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이혜지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에서 돌파하기 위해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재계에서는 SK그룹, 한화그룹, 애경그룹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 수도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15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산업 이사회 의결을 거쳐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약 3000억원)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금호아시아나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매각 주간사 선정,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매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아시아나항공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되면서 재계 및 시장에서는 SK그룹, 한화그룹, 애경그룹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계획이 없다"고 부인하는 상태다.
SK그룹의 경우 SK이노베이션이라는 에너지기업을 계열사로 두고 있어 유가가 매출과 이익과 직결돼 있는 항공·운송업과 결부시킬 수 있을 것으로 재계는 전망하고 있다.
SK그룹은 또한 지난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1위인 제주항공 최규남 전 대표를 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내 신설 부서인 글로벌사업개발부 부사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한화그룹의 경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해 항공기 엔진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앞서 한화는 지난해 계열사를 통해 LCC 에어로케이항공에 160억원을 투자했다가 사업면허가 반려돼 철수한 적이 있다.
애경그룹은 제주항공을 보유하고 있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항공사 파이를 키울 수 있고 중단거리 노선으로의 확대가 가능해 인수 가능자로 점쳐지고 있다. 이밖에 시장에서는 신세계, CJ그룹 등도 상황에 따라 인수전에 뛰어들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이 떨어져 나가면 금호그룹 매출은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전 회장이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수직계열화해 지배하고 있으며, 박삼구 전 그룹 회장이 최대주주인 금호고속은 금호산업의 지분 45.30%를 보유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것이 그룹과 아시아나항공 모두에게 시장의 신뢰를 확실하게 회복하는 것이라 여겼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당장 오는 25일 만기가 돌아오는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는 등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다. 아시아나 총 차입금은 작년 말 기준 3조4천400억원이고 이 가운데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은 1조3천200억원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10일 채권단에 박삼구 전 회장의 영구 퇴진, 박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에 담보 설정,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매각 등을 조건으로 5000억원의 자금수혈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채권단은 이튿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며 금호아시아나의 자구계획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