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자스민 '내 꿈은 계절이다'
국회의원 자스민 '내 꿈은 계절이다'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0.2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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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딛고 일어선 이야기<꿈보다 열정>

[북데일리] 영화 ‘완득이’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필리핀 여성 자스민은 16년차 한국며느리다. 그녀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이제 한국 최초 외국인 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틀로 확장됐다. <꿈보다 열정>(문학동네.2012)에 지난 2010년도에 그녀에게 일어난 아픔과 정치에 대한 바람이 실려 있어 소개한다.

<포스트 잇> 자스민의 남편이 죽었다. 가족 모두 함께 영월군으로 피서를 떠났다. 물이 좋고 산이 좋아 가족 모두가 즐겨 찾는 곳이었다. 시어머니와 어린 조카까지 데리고 여섯 명이 차를 타고 떠났다. 남편은 그날따라 참 많이 들떠 있었다. 행복해 보였다.

2010년 8월 8일 아침이었다. 주말을 앞두고 서둘러 오느라 준비하지 못한 게 많았다. 부부는 할머니에게 애들을 맡기고 낚시 도구를 사러 가게에 갔다. 할머니는 어린 꼬마 손자를 챙기느라 손녀에게서 잠시 눈을 뗐다.

물속으로 사라지는 딸을 멀리서 아빠가 봤다. 망설임 없이. 온 힘을 다해 뛰었고, 딸을 향해 몸을 던졌다. 아빠는 선장이다. 물이 두렵지 않은 뱃사람이다. 하지만 차가운 민물은 바닷물과 달랐다. 아빠는 심장마비를 일으킨 순간에도 딸의 몸을 밀어냈다고 한다.(중략)

남편이 떠난 뒤 자스민은 방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모든 스케줄을 취소했다. 물만 먹어도 토했다. 56킬로그램이던 몸무게는 40킬로그램대 중반까지 줄었다. 밤이 와도 잠을 자지 못했다.(중략) 그렇게 1년 넘게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그녀의 견고한 시름 앞에 ‘관찰자인’ 나의 위로는 무력했다. 그녀에게 이렇게 물었다.

“자스민씨에게 꿈은 어떤 건가요?”

“계절 같은 거예요. 꿈은 계절처럼 확실하지만 또 늘 바뀌죠. 내 꿈은 여름이 하루 빨리 오는 것이었어요. 여름이 오면 해변에 갈 수 있기 때문이죠. 쨍쨍 구름 한 점 없는 날 해변에 가서 뜨거움을 누리고 싶은 게 제 꿈이었어요. 그런데 여름 내내 구름이 걷히지 않았어요.

장마로 시작한 여름이 장마로 끝나버렸죠. 그럼 내 꿈의 내용도 변화가 불가피한 거죠.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오면서 나에게 새로운 꿈이 생겼어요. 정치를 해야 한다는 바람도 그런 것이었어요.” -323쪽~335쪽, 346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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