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밴드의 신화 `크라잉 넛`의 비밀
인디밴드의 신화 `크라잉 넛`의 비밀
  • 북데일리
  • 승인 2006.02.1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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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어 안달이 난 듯 폭발적인 가사를, 위력적인 사운드로 전달하는 인디 밴드의 신화 `크라잉 넛`을 분석한 책 <크라잉 넛-그들이 대신 울부 짖다>(아웃사이더. 2002).

홍세화, 박노자, 김정란씨 등이 편집위원으로 있는 아웃사이더의 첫 번째 단행본 으로 나온 이 책은 상업 자본에 의지하지 않고, 나름의 저항의식을 지켜오면서도 `한국 인디 밴드의 신화, 인디계의 H.O.T` 등으로 불릴 정도로 상업적인 성공도 거둔 ` 크라잉 넛`에 관한 여러 가지 기록이다.

`닥쳐, 닥쳐, 닥쳐`하는 가사로 직장인들 의 노래방 단골곡이 되기도 했던 `말 달 리자`로부터 `서커스 매직유랑단`, `밤이 깊었네`를 히트시키고, 월드컵 기간에 `오 필승 코리아`로 응원전을 주도하기까지 크라잉 넛은 지난 몇년간 한국 대중 음악계 를 강타한 하나의 사건이자 신드롬이었다.

만장이 팔리면 대박이라는 인디계에서 크라잉 넛의 1집 `크라잉 넛`, 2집 `서커스 매직 유랑단`, 3집 `하수연가(下水戀歌)` 의 판매는 10만장을 돌파하는 판매량을 보여 `주류` 대접을 받는 밴드가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이같은 `크라잉 넛 현상`을 분석한 단행본으로, 멤버들의 인터뷰 와 평론가, 소설가, 크라잉 넛 관계자 등의 눈을 통해 한국 최초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인디밴드 크라잉 넛의 유쾌함, 기쁨, 고민, 슬픔 등을 조망한다.

원고지 230매에 달하는 지승호의 누드인 터뷰에는 그동안`크라잉 넛`이 보여줬던 자유분방하고, 유쾌한 모습뿐 아니라 문화와 사회에 대한 그들 나름대로의 진지한 성찰이 담겨있다.

분노와 열정, 그리고 자유를 담은 가사와 사운드로 대변되는 `크라잉 넛`. 그들의 가치관과 문화, 사회에 대한 나름의 성찰 을 들여다 봄으로써 평소 `크라잉 넛` 멤버 들이 보여줬던 자유분방함, 유쾌함을 그대로 만나볼 수 있다.

그들의 생각 외에도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그들이 국내 최초로 시도했던 랩메탈에 관한 이야기라든지, `이소룡을 찾아라`를 찍을 때 자신을 이소룡으로 착 각한 한경록이 벌인 패싸움에 관한 이야기들도 나온다.

자신을 억압하는 것에 대한 분노와 심심함에 대한 고발... 그래서 그들은 `우리 음악은 크라잉 넛표 음악이다. 음악을 듣고 있을때는 화가 나는데, 곰곰이 가사를 생각해보면 웃기고, 음악을 들을 때 웃기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화가 나는 음악이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얘기에 대해 기타를 치는 이상면은 "분노를 표출한다고 그래 가지고, 직접적으로 가사를 쓰거나 욕을 하는 건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뭘 하고 싶다, 뭘 하자는 것보다 한 단계 돌리거나 시적으로 표현을 하면 처음에는 그걸 잘 모르겠지만, 그 뉘앙스는 곧 알게 되며, 나중에 듣고 무릎을 탁 치는게 낫지, `그건 그렇구나`하는 음악은 한번 듣고 안 듣게 되거든요"라고 얘기한다.

아무 생각없는 악동들이 아니라 무섭도록(?) 영리한 친구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 대목이다. 지금은 크라잉넛과 나이를 떠나 친구가 된 드럭 이석문 사장은 `크라잉 넛과의 7년`을 통해 이렇게 회고한다.

95년 7월. 클럽 드럭에 오디션을 보겠다고 대학 신입생이었던 그들이 찾아왔다. 그해 5월, 다른 밴드가 공연을 할 때 관객으로 날뛰며 난장판을 보여준 전적 때문에 `희안한 놈들이다`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흔쾌히 오디션을 보기로 했다.

뒤에는 드럼 1명에 앉았고, 앞에는 3명이 나란히 잔뜩 폼을 잡고 섰는데 가만 보니 3명이 모두 기타를 메고 있었다. `베이스는 없냐?`고 물으니까 3명이 모두 기타를 치고 싶어해 따로 베이스치는 멤버는 없단다. `그럼 보컬은 누구냐?`고 물으니까 4명 모두 노래를 하고 싶어서 보컬도 따로 정하지 않았단다. `포지션도 안 정하고 오디션 보러왔냐?`고 빈정거리니까, `오디션 잘 해야 붙어요?`하며 씩씩 웃어대는 것이었다.

`그래, 니네 꼴리는 대로 한번 해봐라`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네 놈이서 당시 유행하던 외국의 얼터너티브 곡들을 무대를 날아다니며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자신들이 지금 오디션을 보고 있는지, 기타 잭이 뽑혔는지, 마이크가 넘어갔는지 아랑곳하지 않았다.

무대에 섰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워하는 어린 아이들 같았다. 그들을 보고 있자니, 내 자신도 지금 오디션을 보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을 잠시 잊고 있었다. 한바탕 난리굿을 끝낸 그들이 물었다.

"아저씨 우리 오디션 떨어진 거죠?"

정신을 차리고 얼떨결에 대답했다.

"아~아니. 합격!"

음악 전문지 GMV는 `크라잉 넛-그들이 대신 울부짖다`에 관해 이렇게 평하고 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다. 멤버들과 나눈 대화 를 되도록 입말 그대로를 살려 실어 놓았기 때문에 술술 읽을수 있다. `크라잉 넛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타락한 도시를 질주하 는 천사의 시. 그럼 우리가 시란 말이야?` 우 문 끝에 현답. 어려운 질문에 바보같은 답변 이 이어지는 인터뷰는, 달린다. 그런데 가끔 읽던 눈을 되돌려 보게 된다." [북데일리 제성이 기자]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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