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소국의 세계화` 축소지향 스크린쿼터
`약소국의 세계화` 축소지향 스크린쿼터
  • 북데일리
  • 승인 2006.01.27 10: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덕수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6일 스크린쿼터 제도의 적용기간을 현행 146일에서 73일로 축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 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협상과정에서 스크린쿼터 제도의 완전철폐 혹은 50%이상 감소를 주장하던 미국측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마지막 걸림돌이던 이 문제에서 우리 정부가 한발후퇴를 하면서 앞으로의 협상과정이 순탄할 것으로 보인다.

스크린쿼터의 철폐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한국영화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었고 다른 분야와 비교해서 형평성에서 문제가 있다는 논리다. 반면 제도의 존속은 대한민국 영화시장 자체가 붕괴할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에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한국영화는 최근 몇년간 `고공비행`을 계속해 왔다. 2001년 <친구>와 <엽기적인 그녀>, <신라의 달밤>의 흥행성공으로 50.1%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최초로 점유율 50%를 넘은 데 이어, 2002년 48.3%, 2003년 53.5%, 2004년 59.3%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했다.

그러나 스크린쿼터연대에서는 이런 수치가 몇몇 대작영화들의 흥행성공 때문이며, 국내 영화산업 자체가 불안정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해외 경쟁작들과 어깨를 견주기에는 여건이 열악해 스크린쿼터제의 현행유지를 주장해 왔다.

원용진, 유지나, 심광현이 쓴 <스크린쿼터와 문화주권>(문화과학사. 1999)은 일반에게 단순히 숫자로 인식되는 스크린쿼터제도가 `숫자의 영역`이 아니라 `문화의 영역`임을 새삼 상기시킨다. 극장에서 한국영화를 며칠이나 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스크린쿼터 제도의 한 걸음 양보가 문화계 전반에 걸쳐 두 걸음 이상 후퇴하는 결과라는 것을 고발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3장의 `할리우드의 세계시장 전략`이다. 최대관객규모 연간 1억명인 미국시장의 블록버스터 한두편의 관객규모에 지나지 않는 한국시장을 노리는 이유를 설명한다. 영화 한편이 벌어들이는 수익이 아니라 영화를 통한 심리적, 간접적인 홍보효과와 문화사업전반에 대한 파급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책은 스크린쿼터에 대해 영화산업적 시각으로만 접근하지 않는다. 한국의 경제관료들이 미국에 종속되는 이유에서부터 유럽연합(EU)의 스크린쿼터 운동과 일본의 영화산업까지 예를 들어가며 분석한다.

[북데일리 객원기자 원호성] cinexpress@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