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을 버리면’ 아이 인생이 달라진다
‘장난감을 버리면’ 아이 인생이 달라진다
  • 북데일리
  • 승인 2006.01.0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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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의 최고 선진국’이라고 평가받는 독일의 페스탈로치 프뢰벨 하우스는 `장난감 없는 유치원`이다. 아이의 절대적 친구이자, 부모의 최고 인기선물 품목인 장난감이 없는 유치원이라니. `어떤 학부모들이 보내겠는가`라고 반문하겠지만 이 유치원은 장난감 없는 유치원으로 큰 교육효과를 거뒀다.

처음 ‘장난감 없는 놀이’는 쉽지 않았다. 1년간 이어진 긴 토론 끝에 프로젝트의 실행이 결정 됐을 때 아이들은 공황상태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교사에게 불평불만을 털어놓았고,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나가던 운동장에도 나가려 하지 않았다.

난폭해지거나 꼼짝하지 않고 앉아있기도 했다. 둘째주부터는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스스로 장난감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기로 했다. 숲에서 나뭇가지를 가지고 와 놀이의 도구로 활용했고 자갈도 놀이에 활용했다. 교사들은 기존의 사물을 보다 넓게 활용하기 위해 손칼, 톱, 망치를 사용하는 방법도 과감히 가르쳤다.

교실에는 조각하고 톱질하고 못질하는 공예공간이 생겼다. 장난감 공구들이 아닌 진짜 공구를 사용하는 공예실이 만들어진 것이다. 아이들은 스스로 장난감을 만들기 시작했고 독창적인 놀이를 생각해내기 시작했다.

첫해 ‘3개월 간 장난감 없는 놀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난 후 교실에서 없앤 장난감을 다시 들이는 실험을 했다. 원하는 장난감을 고르라는 교사의 제안에 아이들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장난감을 없앨 때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던 아이들이 ‘장난감 없는 놀이 프로젝트’ 3개월 후에 장난감에 대한 내성을 갖게 된 것이다.

이는 <장난감을 버려라 아이의 인생이 달라진다>(살림. 2005)에 실린 실화다. 장난감을 ‘중독’이라고까지 진단하고 시급하게 아이들로부터 장난감을 빼앗으라고 경고하는 책의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

저자인 방송프로듀서 이병용씨는 2003년 10월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열린 ‘늦게 피어도 아름다운 꽃’이라는 유아교육 관련 국제심포지엄에서 처음 ‘장난감 중독’이라는 충격적이고 낯선 단어를 접했다고 한다. 혹시 `오탈자가 아닐까`라는 의구심으로 논문을 살펴보던 중 적당한 장난감은 아이들의 지능발달에 도움이 되지만 과도한 장난감에 대한 노출, 특히 놀아줄 사람이 없어 장난감에만 의존하는 아이들의 놀이는 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아이들이 장난감에 몰입해서 장난감과 놀면서 친구들을 등한시 한다”는 지적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제작하던 프로그램의 컨셉을 바꾸고 기획의도를 수정해 나가며 `우리 아이들의 영원한 벗, 장난감 무엇이 문제인가, 어떻게 가지고 놀 것인가`라는 질문에 집착하며 문제를 풀어갔다.

책에 따르면 장난감중독의 대표적인 현상은 아이들이 끊임없이 장난감을 사 모으는 것이다. 가지고 노는 목적이 아니라 모으는 것이 주 목적인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은 새로 산 장난감을 하루나 이틀정도 잘 가지고 놀지만 곧 싫증을 내고 새로운 장난감에 눈을 돌린다. 항상 새로운 장난감에 목말라 한다.

저자는 직접 취재한 아동사례를 실었다. 집안가득 장난감이 넘쳐나는 아이 건태네 집을 방문해 상황을 파악하고 대구대학교 부설 ‘장애진단평가센터’에 데려가 진단을 받았다. 아동 발달장애와 재활의 권위자인 송영혜 교수는 아이에게만이 아닌 부모의 양육태도와 검사, 부모와 아이들의 상호작용 평가를 진행했다.

장난감, TV, 캐릭터에 빠져있는 건태의 결과는 종합적으로 나쁜상태는 아니었다. 그러나 문제는 각각의 영역에 대한 능력 편차가 매우 심하다는 것이었다. 말하고 들은 것을 이해하는 수준은 또래 아이들보다 조금 높은 편이었으나 주의집중력이 많이 떨어졌다. 외부자극에 대한 처리속도와 퍼즐을 맞추는 것도 많이 떨어졌다.

특히 산수는 많이 떨어졌다. 언어이해는 높지만 집중력이 떨어져 청각으로 들어오는 자극에 주의깊게 대답하지 못했다. 전반적으로 대인관계에서 ‘나좀 예뻐해줘’라는 욕구가 강하면서도 정서적 교류에서는 불안감이나 긴장감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상호작용을 스스로 억제하고 있어 다른 사람과의 대인관계가 어렵다는 것이 문장검사를 통해 송영혜 교수가 분석한 건태의 정서상태였다. 아이들과의 친밀감이 크다고 생각했던 어머니에게 검사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책은 최초로 장난감 없는 유치원 프로젝트를 시행한 국내사례와 장난감중독의 구분법과 증상을 자세히 싣는다. “어떤 방송을 만들 것인가?”라는 방송프로듀서로서의 책임감으로 시작된 탐구는 다정한 벗이라고만 여겼던 장난감을 해악의 요소로 지목하는 한권의 책을 완성하는 순간까지 이어졌다.

“아이들은 한명 한명이 하나의 꽃입니다. 사람하고 노는 과정, 주변과 어울리는 과정을 통해서 창의성과 사회성이라는 봉오리를 피우게 됩니다. 그러나 장난감만 쥐어주고 어떠한 자극도 주지 않으면 봉오리를 피우는 것은 고사하고 싹도 트지 않게 됩니다” 경북대 병원 신경정신과 정성훈 교수의 말은 책의 의도와 멀지 않다. 장난감을 사랑하던 한 30대 가장의 사고전환을 마련한 장난감에 대한 무서운 경고는 일터로 바쁜 현대부모들의 아이방치와 무관심에 대한 경고로 이어진다. 장난감 중독으로부터 사랑하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알아야 할 모든 것들이 담겨있다.

(사진 = 외화시리즈 `천사들의 합창`)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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