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엽기토끼 `외로우면 홍역 걸려라`
네덜란드 엽기토끼 `외로우면 홍역 걸려라`
  • 북데일리
  • 승인 2006.01.2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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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아파본 적이 있는가. 낯선 곳에서 병든다는 것은 너무나 서글프다. 그런데 여기, 낯선 곳에서 병들고도 행복한 한 토끼가 있다.

새로운 곳으로 거처를 옮긴 `작은 토끼`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불을 끄고 자리에 누운 토끼의 눈에는 벽에 걸린 옷가지도 정체불명의 존재가 되어 토끼에게 공포심을 심어준다. 다음 날 단잠을 자지 못했던 토끼의 컨디션이 좋을리 없다.

토끼의 친구인 부엉이는 토끼가 홍역에 걸렸음을 일러 준다. 그제서야 거울을 본 토끼는 자신의 얼굴 가득 빨간 점에 돋아 있음을 발견한다. 부엉이는 토끼를 정성껏 돌봐주지만 곧 부엉이도 홍역에 옮게 된다. 그러나 얼굴 가득 빨간 점을 안고 나란히 누운 토끼와 부엉이의 모습은 행복하기 그지 없다. 비록 낯선 집에서 둘 다 병에 걸리고 말았지만 친구이기 때문에 함께 병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함` 때문이다.

낯선 곳(특히 어둠)에서 토끼가 느끼는 공포심과 홍역(병)에 대한 반응은 아이들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한다. 특히 토끼에게 홍역이 옮아 빨간 점이 돋아난 부엉이에게 ‘우리 지금부터 같이 아프자’ 라며 함께 잠자리에 드는 장면은 귀엽기 그지없다.

네덜란드의 동화 작가 요세 스트로는 식상한 동화 속 캐릭터와는 사뭇 다른 `홍역 걸린 토끼`라는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동화 <작은 토끼의 빨간 점>(프뢰벨. 2004)에서 자칫 혐오감을 줄 수도 있는 `붉은 점이 얼굴 가득 돋아난 토끼`를 통해 아이들의 순수함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마레이커 턴 카터가 그려낸 독창적인 판화풍의 그림 역시 이 동화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굵고 거친 선의 목판화의 생생함과 선명한 색채가 토끼와 부엉이의 `선명한 우정`을 잘 잡아내고 있다.

부엉이의 존재는 토끼에게는 친구 그 이상,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이다. 아픈 아이 곁에서 물수건으로 밤새 이마를 짚어주는 어머니의 따뜻한 모성애는 부엉이가 토끼를 정성껏 보살피는 우정에서 두드러진다.

평소 부엉이 같은 존재가 가까이 있다면야 오늘 밤 마음껏(?) 홍역에 걸리는 것도 추운 겨울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한 방편이 되지 않을까. 비록 얼굴에 빨간 점을 가득 얻을지도 모르겠지만.

[북데일리 조한별 객원기자] star2news@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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