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호주 소녀 3명 목숨 건 탈출... 1,600㎞ 걸어 집에 돌아가
[책속의 지식] 호주 소녀 3명 목숨 건 탈출... 1,600㎞ 걸어 집에 돌아가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8.11.12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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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위대한 탐험 50> 마크 스튜어드, 앨런 그린우드 지음 | 박준형 옮김 | 예문아카이브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호주 소녀 3명이 감금당했다. 그들은 목숨 건 탈출을 감행해 1,600㎞ 이상 걸어 집에 돌아갔다. 소녀들의 나이는 고작 8살, 11살, 14살이었다. 백인 정착민이 호주 원주민을 비인간적으로 탄압하던 시절 ‘빼앗긴 세대(Stolen Generation)’ 이야기다.

1920년부터 1930년까지 호주 정부는 10만 명이 넘는 혼혈 원주민 아이들을 농장 노동자나 가정부로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삶을 살도록 교육받아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가족과 아이들을 강제로 분리시켜 열악한 조건에 몰아넣는 것이었다. 호주에서 자행된 이 같은 사건을 겪은 세대를 일컬어 빼앗긴 세대라 한다.

이들에게 제공된 환경은 끔찍했다. 3세짜리 어린아이들마저 창문에 창살을 설치한 감옥 같은 기숙사에 살아야 했다. 얇은 담요는 밤의 추위를 막지 못했고,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음식도 가장 기본적인 음식뿐이었다. ‘원주민 정착지’라 불린 곳의 풍경이다. 집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갇혀 지낸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탈출하다 걸렸을 때는 더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가 깎이고, 가죽끈으로 매를 맞고, 독방에 감금당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옷도 신발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1931년 8월 퍼스 북쪽 무어강 정착지에 소녀 세 명이 도착했다. 14세 몰리 크레이그, 배다른 동생 11세 데이지 카디빌, 사촌 8세의 그레이시 필즈다. 소녀들이 가진 것이라고는 옷 두 벌과 작은 빵이 전부였지만, 무시무시한 정착지를 탈출해 토끼 울타리를 따라 걸어 집으로 돌아갈 계획을 실행했다.

토끼 울타리는 호주 정부가 19세기 중엽 자신들이 영국서 들여온 야생토끼를 방목했다 전염병처럼 호주 전역으로 퍼지는 토끼를 막고자 세운 울타리다. 총 3개로 길이만 3,256km에 달했다. 소녀들은 정착지서 울타리까지만 몇 주나 걸어가야 할지 몰랐지만 아이들은 추적을 피해 맨발로 하루 32km씩 이동했다.

한 달이 넘자 막내가 탈진해버렸다. 하지만 언니 둘은 막내를 번갈아 안고 다시 걷고 또 걸었다. 중간에 막내는 부모의 이사 소식을 접하고 기차에 숨어들어 일행과 떨어졌고 부모를 만나지 못한 채 다시 무어강 정착지로 보내졌다. 나머지 두 소녀가 집인 지갈롱에 도착한 것은 10월 초였다. <세상을 바꾼 위대한 탐험 50>(예문아카이브.2018)이 소개한 이야기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탈진, 기아, 일사병과 싸우며 집으로 돌아간 어린 소녀들이 이야기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이 비인간적인 인종 분리정책은 1975년에야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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