 갑작스러운 사퇴 의사 표명이었다. 물론 문재인 정부 때만 있었던 일은 아니다.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됐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닌 것 같고 정도에 따라서 경영해나가는 게 최선책이라고 생각한다."

사퇴 표명 19일 전인 2018년 3월31일 권 전 회장이 창립 50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회장(CEO) 교체와 관련돼 말한 내용이다.

그러나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라고 했지만, 그가 나온 뒤 선임된 최정우 신임 회장은 내부(사외이사)가 통제해서 나온 회장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해 나가고 있다.

일명 ‘사외이사 製’ 회장이 최초로 탄생한 지 1년이 된 시점에서 포스코의 오늘, 내일의 명암을 짚어본다.

이사회 입장하는 최정우 회장. 올 3월 서울 강남 대치동 포스코센터 주주총회장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올 3월 서울 강남 대치동 포스코센터 주주총회장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집중해부 ② “숫자 만지던 사람이…” ’원오브뎀(One of them)’으로 전락한 철강의 불만

[화이트페이퍼 산업팀] 최정우 號의 출범은 50년 포스코 역사상 또 다른 50년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전의 포스코는 ‘철강’이 전부였다. 그러나 최정우 회장이 이끄는 포스코에선 ‘철강’은 그저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이 같은 혁명적인 변화를 포스코 내부의 구성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향후 포스코 50년을 좌우할 만한 요인으로 보인다. 출범 1년 남짓한 기간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서서히 체감을 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하나 둘 새어 나오기 시작한다.

산업자원부 철강과 출신 한 전직 관료는 “포스코가 현재 최정우 회장이 내건 ‘非 철강’의 기치 속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내부 철강 부문에 대한 내부적인 다독임이 절실하다”면서 “신 성장 부문이 먹거리로 되기까지는 철강 부문의 이익으로 투자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경쟁자의 잔류: 소중한 자산의 활용인가, 인사 적체의 심화인가

“최정우 사장을 회장으로 올릴 때는 최 사장만의 강점이 분명 있기 때문이긴 하지만, 철강에 대해서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는 것이 사외이사들의 뜻입니다. 관행을 끊고, 경쟁했던 선배에게 전문 분야를 맡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최정우 회장 내정 당시 사외이사들이 최 회장에게 했던 말이다. 최 회장은 즉석에서 수긍했다고 한다.

“그간 포스코는 군대 조직, 검사 조직처럼 회장 보다 선배이거나, 회장 선임 경쟁에서 최종적으로 경쟁을 한 뒤 떨어지면 회사를 나가야 하는 것이 관행이었습니다. 몇 십 년의 노하우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입니다. 포스코의 미래를 위해서도 이런 관행을 끊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최정우 회장에게 이 같은 의견을 전한 한 사외이사는 “인적 자산의 활용”에 방점을 찍었다. 실제로 최종까지 최 회장과 회장 선임을 두고 경쟁했던 장인화 사장은 통합 철강부문장으로 자리를 이어갔으며 지난 3월에는 대표이사로 재선임되기도 했다.

회장과 철강 부문 사장의 분리는 이 같은 “인적 자산의 활용”이란 측면에서 시작됐다. 전임 회장 때도 표면적으론 똑 같은 구조이긴 했으나 현재는 마치 지주회사 회장과 사업 부문 대표처럼 기능적인 분화가 더 심화된 형태로 보인다.

문제는 그간의 관행이 깨지고 순혈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외부 인사 영입으로 인해 인사 적체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에 근무하고 있는 포스코 한 임원은 “회장 선임 과정을 통해 최고 정점에서 한 두 명씩 자리를 물러나야 모두 한 발씩 앞으로 내딛는 구조인데, 그것이 좁혀진데다 외부에서 피라미드 꼭대기로 치고 들어오니 인사 적체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 불만의 악순환: 소문의 시작, “숫자 만지던 사람이…”

인사 변화는 곧 불만으로 내재되기 시작했다.

산업자원부 고위 관료 출신으로 포스코를 외부에서 자문해주는 역할을 맡았던 한 퇴직 관료는 “요즘 포스코 내부 인사들을 만나면 '숫자 만지던 사람인데…'라는 말을 은근슬쩍 꺼내놓는다"면서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숫자를 만지던 사람이니 철강에 대해서는 뭘 알겠냐는 비아냥거리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 줄임말이다.

새로운 50년을 위한 도약의 준비임에도 불구하고 철강 부문 쪽에서는 소외로 느끼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신 성장 부문 등에서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 같은 목소리는 더욱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포스코는 "오는 2030년에는 철강과 비(非)철강이 40%씩, 그리고 신 성장 부문이 그룹 수익의 20%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모습을 보면 이 같은 선언이 실현되려면 그야말로 혁명적인 변화가 포스코 내부에서 있어야만 가능한 상태다.

(표=화이트페이퍼)

사업 보고서에 나온 자료로만 본다면 2018년 현재 철강:非 철강:신성장의 수익 비중은 82:14:4이다. 40:40:20이라는 수치를 10년 조금 넘는 기한 동안 달성해야 한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재무통이 그룹을 이끌어 갈 때는 위기 시의 구조조정, 사업 조정 등 숫자만 보고 냉정하게 판단하기 때문에 의미 있다”면서 “현재 포스코의 경우, 미래 50년 비전을 내세웠기 때문에 회장이 꺼내는 말 하나하나를 증명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한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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