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서원 '만대루'의 미스터리
병산서원 '만대루'의 미스터리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0.26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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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건축 말하는<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북데일리]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컬처그라퍼.2012)는 건축학자인 승효상씨의 건축철학을 담은 책이다. 

<책 속의 지식> 외국인들에게 우리 건축의 특징을 알려주고 싶을 때, 그가 시간만 있다면 나는 하회마을 언저리에 있는 ‘병산서원(屛山書院)’으로 안내한다. 이제까지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거의 반드시 그들은 이 놀라운 공간과의 조우로 깊은 사유에 들어간다.

서양 집들과 우리의 옛 집이 다른 점 가운데 중요한 것은 자연을 대하는 방법이다. 공간 배치로만 보아도 서양의 집들은 거의가 중심지향형이다. 그러나 우리의 옛 건축을 보면 대개가 방 자체가 홑겹으로 그냥 자연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보이지 않는 공간에 변화를 기울일 수만 있다면 우리 건축이 갖는 지적 감성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하회마을 끝자락에 있는 병산서원은 이에 대한 좋은 보기이다. 병산 서원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가르치고 배우는 곳인 강의동과 사당 그리고 하인들이 머무는 곳이다. 이 중에 우리의 관심은 강의동 건축이 구성하는 공간의 아름다움이다. 강의동은 네 개의 건물로 이루어지는데 네 개의 건물이 마당을 감싸고 있다.

밖에서 보면 중첩된 기와지붕이 만드는 풍모가 경사진 지형과 잘 어울려 있지만 가만히 보면 만대루라는 누각의 길이가 다른 건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도하게 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왜 이랬을까. 이 의문은 마당에 들어가 입교당에 앉아 보면 절로 나오는 탄성과 함께 풀리게 된다.

앞산 병산이 만대루 가득 들어와서 마당의 한 쪽 벽면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즉 만대루는 건물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둥만 남기고 스스로를 비움으로써 병산을 그 속에 채울 수 있게 되어 있다. 따라서 그 크기가 마당 전체를 포용할 수 있는 길이여야 하는 까닭에 긴 모습을 가질 수밖에 없다. 병산서원은 어디를 보아도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166쪽~175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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