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명문장] “우리는 누군가의 시공간을 침해하며 어른이 됐다”... 노키즈존 지적
[책속의 명문장] “우리는 누군가의 시공간을 침해하며 어른이 됐다”... 노키즈존 지적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9.03.18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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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말들> 은유 지음 | 어크로스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노키즈존은 해마다 논란이다. 중국에서는 춘절을 앞두고 노키즈존 객실을 도입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자영업자의 영업권과 자율권, 소비자의 인권이 팽배하게 맞서서다. 하지만 아동청소년이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된다는 점은 사실이다. 이에 관한 고민과 성찰이 <다가오는 말들>(어크로스.2019)에도 실렸다.

작가는 한 강좌에서 경험한 사례를 전하며 노키즈존에 대한 공동체의 자세와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우리는 누군가의 시공간을 침해하며 어른이 됐다.”며 노키즈존의 논리가 옹색하다 지적한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강좌를 열었을 때 한 여성이 꼭 읽고 싶은 책이라며 아기를 데리고 참석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생후 12개월의 남아였다. 작가도 내면적 갈등이 있었다. 책 한 줄 보겠다고 아이의 숙면을 애태웠던 지난날의 자신과 강의를 방해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싸웠다.

하지만 그 여성의 열망은 불과 얼마 전까지 자신의 것이기도 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외면하지 않았다. 일기일회(一期一會)의 기회라는 마음으로 학인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작가는 ‘사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우리는 공부한다. 아기라는 불편한 존재를 배제가 아닌 관계의 방식으로 우리 삶-공부에 들여보자고.’ 학인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아이 때문에 간혹 수업이 끊겼지만 여느 수업의 흐름을 벗어나지는 않았다.

이후 영유아와 함께 수업할 수 있다는 선례와 신뢰가 생겼다. 엄마의 시도, 동료의 협조, 아이의 견딤이 이룬 결과다. 작가도 스무 살 넘은 군인 ‘아이’ 전화를 받기 위해 양해를 구하고 수업을 중단해야 했던 경험이 있다며, 인간 사회는 민폐 사슬이며 인간은 살자면 기대지 않을 수도 기댐을 안 받을 수도 없다고 말한다.

작가는 배제를 당하면서 자란 ‘키즈’들이 타자를 배제하는 어른이 되리란 건 자명하다고 덧붙였다. 반박하기 어려운 말이다. 관용의 수혜를 받아본 적 없는 아이에게 관용을 베푸는 어른으로 자라기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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