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상최대 실적' 우리카드? 카드사, 약자 코스프레는 정도껏 
[기자수첩] '사상최대 실적' 우리카드? 카드사, 약자 코스프레는 정도껏 
  • 이혜지 기자
  • 승인 2019.02.1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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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지 기자
이혜지 기자

[화이트페이퍼=이혜지 기자] 몇 달 전 만난 카드사 한 관계자는 눈썹 미간을 찌푸리며 꼭 당장 죽을 것 같이 울상 지었다. 올해부터 실시하는 카드사 수수료 인하와 관련해 이익이 쪼그라들 것을 걱정하는 기색이었다. 당시 카드사에 공감하며 맞장구쳤던 기억이 난다. 금융감독원이나 금융위원회에서 영세상공업자들을 위한다고 카드사를 너무 공격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까지 했으니.

그런데 우리은행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우리카드 당기순이익을 보고 조금은 눈살이 찌푸려졌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25% 증가한 1265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놀랍게도 2013년 우리카드 분사 이래 최고 순익이다. 자산규모 대비 수익성을 나타내는 총자산순이익률(ROA)도 1.3%로 전년보다 0.1%p 증가하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금융계 계열사인 신한카드, 국민카드 등도 실적이 나쁘지 않았다. 업황이 나쁘다더니 잘 나가기만 했다.

물론 우리카드는 소비자에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의정석’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판매실적 호조를 기록했다. 사업을 잘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동안 너무나 앓는 소리하던, 약자 코스프레를 서슴지 않던 카드사들 행태가 떠올라 마냥 잘했다고 칭찬만 하고 싶지는 않다. 

당국차원에서 죽어가는 자영업자 숨통을 조금이나마 트이게 하기 위해 3년마다 실시하는 카드사 수수료 인하를 강행하겠다고 했더니 마치 살점이 뜯긴 것 마냥 “우리 죽소”하며 악다구니를 해댔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수익을 많이 향유하고, 성장하던 산업이 성장도 한계에 다다른다니 걱정할 만하다. 제로페이 등 각종 페이까지 경쟁자로 나서는 상황에, 수수료 수익도 낮아진다고 하니 "미래가 위기"라는 생각이 들만 하다. 하지만 정작 하나씩 폐업하는 영세 상공업자들 앞에서 수수료 떼인다고 내일 죽는 것 마냥 앓는 소리를 했던 카드사들이 불편한 기억으로 떠오른다. "어머니가 자영업을 하시는데 우리가 너무 심한 것 같다"는 자조섞인 반성을 하던 카드사 관계자도 기억난다.

앞으로 카드사는 수수료 인하를 '당했다'며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부가서비스 혜택 축소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고객에 쏠쏠하고 카드사엔 그저그런 카드도 줄여나갈 것이다. 거기에 속는 건 소비자다. 물론 수익이 감소하는 걸 즐거워 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앞으로 위기감이 없다고 하면 그것 또한 거짓말이다.

하지만 지나친 약자 코스프레는 줄여나가는 게 '고금리 장사로 고객에 빨대 꽂는 카드사‘라는 색안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다.

고객에 좋은 카드 판매해 카드사도 살고 고객도 좋고, 카드사 수수료 인하로 자영업자도 살아 함께 상생하는 관계를 기대하는 게 더 생산성 있고 지혜로운 관점이다. 자영업자가 살아야 카드사도 수수료를 받는 고객이 더 늘 거 아닌가. 당국이 쪼기만 하지 않고 더 나은 제도를 마련해주는 게 카드사에게도 더 좋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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